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작곡 '호수섬 이니스프리'에 직접 노래를 한 보컬 녹음을 덧붙이는 작업을 해 보았다. 컴프레서만 걸고 추가로 세 트랙에 화음을 입혀서 유튜브에 올렸다(버전 4). 공개를 해 놓고 나서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악을 올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차라리 대 내려 버리고 개인 블로그에나 동영상을 - '동영상'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것이, 타이틀 이미지 하나만 들어 있으므로 - 올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유튜브에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동영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일단 곡 자체가 좋아야 하고,
악기 연주와 믹싱 상태도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보컬 믹싱이 다른 어떤 악기 연주의 그것보다 잘 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전제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온갖 이펙터와 믹싱 테크닉은 잘 부르지 못한 보컬 및 그 녹음의 결점을 커버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잘 부른 노래를 적절한 기술로 녹음한 뒤, 이를 최종 소비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전달하기 위해 녹음 이후의 작업이 필요하다.
Auburn Sounds라는 회사의 Graillon 2 Free Edition라는 것을 써서 이미 녹음을 마친 보컬 트랙의 수정을 시도해 보고는 있지만 아직 사용법도 잘 모르겠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확신을 하기 어렵다.
기왕 이렇게 된 것, Graillon 2 기능을 공부해 두자. 다음은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The underrated Graillon 2: A FREE Little AlterBoy Alternative이다.
https://youtu.be/DatosyL1Rzc?si=eg8tffF5Utqt1r63
다음은 Graillon 2 FREE로 수정을 거친 버전 5이다.
어제 유튜브에 올린 버전 4는 보컬 트랙을 복사하여 두 개로 만든 뒤, 팬을 좌우로 다르게 주어서 마치 두 사람이 부르듯이 두터운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었다. '더블링'이라고 불리는 믹싱 기법을 약간 흉내낸 셈이다. 이것은 특별히 어디서 배우거나 참고한 것은 아니다. 결점 투성이의 단일 보컬 트랙보다는 이것이 더 낫게 들렸기 때문이다. 제대로 한 더블링은 월간믹싱의 기사 '보컬 사운두를 두껍게 만들어 주는 더블링 녹음 방법'을 참고하라. 버전 5에서는 보컬 트랙을 하나로 되돌리고, Graillon 2로 수정을 가해 보았는데 무엇이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은 쿠오넷에 올라온 질문 '믹싱 전문가님들, 보컬 믹싱 평가 및 자문 좀 구하겠습니다'에 대한 지하돌고래 회원의 답변이다.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가득하다.
이퀄라이저는 웬만해서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도구이며, 실제 결과로 봐도 이큐잉은 열심히 하신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컴프레서 이해는 다소 단편적으로 접근하신 것 같은데요. 게인리덕션이 몇데시벨 나오면 된다 이런 팁은 의미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추천드리는 방법이면서 직관적인 방법은 '오토메이크업게인(자동 게인 보상)' 기능이 있는 컴프레서 플러그인으로 레이쇼, 어택, 릴리즈, 스레숄드 만져보면서 보컬이 붙고/떨어지고, 올라가고/내려가고, 튀어나오고/들어가고 하는 느낌들을 익혀보시는 것입니다.
오토메이크업게인을 가지고 있는 컴프레서 중 접근성이 높은 것들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부가적인 착색 요소가 없고 유틸리티형인 Pro-C 2가 있고, 저렴한 가격에 여러 아날로그 모델링 컴프레서 알고리즘과 착색 캐릭터를 경험해볼 수 있는 MJUC, 풍부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료버전에 기능제한을 많이 두지 않는 Tokyo Dawn Labs 무료플러그인 정도 추천해봅니다.
꼭 오토메이크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직접 게인보상을 같이 만져가면서 효과를 들어보셔도 무방하나, 초반에는 여러 파라미터를 다각도에서 만지는 것이 좀 어렵기 때문에 오토메이크업 기능이 있는 것들로 추천을 드린 것입니다.
팁이라면 이퀄라이저, 컴프레서로는 '착 붙이는' 톤을 만들고 '튀어나오는 질감 부분'은 새추래이션으로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이게 정석, 정답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럼 새추래이션이 어떤 원리이고 어떤 플러그인들이 있는지 공부를 하셔야겠지요.
L1, RVox 같은 단순한 형태의 리미터/컴프레서를 약간 써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로 뭉갠 효과 그 자체가 이상적이라기 보다는 '뭉개지면서 반주에 달라붙는' 포인트를 익히는 의미가 크죠. 물론 여전히 보컬믹싱에 많이 사용되는 오래된 플러그인들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컬을 밀어내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효과가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까다롭기는 하지만 룸리버브, 숏딜레이 등을 적당히 하이컷/로우컷해서 걸어주면 악기음들과의 거리감이 잡히면서 보컬이 더 잘 내려앉는 수도 있습니다. 사진 속에 다른 이미지를 합성해 넣었을때 약간의 블러 효과나 그림자 효과를 주는 것처럼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금이라도 녹음과 믹싱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유튜브에 올린 내 결과물을 듣는다면, '어이구 어르신,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세요...'라고 빈정거릴 것 같다. 방구석 프로덕션으로 시작하여 이름을 알린 뮤지션들은 전부 1만 시간의 법칙을 증명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나는 이런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타 하나와 본인의 목소리만을 가지고서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선보이는 시대는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음악 자체의 변화도 그렇고 음악을 만드는 기법, 연주 실력, 작곡 및 편곡 능력 등이 워낙 상향 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타 하나를 둘러메고 자기의 음악 세계를 알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 덕분에 어쿠스틱 기타가 꽤 많이 팔렸고, 일렉트릭 기타는 락/밴드 뮤직이 예전만큼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나 정도의 열의를 가진 사람은 어디를 지향하여 노력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유튜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영상 한 편이나 블로그에 올린 미디어, 하다못해 이메일 한쪽도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정신에 충실하면서 비웃음을 사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달성하려면 여기에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보컬 믹싱이야말로 음악 작업 중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더운 날씨에 에어콘 바람이 닿지 않는 방구석에서 녹음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아니, 노래 연습이나 좀 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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