2026년 6월 22일 월요일

50대 후반, 자산 관리를 시작하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인공지능과 주식시장을 빼면 이야깃거리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풍족해지겠지만, 세상의 화제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연구소 동료인 ㅎ 모 박사가 이르기를 '정 박사까지 주식을 시작했다니 이제 국내 주식도 최고점에 오른 것(= 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대폭락 직전의 어느 구두닦이 소년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Joseph P. Kennedy Sr.(미 대통령 John F. 케네디의 아버지)가 구두를 닦고 있는데 구두닦이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 주식을 사세요. 곧 더 오를 겁니다."

그 순간 케네디는 충격을 받았다.

"주식에 대해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소년까지 주식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곧 보유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29년 10월 월가 대폭락(Wall Street Crash of 1929)이 일어났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서 많이 거론되지만, 실제로 케네디가 구두닦이 소년의 이야기만을 듣고 이런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투기 열풍이 대중 전체로 퍼져 나갈 때 시장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지난 4월 22일, 회의를 위하여 서울역 근처를 찾았다가 마침 동호회(록 밴드 KRIBBtonite) 회비 관리용 통장이 필요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가까운 은행에서 수시입출금용 계좌를 하나 열었다. 이와 동시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은행의 ETF 신탁 상품에 가입한 뒤 미국 ETF를 구입하였다. 종목 선택도 매우 즉흥적이었다. 나는 약간 위험 부담이 있지만 고수익을 추구하고 싶다고 하였다. 국내와 미국 하나씩 선택하여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서류를 다 작성하고 나니 둘 다 미국 ETF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 한 선택이었다.

은행에서 ETF를? 지금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고 파는 것이 증권사 앱에서처럼 자유롭지도 않고, 수수료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약관 상으로는 목표 수익률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환매가 된다. 하지만 확인을 해 보니 목표 수익률은 설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이다!

이날 그냥 내키는 대로 은행 ETF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과학기술인연금(매우 보수적 설정)과 정기예금만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생각이나 이에 따른 실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산 관리는 여전히 먼 세상 이야기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날 약간의 수업료를 선취수수료로 낸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이것은 그대로 묵혀 둘 생각이다.

나머지의 투자는 미래에셋 MTS(Mobile Trading System)를 통해서 진행하였다. ISA 계좌를 새로 열어서 국내 ETF 세 종목, 아시아권 ETF 한 종목에 투자하여 보았다. 나중에 살펴보니 국내 ETF가 너무 중복이라서 하나를 전량 매도하여 한 종목을 추가 매수하였고, 70만 원 정도의 차익(15%)을 실현하였다. MTS에 나타나는 복잡한 정보 안에서(아직도 익숙하지 않음) 거래가 언제 결제되고, 예수금은 무엇이며, 계좌로 실제 돈이 들어오는 것은 D+2일째이고, 미국 등 해외 증시에만 상장된 ETF와 주식을 매수하려면 ISA 계좌로는 안 되고.... 이런 생기초를 익히기 시작하였다.

[미래에셋] ETF 투자는 처음이라 가이드북

그나마 오래 전에 개설하여 여유자금을 수시로 모으는 용도로 쓰던 CMA_RP 계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국내 주식을 거래하고 남은 현금이 이 계좌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리되면서, 해외 투자도 이어갈 수 있었다. 엊그제 국외 ETF에서는 아주 약간이지만 세후 19.68 달러의 현금 배당이 들어오기도 하였다.

사실 요즘 내가 벌이고 있는 일은 투자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자산 관리'를 뒤늦게 시작했다는 고백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산업을 분석하여 개별 종목을 고르는 일은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ETF와 채권을 이용한 분산 투자에 만족하며, 앞으로는 금리와 환율 같은 거시경제 지표를 조금 더 관심 있게 살펴보려 한다.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가 100원에 산 주식을 120원에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서 거래가 성사되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 차익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동안 나는 이것이 공평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 경제 전체가 성장하여 생겨난 부가가치가 주식시장을 통해 보다 넓게 공유될 수 있다고 이제는 믿고 싶다. 

주식 시장에서 나 같은 개인 투자자가 기관이나 세력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시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분산 투자한 자산을 믿고 꾸준히 보유하다가 필요할 때 가끔씩 리밸런싱을 하는 편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마음이 편하다.

이 생소하고도 흥미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해 준 J 선생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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