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1일 일요일

Fluid Ardule, 케이스를 만들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프로토타입 시절의 불안정하고 엉성한 배선을 정리하여 전용 인클로저 안에 넣었을 때 이제 개발은 거의 끝났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의 성능 개선 작업 내역을 돌이켜 보면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하였다. 실제 악기처럼 매일 연주하고 음원 파일이나 인터넷 라디오를 재생하면서 비로소 불편함이 보였고, 그것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Fluid Ardule은 단순한 DIY 장치를 넘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불편함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그 심각함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개선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뜻이다. UI 개선과 같이 '고치면 편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간 불편한' 수준의 것이 결코 아니라, 근본적인 설계에 결함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가상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인 Yoshimi에서  '글리치(glitch)'가 발생하는 원인이 TFT-LCD의 잦은 갱신 때문임을 지금까지 몰랐었다. 운영 스크립트를 통해 Yoshimi로 소리를 내는데 성공한 것에만 만족하고 있었을 뿐이다. 

다음으로는 4개 레이어로 구성된 콤비 음색을 로드했을 때 연주가 끊기는 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이는 FluidSynth의 폴리포니(polyphony, 동시발음) 수를 96으로 제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운영 스크립트 안에서 필요에 따라 폴리포니 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볼 계획이다. 

만약 Fluid Ardule 개발이 기업의 프로젝트였다면, 상급자는 이렇게 물었을지도 모른다. 프로토타입을 케이스에 넣고 나서야 왜 중대한 문제를 발견하 고치기 시작했느냐고. 6개월이 넘는 개발 기간 동안 충분히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그동안 뭐 했어요?”

요즘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프로젝트가 그 단계까지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보인 것입니다. 그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비로소 관찰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제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연구개발의 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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