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를 구입하게 되면서 이전에 몰던 2008년식 토스카 SX(2.0 L6 가솔린)를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하고 주말을 이용한 운전 연습에 돌입하였다.
2008년식 토스카 SX(2.0 L6 가솔린). |
아들은 오래 전에 면허를 취득하였지만 3년쯤 전에 대전 인근 관광지를 다니면서 조금씩 운전을 한 것이 전부였다. 쿠팡에서 '윙브레이크M'이라는 보조브레이크봉을 구입하여 장착하고 주행을 시작하였다.
씨드앤트리 윙브레이크(링크). 씨드앤트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차하고 있다. |
아파트(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주차장을 몇 바퀴 돌면서 잊어버렸던 주행감각을 되찾게 한 뒤 조심스럽게 길을 나섰다. 지난 토요일에는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어제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무사히 다녀왔다. 아직 차폭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여 가까이 위치한 차 곁을 지날 때에는 약간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나 자유로에서 차로 변경도 과단성 있게 잘 하였고,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만족스럽게 운전을 하였다. 급브레이크를 밟느라 울컥거리며 멈추는 일도 없었다. 첫 주에는 보조브레이크봉에 꽤 의지했지만 어제는 거의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 실력에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 것은 금물! 특히 20대 남자라면 말이다. 나도 면허를 갓 취득한 왕초보 시절에 사고를 내지 않았었던가? 지금의 수준으로 착실히 연습을 시킨다면 5월 중순 토스카의 보험 만기와 더불어 소유권을 아들에게 완전히 넘길 때에는 안심을 해도 될 것 같다.
주행거리 20만 km를 목전에 둔 낡은 차의 상태가 좋을 수는 없다. 2008년에 제조된 재고를 2009년에 구입하였으니 실사용 기간은 13년 정도가 된다. 순정 내비게이션의 화면은 전혀 나오지 않아서 공조기 상태는 감으로 알아야 하고, 공기 순환을 위해 팬을 돌리면 그 소음이 엄청나다. 간혹 체크엔진 경고등이 들어와서 정비소를 가 보면 연료캡 쪽에서 들어오는 신호라서 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하여 에러를 지우고 다시 운행에 들어가고는 하였다.
작년에는 엔진룸에서 김이 나면서 온도가 급상승하기에 그 상태로 단골 카센터로 갔더니 부동액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새는 곳을 찾기 위해서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은 부동액에 형광물질을 주입한 뒤 UV를 비추어서 문제가 되는 곳을 찾아 부품을 교체했었다. 예전에도 부동액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최근 3-4년 동안은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일이 일년에 1번 정도 생기기 시작하였다(총 2번). 수명이 다 된 배터리는 교체하여 양호한 상태였고, 긴급출동 서비스를 2회 불러서 키를 돌리면서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대어 시동을 거는데 성공하였다. 시동 모터가 돌면서 크랭킹까지는 되는데 엔진에는 불이 붙지 않는 느낌이었다.
총 두 번의 시동불량 중 마지막의 것은 바로 지난 토요일 아들에게 차 열쇠를 넘기고 운전연습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긴급출동 서비스 덕택에 겨우 시동을 걸고 무난히 그날의 연습을 마친 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많은 친구와 카톡을 하면서 문제점을 논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문제가 없다면 일단은 연료통 안에서 가솔린을 뽑아올리는 저압펌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주 주행에서 오일압력 경고등이 희미하게 들락날락하던 현상이 기억이 났다. 어쩌면 엔진오일이 부족한지도 모른다. 19만 km를 넘게 달린 차가 엔진오일을 조금씩 소모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보충하기로 하고 엔진오일과 깔때기를 구입하였다. 1L와 4L 중에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용량대비 가격이 싼 4L를 구입하였다. 단지 보충용인데 너무 큰 것을 산 것은 아닐지 걱정했지만 실제로 보충을 해 보니 꽤 많은 양이 들어갔다.
쿠팡에서 구입한 엔진오일(ZIC X5 5W20). |
바로 어제, 2주차 운전 연습을 하기 전에 엔진룸을 열어 보았다. 부동액 탱크와 호스 근처에 부동액이 말라붙은 흔적이 보였다. 노후한 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부동액 레벨은 충분하였다. 딥 스틱을 찔러보니 엔진오일은 L보다 조금 아래에 있었다. 깔때기를 꽂고 엔진오일을 조금씩 부으면서 확인을 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넣어도 레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엔진오일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배기구에서 흰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다량의 엔진오일이 유입되어 연소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오일 보충 뒤 시동을 걸었다. 힘차게 엔진이 돌기 시작하였고 계기판에는 아무 경보등도 뜨지 않았다. 아들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특별히 정한 목적지 없이 여기 저기를 지나 임진각까지 봄나들이를 떠났다.
엔진의 어느 부분에 전반적으로 기름이 흘러 얼룩과 먼지가 가득 붙은 모습도 심상치 않았다. 아, 사진을 찍어 올 것을! 작년에 냉각수가 다 빠지면서 아주 잠깐 엔진이 과열했을 때 혹시 엔진에 열 변형이 일어나서 틈새가 생기고 그 사이로 엔진오일이 빠졌나? 곧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오래 달린 토스카의 경우 라디에이터 누수와 엔진오일 과다 소모는 흔히 알려진 문제라고 하였다. 대표적인 해결책은 바로 '엔진 보링(boring)'. 말이 보링이지 요즘은 실제로 실린더를 재가공하지 않고 재생 엔진(또는 실린더 헤드만)으로 교체하여 시간을 줄인다고 한다. 장안동 엔진수리 업체에서 많이 한다는 서비스이다.
