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9일 일요일

승용차의 세대교체, 토스카에서 토레스로!

작년 10월 1일에 계약한 새 차(토레스)를 얼마 전에 인수하였다. 계약에서 인수까지 약 5개월 반이 걸렸다. H사나 K사의 인기 있는 모델에 비하면 비교적 빨리 받은 셈이다. 2009년 5월에 신차로 구입했던 토스카 L6 SX(2008년에 이미 제조된 장기재고를 구입)는 이제 주행거리 195,000 km 정도를 넘긴 상태로 아들에게 맡길 생각이다.

토레스와 토스카.


돌이켜 보니 나는 H사의 차를 한 번도 몰아본 일이 없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신차 구입을 해 보았는데, 전부 제조사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 할인을 많이 해 주거나 회사의 회생을 위해 사활을 걸고 개발한 가성비 좋은 차를 구입했었다. H사가 인수하기 직전 K사의 아벨라, 토스카, 그리고 같은 '토'자로 시작하는 토레스.

토레스(T7)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이나 새 차를 사겠는가? 이번에 구입한 것을 15년 정도 운행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내 나이는... 면허를 반납할 수준의 노인은 아니겠지만, 새 차를 살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이 아니면 SUV를 영영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끔 아이들 짐을 날라 줄 때 편히 실을 수 있도록 SUV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차의 급은 동일한데 자꾸 덩치(특히 길이)가 커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뜩이나 옛날 차 기준에 맞추어진 좁은 주차장에서 서로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싫었고. 그래서 세단보다는 조금 짧은 SUV를 골랐지만 토스카보다 차폭이 9 cm 더 길어진 것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차를 고르는 과정도 그다지 길지 않았다. 도대체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대리점에는 전시된 차를 볼 수가 없었으니...

반년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조금 빠르게 인수할 수 있었다. 일단 외관은 합격! 운전대는 왜 이렇게 가볍게 돌아가는지? 고속도로를 몰고 서울로 오면서 스스로 방향을 잡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도 속도와 차간 간격을 맞추는 것은 정말 신기했다. 아니, 차가 이런 것을 스스로 결정하면 운전자는 무엇을 하란 말인가? 그래서인지 운전 피로감은 약간 적은 것 같았다. 좌석이 높아서 타고 내리는 것은 마치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고 일어나듯이 할 수 있어서 편리한 반면, 승차감은 세단보다 결코 좋지 않았다.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거는 것도 어색하고, 마찬가지로 버튼을 눌러서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고 푸는 것은 더욱 어색하다. 물리적인 버튼은 운전대에 오밀조밀하게 모인 몇 개를 제외하면 하나도 없다. 전부 터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당장 낡은 토스카만 하더라도 순정 내비게이션이 완전히 망가져서 공조기 상태를 알기가 어렵다. 토레스도 10년쯤 지나면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고장난 부품을 고쳐 가면서 오래 쓰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고객으로 하여금 휴대폰 바꾸듯이 적절한 시점에 최신 차종으로 갈아탈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포콘은커녕 아직 블루투스 연결조차 하지 않았다. 휴대폰 T맵에 익숙한 상태라서 차량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에는 아직 아무런 목적지도 입력해 보지 않았다. 주차 시 비추어지는 후방 카메라 화면에는 아직 눈이 잘 가지 않는다. 언젠가는 신기술을 받아들이게 되겠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아들에게 토스카 운전대를 맡기고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에서 헤이리까지 가 보았다. 몇 년 전에 지역 관광지를 다닐 때 조금 연습을 시키고 나서 그냥 방치한 상태였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운전을 잘 하여 안심이 되었다. 주말을 이용하여 두 달 정도 집중 교육을 시키면 자신감이 붙을 것 같았다. 틈틈이 주차연습만 하면 좋을 것이다. 

토스카의 차 상태가 최적은 아니다. 1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서 긴급출동 서비스를 부를 때가 있다. 배터리 문제는 아니고,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아대면 결국은 시동이 걸린다. 하필 어제 운전 연습을 시작하려 할 때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 체면을 구겼는데, 고장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20만 km 가까이 달리면서 주행 도중에 엔진이 멈춘 적은 없었으니 아주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문제가 종합적으로 발생할 시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되도록이면 아들이 앞으로 3년 정도만 더 운행한다면 그 뒤에는 폐차를 해도 아쉬울 것은 없을 터인데, 운행하는 도중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서 넘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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