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5일 일요일

기타 가방의 지퍼를 직접 수리한 이야기

2008년 구입한 스콰이어 텔레캐스터에 딸려온 'UNO' 기타 가방(UNO는 2013년 폐업한 국내 기타 제조사로서 레스폴 카피 제품으로 유명했었음)의 지퍼 슬라이더가 전부 부서져서 여닫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를 직접 수리하기 위해 GODO라는 지퍼수리키트 4종 세트(Metal MF5, Nylon CF56, Plastic PF5, Conceal CSCF56)를 구입하였다. 정확한 지퍼의 규격을 모르지만 4개 중에 어느 하나는 맞을 것이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주문을 하여 물건을 받아놓고 보니, 맞는 크기가 없어서 도저히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퍼의 규격은 체결된 상태의 폭(teeth width)을 mm 단위로 측정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구입한 수리키트는 전부 6 mm 규격에 맞는 것이지만, UNO 기타 가방의 지퍼는 족히 10 mm가 넘는 폭이었기 때문이다. GODO 지퍼수리키트의 전체 상품 목록은 마이플래닛에 있다.

이번에 구입한 수리키트는 손잡이를 앞뒤에 전부 달 수 있는 것이다. 중앙에 보인 망가진 UNO 기타 가방의 지퍼 슬라이더와 호환이 될 만한 것은 없다.


맞는 규격의 지퍼수리키트를 정확히 확인하기도 어렵고, 인터넷을 뒤지면 저가 기타 가방의 가격이 지퍼수리키트(4종 세트)와 비슷한 정도로 싸기까지 하다.

기타 가방 앞부분의 물품 수납용 주머니를 여닫는 동일규격 지퍼 슬라이더를 빼내서 재사용하면 될 것도 같아서 커터를 들고 가방을 헤집다가 가방 자체가 더 망가지고 말았다. UNO 가방은 과감히 버리자! 대신 슬라이더가 망가진 다른 기타 가방의 지퍼를 수선해 보기로 하였다. 기존의 슬라이더를 분리해서 눈대중으로 크기를 비교하니 나일론 CF56에 해당하는 것 같아서 교체를 해 보았다. 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왼쪽의 슬라이더를 GODO CF56으로 교체해 보았으나 약간 작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새로 교체한 지퍼 슬라이더는 작동은 하되 그 움직임이 상당히 뻑뻑하였다. 버니어 캘리퍼스로 측정해 보면 지퍼의 폭은 7 mm 가까이 나온다. 나머지 4개 기타 가방의 지퍼 폭을 측정해 보았으나 6 mm에서 7 mm 이상 등 가지가지였다. 도대체 나일론 지퍼(=코일 지퍼)에는 규격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직접 측정한 지퍼의 폭은 위에서부터 7.1 mm, 6.15 mm, 7.25 mm, 그리고 10 mm. 두 번째 것은 베이스 용이고 가장 큰 규격의 지퍼를 사용한 맨 아래 것은 플라잉-V 스타일의 기타를 넣기 위하여 스쿨뮤직에서 구입한 헤비쉐입용 긱백.


망가진 금속제 슬라이더의 내부 폭을 버니어 캘리퍼스로 측정해 보았다. 7.2 mm가 나왔다. GODO의 CF56은 6.85 mm. 작동은 하지만 원활하게 여닫기지는 않아서 상당히 힘을 주어야 한다. 남은 3개의 수리용 부품은 어떻게 해서는 활용 방안을 찾아 보기로 하고, 앞으로 망가진 지퍼 슬라이더를 수선하려면 제대로 크기를 측정하여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하자.

그림 출처: myplanet.


어쩌다가 지퍼 규격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