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 6천 킬로미터를 넘게 주행한 2008년식 토스카 L6 2.0 가솔린 모델의 엔진오일 누유 문제를 지난 3월에 블로그에 기록한 일이 있다(2008년식 토스카의 엔진오일 감소 및 시동 불량 문제). 차를 아들에게 넘겨주기 전에 보다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서 다만 몇 년이라도 더 운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꽤 큰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종합적인 수리를 하였다. 지난주, 검색을 통하여 알게 된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소재 HC모터스에 작업을 의뢰하였다. 주말이 낀 데다가 일부 부품이 월요일에 들어오는 바람에 목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총 6일이 걸렸다. 일이 많이 밀려있어서 사진을 포함한 수리 내역이 HC모터스 블로그에 올라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2023년 4월 20일, HC모터스를 찾았다. |
작업 내역. |
수리를 하는 김에 화면이 나오지 않는 순정 네비게이션도 교체를 하기로 했다. 쉐보레 부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C-mall에서는 토스카 순정 네비게이션 모니터를 무려 16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링크; 토스카 2008년식에 맞는 모델은 P94563903이고 가격은 같음). 도무지 비현실적인 가격이라서 디스플레이-드라이버 인포메이션(보통 '트립컴'이라고 부름)을 중고로 구입하여 오디오 아래쪽에 넣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커넥터를 개조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관련 글 링크). 뿐만 아니라 너무 하단에 위치하게 되므로 주행 중에 시선을 돌려 확인하기가 불편하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어느날, 중고 순정 네비게이션을 구해서 직접 교체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고 순정 네비게이션은 폐차장을 직접 찾아가야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고 트립컴을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면(사실 흔하지는 않다), 중고 순정 네비게이션도 있지 않겠는가?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준준모터스라는 곳에서 내 토스카에 맞는 중고 네비게이션 모니터를 구입하였다. 덩달아 센터페시아를 탈거하기 위한 공구도 마련을 하였다.
쿠팡에서 구입한 공구. |
지난 화요일, 수리가 끝난 차를 인수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네비게이션 교체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도대체 계기판 커버를 뜯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탈거 요령을 찾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가? 근처의 네비 장착 업체에 전화를 해 보았다. 부품을 다 구해 놓았으니 교체만 하는 공임이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너무 비싼 가격을 요구하였다. 토스카는 뜯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아...답답하여라! 이 상태 에서 더 이상 벗겨낼 수가 없었다. |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든 내가 교체를 해 보기로 했다. 다시 한 번 '토스카 센터페시아 탈거' 글에 첨부된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오디오-에어컨 커버를 먼저 뜯은 다음 윗부분에 박힌 나사못을 뽑지 않으면 계기판 커버를 분리할 수 없었다. 다른 글에서는 분명히 계기판 커버만 분리해 낸 것처럼 설명을 하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를 모르겠다.
오디오-에어컨 커버를 먼저 분리한 뒤 나사못을 풀었더니 계기판 커버가 아주 쉽게 분리되었다.
노란 원 안의 나사못을 풀어야 계기판 커버를 탈거할 수 있다. |
다음 단계부터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네비게이션 뒷면의 커넥터를 분리하는데 약간의 요령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차량에서는 진동이 발생하므로 커넥터가 빠지지 않도록 매우 견고하게 체결해 놓아야만 한다.
아래 것이 고장난 네비게이션. 내가 구한 것과 품번이 다르다. |
키를 돌리니 화면이 나온다. 성공! |
커버를 전부 씌운 뒤 시동을 걸어 보았다. 실로 얼마만에 보는 화면인지 반갑기 그지없었다.
작업을 마친 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렇게 차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지난 몇 년 동안을 좀 더 편하게 차를 운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토스카는 순정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이 정보를 볼 수가 없다. 그저 '느낌'으로 알아내야 한다. |
약간 무겁지만 쫀득하게(?) 돌아가는 토스카 스티어링 휠의 느낌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
낡은 토스카를 되살리는 마지막 손길은 3채널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이었다. 초보 운전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상태로 거듭난 셈이다.
아들에게 차를 넘기기로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 토스카는 어떤 운명을 거치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아마 늘 다니더 동네 카센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원인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마음 고생만 했을지도 모른다.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로 기억될 것 같다.
2023년 6월 12일 업데이트
일산 HC모터스 블로그에 드디어 작업 내역 사진이 올라왔다. 값진 역사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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