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을 전부 휴대폰으로 하는 요즘, 장식장 안에서 잠자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류를 바라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수동 초점을 쓰는 SLR부터 고만고만한 DSLR까지... 일부 기기는 작동을 하지 않는 상태이다. 별도로 카메라를 휴대할 필요가 없고, 보정도 알아서 해 주는데다가 구글 포토에 자동으로 백업까지 되니 구식 DSLR을 꺼내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재미를 붙인 유튜브 업로드용 영상 촬영 또한 전적으로 휴대폰을 쓰고 있다. 다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촬영할 카메라 거치대가 마땅한 것이 없어서 적당한 액세사리를 없는지 찾아보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볼헤드를 갖춘 삼각대와 탁상용 마이크 스탠드. 집구석 어딘가 팽개쳐 둔 삼각대를 찾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언제 구입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꺼내고 보니 '국민삼각대'라고도 불리던 에이스포토의 TMK-244B였다. 일단 쿠팡에서 휴대폰용 삼각대 마운트를 하나 구입하였다.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단순히 1/4인치 나사 구멍만 뚫린 염가형 거치대보다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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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헤드와 삼각대 본체를 체결하는 볼트는 3/8인치가 아니고 1/4인치였다. 즉 카메라 본체의 바닥면에 뚫린 나사 구멍과 호환된다. 요즘도 에이스포토에서는 동일한 모델명인 TMK-244B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졌고, 볼헤드 고정용 나사도 3/8인치로 바뀌었다고 한다. 따라서 구형 삼각대의 볼헤드를 교체하려면 부쉬어댑터가 필요하다. |
삼각대에 갖추어진 1/4인치 나사를 이용하여 휴대폰을 거치하면 각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작업대 위에 놓인 피사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비추기는 어렵다. 삼각대의 윗부분에 장착할 '크로스 바'와 같은 물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몇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이런 용도의 촬영용 스탠드가 판매되고는 있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물건에 필요한 부품을 추가하여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더 흥미가 있다.
구글에서 '항공샷 삼각대'로 검색한 결과. 원래 항공샷(aerial shot 또는 aerial view)은 드론이나 항공기 등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넓은 공간을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을 뜻한다. 기껏해야 1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아래를 향해 촬영하는 기법을 전부 항공샷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이 부속은 마이크 스탠드에 쓰이는 3/8인치 나사를 1/4인치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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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용 마이크 스탠드의 끝부분. 3/8인치이다. |
이렇게 하면 휴대폰을 수평으로 고정하여 작업물을 편하게 찍을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연장봉을 주문해 두었다. 이 사진은 아래에서 소개한 캐논 EOS 500D를 정말 오랜만에 사용하여 찍은 것이다. 이 휴대폰 거치 장치를 이용하여 DIY 미디 컨트롤러 소개 영상을 찍어 올렸다(유튜브 링크). |
내가 갖고 있는 낡은 카메라 중에 1080P(FHD, Full HD)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먼저 2014년에 스탠다드 줌키트로 구입한 펜탁스 Q10이 있다. 개성이 가득한 렌즈 교환식 카메라인데 인터넷에는 이 기기에 대한 정보가 별로 많지 않다.
이 카메라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쓰라고 내 주었다가 렌즈캡과 충전기가 사라진 상태이다. 충전기를 새로 사서 전원을 넣기 전에는 과연 작동이 되는지 알기가 곤란하다. 스트랩에 꿰매어 덧댄 미끄럼 방지 레이어가 삭아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본체의 커넥터 부위를 덮는 고무 덮개도 손을 대자마자 '경첩'에 해당하는 부분이 끊어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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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시된 Q10의 스트랩은 이렇게 삭았다. 전부 벗겨 버렸다. |
Q10용 배터리(D-LI68)와 충전기(D-BC68P)의 호환품은 아직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을 해 놓았다. |
또 하나는 2021년에 첫 당근마켓 거래로 구입했던 캐논 EOS 500D(매뉴얼)이다. 이 카메라는 당시의 보급형 DSLR 중에서는 최초로 F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탑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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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LP-E5)를 재충전하여 전원을 넣어 보았다. 날짜 설정은 2009년부터. 매뉴얼을 살펴보면서 처음부터 다시 작동법을 공부해야 한다. |
이상의 두 기종이 현재의 스마트폰에 비해 동영상 촬영 성능이 더 좋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다음은 챗GPT에 이를 질문하여 얻은 대답이다.
구분 | 펜탁스 Q10 | 캐논 EOS 500D | 최신 스마트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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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HD (1080p) 지원 | 가능성 있음 (30fps 단서 있음) | 가능 (1080p 20fps) | 보통 1080p 60fps 이상, 경우에 따라 4K 이상 |
영상 부드러움 / 프레임률 | 제한적 | 다소 낮음 (20fps) | 매우 우수 (60fps 이상) |
노이즈 처리 & 영상 보정 | 제한적 | 오래된 센서, 노이즈와 롤링셔터 등 약점 있음 | 고성능 ISP, 보정 기술 제공 |
부가 기능 (손떨림 보정, 자동 초점, HDR 등) | 제한됨 | 거의 없음 | 매우 다양하고 고도화됨 |
위 비교를 보면, 캐논 EOS 500D조차도 1080p 촬영은 가능하지만 프레임률이 낮고, 노이즈 처리나 현대적 촬영 보정 기능이 부족합니다. 펜탁스 Q10은 일부 문헌에서 1080p 30fps 촬영이 가능하다는 정보가 있으나, 공식적인 안정성이나 실제 영상 품질 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큽니다.
반면, 최신 스마트폰은 영상 특화 기능이 매우 발달되어 있으므로, 영상 촬영 목적으로 본다면 스마트폰이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충전기 재구매 등 약간의 투자를 통해서 예전의 장비를 다시 쓸 수 있게 된다면, 그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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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Q10(왼쪽)과 캐논 EOS 500D. 넓고 시원한 광학식 아이레벨 뷰파인더(OVF)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 그것이 SLR을 쓰는 이유가 된다. |
유튜브 쇼츠에 입문하면서 취미의 '통섭(通涉, consilience)'이 이루어지고 있다. Nano Ardule MIDI controller라는 자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영상을 찍어야 되겠다고 다짐을 했던 일이 미국 여행을 거치면서 여행 기록을 공개하기 위한 쇼츠 작업으로 발전을 했다가, 과거에 한참을 몰두했던 사진(기) 취미와 다시 연결되었다. 이 모든 것은 납땜(DIY)과 음악이라는 내 취미의 양대 산맥을 모드 아우르는 과정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누가 또 알겠는가? 육체 활동을 동반하는 취미, 즉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과거)가 여기에 또 들러붙을지...
2022년에 쓴 글 뻘짓의 지평을 넓혀야 인생이 풍부해진다 - 자전거 이야기가 생각난다. 기술은 계속 변하겠지만. '손끝의 감각'과 '소리의 기쁨'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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