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더위와 출장으로 범벅이 된 한 주였다. 오늘도 잠시 뒤 전주로 출장을 떠나야 한다.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전화를 받을 겨를도 없이 바쁘게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위한 유전체와 전사체 데이터 생산 및 기초분석 용역에 대한 사전규격이 어제 나라장터에 등록번호 1483488로 공개되었다(링크). 정말 많은 사람이 노력하여 여기까지 진행이 되었다. 사업의 기획부터 시범사업, 수 많은 논의와 내부검토, 회의,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 조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산더미 같은 문서 작업... 공개된 것은 규격서 하나이지만, 한 쪽 한 쪽마다 정말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파쇄기에서 사라진 숱한 인쇄물에게도 조의를 표한다.
사전규격공개란 무엇인가? 나라장터의 자주하는 질문에 의하면 입찰참여 기회균등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조달요청서가 접수되면 이를 공개하여 입찰참가 희망업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사전규격공개를 실시한다고 하였다. 기간은 통상 접수일로부터 7일(긴급은 3일)이며, 그 사이에 건의된 의견은 수요기관이 반영 여부를 검토한 뒤 최종 공고규격을 확정한다고 한다.
앞으로 5년에 걸쳐서 77만 명이 넘는 참여자로부터 시료와 건강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그 중에서 약 30만명에 해당하는 참여자의 유전체 해독(WGS, whole-genome sequencing)을 책임질 국가적 사업에 과연 어떤 업체가 참여하게 될 것인가? 국내 유전체 해독 서비스 업체의 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몇 개의 업체가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나라에서는 첫 글자만 대면 다 아는 유전체 분석기기 생산기업이 직접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의료기관이나 대학 또는 연구소로부터 시료를 받아서 시퀀싱을 한 뒤 결과(raw data 또는 필요하다면 분석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음)를 제공하는 산업이 워낙 잘 발달해 있는 관계로, 이런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이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종류의 산업을 '연구산업'이라고 하며, 정부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몇 년 전에 연구산업진흥법을 제정하였다. 산업진흥법이므로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경제에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사전규격이 이제 공개되었으니, 해당 업체 사이에서는 본격적으로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한 부산한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4월 사업단이 공식 출범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사업을 소개하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아직 공식 웹사이트가 구축되지 않아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구글에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검색하여 나타나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웹사이트(링크)는 이미 종료된 시범사업에 관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 사업에 관여하고 있지만 사업단의 공식 '입'은 아니므로 이미 결정이 되었거나 알려져도 무방한 사실에 관하여 소식 공유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글을 쓰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사전규격 관련 용역사업의 수요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이다. 즉, 한국생명공학원에서는 유전체 및 오믹스 데이터 생산 및 분석이라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 내 정책지정과제를 수행하게 되었고, 이를 위하여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기초 분석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고자 조달청을 통한 입찰을 거치게 된 것이다. 보다 상세하게 말하자면 사업 내 '유전체정보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KRIBB의 국가생명연구자원센터(KOBIC, Korea Bioinformation Center)가 바로 이 용역을 통해 대규모 유전체 정보 생산을 진행한다.
지난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유전체 데이터의 고도분석과 관련한 위탁연구과제 파트너 네 곳을 선정하기 위해 과제 발표 평가를 진행하였다. 원래 위탁과제는 주관연구기관이 알아서 책임자를 선정하여 협약을 거쳐 짐행하면 된다. 그러나 최고의 연구 수행 역량을 갖춘 팀을 선정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거친 뒤 선정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꼬박 이틀에 걸쳐서 대면 발표 평가를 진행하였으니 경쟁률은 꽤 높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의 난이도와 분량은 얼마나 높았겠는가? 전문가 논의를 거쳐 RFP를 만들고, 내외부 평가 위원을 섭외하여 일정을 맞추고, 서류를 접수하여 정리하고, 회의장을 예약하는 등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료를 인쇄하여 배포하고 수거 후 파쇄하는 등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수고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전부 마련된 자리에 가서 발표를 들으며 몇 마디 거들고 서류를 쓰는 일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아이고, 이제 전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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