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노예'라 함은 월 일정 금액을 내고 ChatGPT Plus, 즉 유료 플랜을 이용함에 동의한 자를 의미한다.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월 20달러로서 무료 플랜에 비하여 더 정교한 답변과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무료 플랜에서는 질문을 몇 개 던지면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 용량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몇 시간 뒤에 다시 이용하라는 성가신 안내를 토해내고는 하였다.
원래 AI 기술을 노예처럼 부려서 인간은 더 고귀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 AI 시대의 장미빛 미래상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AI 기술의 구동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의 고귀한 노동으로 번 돈을 AI 기술에게 '구독제'라는 이름으로 가져다 바치게 되었다. 통신 요금을 비롯하여 도대체 몇 개의 구독제 늪에 빠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고요하게 살고 싶었던 나의 가치 체계를 뒤흔드는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는 셈이다.
ChatGPT에 질문하면... 구글 검색 10배의 전기 사용(조선일보 4월 24일)
구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구글 포토에 사진을 자동 백업하며, 유튜브에 보잘것없는 동영상을 올리는 일 모두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낭비하여 탄소 배출을 증대시켜 지구를 더욱 덥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올 여름은 앞으로 인류가 만날 여름보다 가장 시원한지도 모른다...
다음은 8월 16일 경향신문에 실렸던 '시대착오적인 전력정책 - 11차 전력계획'의 일부이다.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현재 전력소비량이 2000년 전력 소비량보다 적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에 둔감한 미국도 20여 년 전보다 10% 정도 전력 소비가 늘었을 뿐이다. 전력소비가 줄었지만, 그들이 4차 산업혁명이 뒤처졌다거나 ‘촛불 켜고 산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는 2.1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 ChatGPT에 질문을 하나 던지는 것은 구글에서 한 건의 검색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편의성 뒤에서 유발되는 부정적인 효과에 신경이 쓰임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편의를 위해 ChatGPT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마리 퀴리가 노벨상을 언제 받았을까? 다음은 구글의 검색 결과이다. 사실 예전에는 검색어를 포함하는 웹사이트 중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에 의해 상위에 랭크된 것들이 순서대로만 표출되었을 뿐, 검색어를 나름대로 해석하여 요약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즉, 나는 구글 검색창에 단지 '마리 퀴리 노벨상'이라고 쳤을 뿐이며, 마리 퀴리가 노벨상을 받은 연도가 궁금하여 이런 검색어를 넣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은 구글의 해석일 뿐이다. 사실 검색자의 의도를 잘 반영하였다.
만약 검색창에 '마리 퀴리는 언제 노벨상을 받았나'라고 넣으면 다음의 웹페이지가 가장 위에 나오며, 문맥 중에서 검색어와 일치하는 단어에는 강조 표시가 들어간다.
반면 ChatGPT는 보다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질문도 보다 구체적으로 던질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직접 자료를 조사한 뒤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만들어내는 글과 유사한 결과물을 제공해 주고 있으니, 업무를 위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월 20달러를 지불하면서 내 손가락과 뇌의 수고스러운 활동을 약간(또는 상당히?) 덜어낼 가치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 뒤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탄소 배출 또는 전력 소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ChatGPT를 애용하게 되면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을 내리는 지적 능력도 슬슬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모든 궁금증에 관한 해답을 '세 줄 요약'보다는 약간 더 확장된 형태로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방대한 원전(原典)을 읽고 핵심 사항을 스스로 추려내는 능력은 줄어들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목 뒤에 케이블을 찔러 넣어서 지식을 습득하는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과 무엇이 다른가? 이러다가 감정의 영역까지 기계의 힘을 빌려서 하게 되는 사회가 된다면 - 이미 그 문턱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 아마 인류의 존속도 위태로워 질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문명의 이기를 통해 얻게 되는 자유 시간에 우리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철학적인 고민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본다.
2024년 8월 28일 업데이트
조회수가 78만회에 가까운 ChatGPT 사용 요령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댓글 2개:
안녕하세요,
MBC 손석희의 질문들 팀의 김해은 입니다.
저희 방송에 정해영님의 블로그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는 건에 허락을 받고자 가장 최근 게시물에 문의 메시지 남깁니다.
ㅇ 사용 목적 :
손석희 MC가 옛날 진공관 라디오를 언급하는 장면에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화면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ㅇ 사용하고자 하는 사진 :
https://blogger.googleusercontent.com/img/b/R29vZ2xl/AVvXsEjZZF9Mu5gK_9k68DBCQIwkOYgXmINGUFKeJIFw56qcw2ORAZtUo8iZTw5o9toNGg1AwnkomYYs9Qz8VHuhasViqUGGQVGDwbse8ARfYBxbHaVz7xFUL7HpAwzxlImRi63RO3NGo8o3UFI/s1600/20180308_084357.jpg
허가해주실 수 있을지 회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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