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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오극관 싱글 앰프의 망가진 전원 스위치 |
내 사무실에는 내가 직접 만든 오디오 앰프가 몇 대 있다. 그중 진공관으로 자작한 것이 두 대쯤 되는데, 사무실에 처음 찾아온 사람과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꽤 좋은 소재가 되곤 했다. 나의 오디오 앰프 자작 기록은 공식 웹사이트의 위키 문서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940년대에 만들어진 항아리 형태의 43 오극관을 사용한 소출력 앰프였다(자작 기록). 상판은 CAD를 이용해 설계한 뒤 도면을 가공업체에 보내서 만들었고, 바닥의 나무틀도 손수 도색하여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만든 기기였다. 진광관 자체가 고전적인 항아리 모습이라 개인적으로도 꽤 애착을 갖고 있던 진공관 앰프였다. 처음에는 빵 굽는 트레이 위에 프로타입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였었다(링크). 프로토타입 제작 당시에는 R-core에 직접 감은 출력트랜스포머를 여기에 처음 연결해서 사용했었다.
그런데 어제 전원 스위치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조명이 들어오는 시소형 전원 스위치였는데, 아무리 움직여도 ON 포지션에 고정이 되지 않았고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수동 부품의 내구성에 대해 나름 높은 기준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꽤 실망스러운 상황이었다. 일단 인터M R150 PLUS '레퍼런스' 앰프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대출력 앰프라서 사무실 책상 위에서 쓰기에는 적합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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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150 PLUS 파워앰프. 책상 위에 놓고 잔잔하게 음악을 듣기에는 너무 출력이 커서 레벨 조정용으로 베링거 믹서를 달아 놓았다. |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블로그에 쓴 글 중에서 램프형 스위치의 올바른 결선법(2016.5.29.)은 항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전원 스위치 수리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판 타공 사이즈에 맞는 부속을 다시 구해 납땜만 하면 되는 문제이기 떄문이다. 전기/전자제품이란 당연히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특히 자작 기기인 경우 스위치나 소켓, 커넥터와 같은 수동/기구 부품은 값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써야 후회가 없는데 제작 당시에는 좋은 결심을 하지 못하는 것이 늘 문제이다.
이 일 자체는 매우 사소한 일이었다. 부품을 구해서 바꾸어 끼고 납땜을 새로 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내가 직장에서 맞닥뜨린 몇 가지 일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읽은 글이 떠올랐다. 어떤 이는 자신의 성공 비결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빨리 구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즉, 바꿀 수 없는 일을 개선하려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뜻이었다.
물론 아주 작고 조금만 조절하면 될 일까지도 바꿀 수 없다고 성급히 판단해버리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스스로 잠재워버리는 게으른 핑계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 안에도 있었고, 특히 외부 환경에도 많이 존재했다. 그럴 때마다 적지 않은 무력감을 느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그런 경험을 유난히 많이 했다. 그리고 아직 뚜렷하게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일까?
망가진 오디오 앰프의 파워 스위치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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