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9일 목요일

광화문 시절은 저물어 가고

서울 파견 근무를 위해 거주했던 오피스텔의 임대차 계약이 내일로 끝난다.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1월 하순부터 매주 주말마다 짐을 조금씩 자동차에 실어서 날랐다. 대학을 졸업하는 딸아이의 방을 정리하고 짐을 다시 대전 집으로 내려보내는 일까지 하느라 몇 주 동안 주말에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새로 시작한 낯선 업무에 적응하느라 마음의 여유도 아직 찾지 못하였다. 매달 12개 이상의 글을 블로그에 쓰자는 목표를 꾸준히 초과 달성해 오다가 드디어 이번 달에는 9개에 머물게 되었다.

잠시 센터포인트 광화문의 커피숍에 앉아서 1년 반 동안의 추억이 담겨있는 이마빌딩을 바라본다.


새롭게 시작한 일터는 온갖 이해 당사자들의 욕망이 교차하는 곳 같다. '너희가 과학기술 예산을 다 빨아 먹어서 우리가 차지할 몫이 줄어든다'는 푸념이 늘 들린다. 우리에겐 명백한 '갑'이 있고, 또 그들에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민원인들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균형 잡힌 자세를 취하기가 참 어렵다. 어쩌면 나는 지금 리더십 수업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비용을 내가 속한 조직이 내게 할 수는 없다. 

밤잠을 줄여가며 더 오랜 시간 근무를 해야 하나? 

내 몸을 이루는 DNA에는 원래 새겨져 있지 않던 근성을 새로 만들어서 발현시켜야 하나?

질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고, 그 답을 찾기도 전에 이룬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다시 이어질 것이다.




밤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영하의 날씨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도 봄은 결국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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