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首級) - 전쟁에서 베어 얻은 적군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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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적군의 머리가 아니고 아군의 머리... 김유신이 천관의 집 앞에서 애마의 목을 벤 심정이 이러했을까? 내가 김유신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수리를 해 볼 예정이다. |
서울 파견 근무 생활을 마치고 짐을 싸서 돌아오는 과정에서 늘어난 악기도 많았지만 손실도 적지 않았다. 대전으로 돌아와서 기타 가방의 지퍼를 열어 보니 삼익 세미할로바디 기타의 헤드스톡 부분이 부러져 있는 것 아닌가! 부러진 직후 내가 직접 목공본드를 발라서 수선한 뒤 대전의 기타 수리 업체에서 무늬목만 붙여 몇 년 동안을 잘 사용해 왔는데, 똑같은 부위가 다시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승용차에 싣고 이동하면서 특별히 충격이 가해지지는 않았다. 헤드스톡 부분을 걸어서 보관하는 스탠드(HEBIKUO J-33C, 구입 당시에 쓴 글 링크)에 오래 거치해 놓으면서 자체 무게에 의해 접합 부분이 다시 약해진 것 같았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데임 기타는 지판에 현이 딱 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새들의 높이를 건드리려고 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에서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기에 60센티미터 스테인리스 스틸 자를 지판에 세워서 확인해 보니 꽤 심각한 back-bow 상태(아래 그림의 convex bow)임을 발견하였다.
연말에 베이스 기타를 산 뒤 3대 걸이용 거치대에 더 이상 자리가 없어서 소프트 백에 넣은 채로 온도가 약간 높은 오피스텔 2층(건조하기까지 하다)에 오래 방치하였더니 넥에 변형이 온 것이다.
트러스 로드(truss rod)를 육각 렌치로 풀어서 정상 상태로 조정하였다. 클래식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각각 30년, 40년 넘게 다루어 왔지만 트러스 로드를 조정해 본 것은 처음이다. 다행스럽게도 DBZ의 V형 기타는 양호한 상태였다. 이 기타는 스타일도 좋고 가볍지만 극단적인 모양새 때문에 상처가 나기 쉽고 의자에 앉아서 치기도 불편하다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다.
트러스 로드 조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습도가 정상 상태로 올라가면, 다시 변형이 이러나 트러스 로드를 반대로 돌려야 할 수도 있다.
악기의 (1)수선과 (2)유지 및 보수에서 일반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호기심에 의거하여 쉽게 결정할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악기의 사용자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셋업의 범위 및 방법은 Mule의 글('집에서 혼자 셋업하는 방법')을 참조하자. '넥뿌'의 자가 수리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2024년 2월 3일 업데이트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신우악기에 부러진 기타를 들고 방문해 보았다. 하지만 공식 블로그의 A/S 일기에 나온 것과는 달리 수리가 곤란하다고 하였다. 아마도 프렛 드레싱, 리프렛, 너트 교체 또는 어쿠스틱 기타의 비교적 간단한 '넥뿌' 수리 외에는 맡지 않는 것 같았다.
신우악기의 소개로 낙원악기상가의 바깥쪽에 있는 파트너 악기에 수리를 의뢰하였다. 검색을 해 보니 리뷰가 많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의견이 좋은 편이었다. '아이고 아직도 기타 수리업체 중에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있네요...'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다.
목심을 박아서 부러진 헤드스톡을 붙이고 틈새 메꿈까지는 직접 하시지만, 부분 리피니시는 외부에 보내어 진행해야 한단다. 생각보다 가격 조건이 나쁘지 않아서 두 단계의 수리 전부를 의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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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22에 의치한 파트너 악기. |
시간이 충분했더라면 부평에 있는 MJ기타 리페어샵에 맡겼을 수도 있으나 대전 주민으로서 올해 2월 한 달 동안에 한해서 주말에만 서울을 오갈 수 있는 형편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장 및 피니쉬 등이 포함되는 수리는 작업장이 갖추어야 하는 시설의 허가 문제로 도심에서는 사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가급적이면 그런 큰 수리를 하지 않도록 기타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사고라는 것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모습으로 수리가 완료될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