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공지능 대전환기이자 대혼란기이다. '대혼란기'라고 한 이유는, AI와 관련하여 '몇 시까지 자료 만들어 주세요(보통 2~3시간 이내)'라는 급박한 요청이 부쩍 늘어났으며, 실제로 AI에 적응하려면 조직, 나아가 개인의 일하는 방식이나 사고 방식에 이르기까지 해체에 가까운 변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BM의 웹사이트에서 Thriving through AI disruption이라는 글을 읽어 보았다. AI 준비도(AI readiness)의 5대 축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 Strategy & business alignment
- Data foundation
- Technology & architecture
- Talent, skills & culture
- Operating model & governance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 특히 바이오와 같은 high-stakes 영역에서는 2번 data foundation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이오 연구 데이터의 수집, 관리 및 활용 기반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제를 갖추어서 일을 해 온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논문에 쓰인 연구 데이터를 과학 발전을 위해 공유하는 아름다운 관행은 인공지능이 유행을 타기 훨씬 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이를 위해서 데이터 리포지토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현재의 문제는 인공지능 학습 관점에서 리포지토리에 모인 데이터를 학습용으로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느냐에 있다.
완벽한 데이터란 실제로 그렇게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많이 듣는다.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
'AI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가공되어 있지 않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AI 투입을 위해 모든 자원이 갖추어져야 한다'라는 입장으로 변질되어 권력의 틀을 쓰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우리가 늘 준거집단으로 삼는 미국에서도 최근 Genesis Mission이 출범을 통해 AI 총동원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데이터와 (인적·컴퓨팅)자원을 AI에 총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한 경쟁 시대의 국가적 생존이나 경제·안보 등의 키워드를 등에 업으면 그 자체가 '권력'이 된다. 특히 더 나은 모델을 늘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국외의 사례가 정책 정당성의 근거로 과도하게 사용될 위험이 있다.
- 선진국 사례가 곧 '정당성'이 아니다.
- 국가안보 또는 경쟁 프레임은 안전과 권리에 대한 논의를 약화시킨다.
- AI 에이전트/파운데이션 모델은 검증 비용을 없애지 않는다.
나에게 AI는 매우 흥미롭고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이지 동반자였다. AI가 제시한 전자회로와 코드는 반드시 나의 실증을 거쳤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개인 차원의 재미 추구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으로 번져 나가면 그 파급효과는 너무나 크다.
AI가 애써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는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향까지 나아가는 것은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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