양산형 자동차 엔진이라면 가혹한 조건에서 주행한 것이 아니라면 50만 km 정도까지는 이상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물론 엔진에 대한 보증 기간은 이보다 훨신 짧지만 말이다. 소위 '엔진 보링(boring)'은 국산차라 해도 200만원 가까운 돈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무리 심장(=엔진)이식을 받았다 해도 나머지 부분, 즉 관절과 혈관, 신경이 낡은 상태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말 나에게 소중한 차라서 오래 타고 싶다면 차라면 엔진 보링을 하여 30년 혹은 그 이상 기간 동안 소유하고 싶겠지만, 아들에게 2008년식 토스카가 그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 엔진 보링이 정말 필요할까? 다음의 동영상을 보자.
'돈 워리 보링'
일반 승용차라면 밸브 스템 실(valve stem seal, '가이드 고무')을 교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계속 토의했던 친구도 가이드 고무의 노화에 따른 문제일 수 있다고 하였다.
엔진보링이란? 비용과 장단점 - 밸브 스템 실 교체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
일단 오일이 흐른 흔적을 다시 점검하여 어디가 문제인지를 확인한 다음, 정확한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스카의 문제는 작업성이 좋지 않아서 밸브 스템 실을 교체하는 난이도와 공임이 실린더 헤드를 교체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것.
배기 가스 색깔이 내가 보기에는 정상이므로 엔진오일이 연소실로 유입되어 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 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엔진 외부에 보이는 기름 흐름 흔적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오일팬 너트의 마모 문제도 종종 보고되는 것 같다. 그냥 주기적으로 엔진오일을 보충하면서 폐차 때까지 사용할 것인가, 혹은 근원적 수리를 할 것인가?
다음 주말에 운전연습을 할 때에는 차 바닥에 누유 흔적이 있는지 확인을 한 다음, 엔진부의 기름 얼룩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조사해 보아야 되겠다. 14년 동안 토스카를 운행하면서 이렇게까지 고민을 하고 조사를 한 적은 없었다. 새 차를 사면서 예전 차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게 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현실은 그렇질 않다.
참고: 토스카에 쓰인 대우 XK 엔진에 관한 나무위키의 글(링크, 여담). 엔진오일 과다소모와 냉각수의 실린더 내 유입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전부 다 내가 겪었던 문제 아닌가?
대우 XK 엔진. 기름에 흠뻑 젖은 부분이 어디였더라... 출처: 나무위키 |
토스카의 엔진 수리에 관한 정보를 몇 개 더 찾아보았다. 실린더 헤드 교체부터 본격적인 보링까지 수리의 폭은 매우 넓다. 군포카닥터의 웹사이트에 무척 많은 토스카 엔진 수리 사례가 있었다. 누유가 되는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비용-효과적인 정비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같은 곳에서 올린 유튜브 동영상 '토스카 매그너스 L6 오일누유 정비'도 참고해 보자.
"토스카의 경우 가이드고무 교환작업과 헤드교환작업의 작업공정이 비슷한 수준이며 흡·배기밸브의 마모에 따른 기밀상태를 주행거리와 대비했을 때 헤드교환 작업으로 결정하는 것이 추후 고객 입장에서 중복작업을 피하는 상책임" 출처: 군포카닥터
장안동(장한평)에 위치한 정진엔진보링의 토스카의 엔진 보링 과정을 소개한 글도 도움이 된다.
한편 대구의 거성엔진보링 팩토리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토스카 차량이 헤드 변형이 잦은 차량이고 엔진오일 연소도 많은 차량입니다...헤드 교체만 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많은 차량이라..." 출처: 거성엔진보링 팩토리"
공임나라 용인 동백점의 유튜브 채널 쉐보레의 모든것에서 소개한 동영상 '토스카 L5 엔진오일 누유! 실린더 헤드 커버 가스켓 교체하기'도 참고해 보도록 하자.
2023년 3월 27일 업데이트
[모터그래프] 카센터가 절대 말해주지 않는 '자동차 관리 상식' 5가지(링크). 자동차 애호가인 친구는 이 그림의 지침 중 특히 엔진오일 교환 주기(15,000 km)에 대해서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 관리를 잘 하면 토스카의 고질병으로 생각되는 엔진오일 소모 및 부동액 소모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글쎄, 15만 km 넘어서 일어나는 문제는 평소 관리 습관이 모범적이라 해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림 출처: 모터그래프 |
2023년 4월 4일 업데이트
엔진오일을 보충하고 일주일이 지나서 점검을 해 보았다. 바닥에 특별히 오일이 흐른 흔적이 없고, 분량도 적정하다. 엔진 정비가 필요할 정도로 엔진 오일을 소모하고 있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댓글 2개:
여러모로 아쉬움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진의 질감이나 주행성능이 모든 것을 상쇄하는 차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2023년 4월에 대수술을 하였습니다^^
https://blog.genoglobe.com/2023/04/2008.html
https://blog.naver.com/gmlcjf101/22312350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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