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음악' 또는 '락(rock) 음악'의 종말을 논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소프트웨어가 널리 보급되어 혼자서 음악을 만들어 디지털 음원으로까지 유통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서로 다른 종류의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합주실에서 만나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면서 음악을 할 필요가 없어진 시대가 되었다.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계획을 세워 협업으로 음악을 만드는 곳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제는 '음악이란 혼자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널리 퍼지고 있는 듯하다. 문학이나 미술은 원래부터 그랬었을까? 대규모 설치 미술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더군다나 힙합이나 EDM으로 대중의 선호도가 크게 바뀐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락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와 같이 소수가 찾는 장르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취미 수준에서 전형적인 1인 밴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컬을 제외한 다섯 가지 악기(드럼,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으니 형식적으로는 밴드 음악에 해당한다. 하지만 밴드 음악을 몰락하게 만드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 및 녹음과 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참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감상자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고 느낄 때 수정을 거칠 뿐이다.
집에서 읽으려고 매일 자료를 인쇄해서 들고 가지만, 정작 퇴근 후에는 식탁 위에 노트북 컴퓨터와 건반을 늘어놓고 자작곡 수정 작업을 하느라 여가 시간을 다 보낸다. 새롭게 주어진 업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더욱 음악 만들기에 몰두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실이 편안하면 원래 '예술 창작'이 잘 되지 않는 법.
이렇게 하여 작년 여름에 만든 '광화문의 여름'이라는 연주곡을 계속 다듬어 나간다. Synth lead의 악기 선택과 멜로디는 현 상태로 충분히 만족한다. 두 건반을 이어서 연주하면 음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한참 누른 상태로 있으면 휠을 돌리지 않고도 저절로 모듈레이션이 입혀지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기타 솔로는 그저 그렇다. 멜로디도 너무 단순하고(테크닉이 신통치 못하니...) 톤을 가다듬는 것은 아직 멀었다.
이 곡은 앞으로도 계속 고쳐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베이스를 MIDI 키보드 컨트롤러로 찍었지만, 실제 베이스 기타로 연주를 하여 생동감을 불어넣고 싶다. 슬랩 주법을 언제 익혀서 녹음에 써 먹을 수 있을지... 리듬 기타의 음색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제 어쿠스틱 기타의 찰랑거리는 스틸 현 소리로 바꾸고 싶은데 일렉트릭 기타 몇 대와 클래식 기타 하나가 있지만 포크 기타는 없다.
옷장 구석에서 유물을 발견하였다. 유물이라 함은 내용물이 아니라 포장 상자를 뜻한다. 구입 직후에 버렸다고 생각을 했었으니... Korg AX3G와 DI box는 아직 현역으로 쓰고 있는 장비이다. 물론 요즘은 Behringer U-Phoria UM2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플러그인 이펙터를 주로 사용하느라 활용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직관적으로 느낌을 살리기 어려운 플러그인 보다는 이런 장비가 더 쓰기 편할 때가 많다.
Korg AX3G와 LDB-101 DI box 포장용 상자. |
아직 콘셉트 단계의 곡이 두 개 정도 남았다. 2024년 상반기는 이들을 완성하여 녹음하면서 다 보내게 될 것 같다. 작업 예정인 곡은 전부 가사가 있으며 내가 불러야 한다! 이번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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