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시사이저에서 '콤비(Combi)'란 여러 음색을 조합하여 하나의 연주 환경을 만드는 기능을 말한다. 가장 흔한 예는 피아노와 현악기 앙상블을 동시에 울리는 경우이다. 이를 위해 내장 음원의 서로 다른 MIDI 채널에 각 음색을 배치하고, 키보드에서 들어오는 연주 정보를 여러 채널로 복제하여 전달한다. 이렇게 여러 음색을 겹쳐 연주하는 방식을 레이어(layer)라고 한다.
콤비에는 스플릿(split)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건반의 왼쪽 영역은 베이스, 오른쪽 영역은 피아노를 연주하도록 설정하면 마치 한 사람이 두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들어오는 노트 정보를 음높이에 따라 구분하여 각 파트로 전달한다. 따라서 레이어가 동일한 연주 정보를 여러 파트에 복제하는 방식이라면, 스플릿은 연주 정보를 건반 영역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Fluid Ardule 개발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콤비 음색 활용까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전원을 켠 뒤 건반을 연결하여 연주하면 소리가 난다'는 겉보기에 단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때에는 콤비까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버튼과 인코더를 이용하여 매끄럽게 돌아가면서도 직관적이면서 안정적인 UI를 만드는 과정은 참으로 힘겨웠다. 게다가 순수히 재미 삼아 시도한 음원 파일(MP3, OGG, WMA...) 재생 기능 및 인터넷 라디오 기능이 이렇게까지 자잘한 재미를 더해 줄지 누가 알았겠는가?
엄밀히 말하자면 소프트웨어적으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보다 모든 부품을 견고한 케이스에 넣어서 '음악 감상 및 공연장에서도 라이브용으로 쓸 만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나무틀은 제작 완료되었고, CAD로 설계한 전후판은 가공을 마치고 오늘 집으로 배송될 것이다. 이를 기다리는 동안 콤비 기능을 몇 시간에 걸쳐 구현한 셈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콤비 음색을 JSON 파일로 정의한 것이다. 현대적 신시사이저에서는 직접 프리셋을 한 레이어씩 쌓아서 콤비를 만드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미 마련된 콤비를 불러서 쓰다가 적절히 편집한 뒤 유저 영역에 저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정의한 JSON 파일 역시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만들었다. 우선은 단일 사운드폰트 파일(FluidR_GM.sf2)를 이용하는 것으로 단순한 체계로 구축하였다.
전체 파이썬 스크립트가 이제 1만 라인에 육박하고 있다. 콤비 기능은 별도의 스크립트 파일로 분리해야 하는지 약간 고민을 하였었는데,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기능 구현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아직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콤비의 편집 및 저장까지 마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Fluid Ardule을 케이스에 넣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다. 미국 출장을 앞두고 있어서 금주 안에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7월이 오기 전에 외관과 소리 모두 완성된 모습을 만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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