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일요일

딱 필요한 만큼만 공부하는 진공관 앰프 자작인용 전자기학 생기초(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

2023년 1월 1일부터 또 진공관 앰프 이야기를 써 본다. 나는 진공관 싱글 엔디드 앰프용 출력 트랜스포머(R-코어 사용, 5K:8 ohm)를 딱 두 번 만들어 본 사람으로서 공부를 해야 얼마나 했겠고 지식의 깊이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솔직하게 밝히자면 2018년 코어 한 조에 에나멜선을 감아서 몇 년 사용하다가, 2022년에 이를 다 풀어내고 같은 코어에 다시 선을 감아 사용하는 것이 전부이다. 더군다나 앞으로는 트랜스포머를 새로 감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분할감기니 인덕턴스니 부유용량이니 투자율이니 에어 갭이니 하는 전문적인 용어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이를 설명할 정도로 이해하지 못한다) 미리 밝혀 둔다.

단지 부귀환(negative feedback, NFB)을 걸기 위하여 출력 트랜스포머의 2차 권선 두 가닥 중 어느 것에서 선을 따야 하는지에 관하여 이론적으로 아주 조금 알아보고 궁리한 것을 기록하기 위하여 오늘의 글을 적는다. 기성품 출력 트랜스포머를 쓰는 경우는 고민할 일이 전혀 없다. 2차측에 8(또는 4)옴과 0옴으로 라벨이 붙은 것 중에서 가장 큰 숫자가 적힌 탭을 쓰면 된다. 출력 트랜스포머를 직접 감은 경우에는 이 글을 읽어나가면서 해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흔히 앰프 자작인이 NFB라고 말하는 것은 좀 더 정확하게는 global negative feedback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음 그림과 같이 local NFB라는 기법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국내 웹문서에서 다루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global NFB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Local negative feedback의 사례(출처:Tube Amplifiers Explained, Part 11. Negative feedback(링크)

Global NFB를 걸어 주려면 입력 신호와 같은 위상의 출력 신호를 저항으로 적절히 감쇠시켜서 초단 캐소드 저항 근처에 연결(자기 바이어스 회로의 경우)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캐소드와 캐소드 저항 사이에 연결을 하거나, 또는 캐소드 저항과 그라운드 사이에 저항을 하나 더 삽입한 뒤 그 사이에 연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아래 그림). 고정 바이어스 회로를 채택한 경우에는 어떻게 NFB를 거는지 잘 모르겠다. 출력이 높아지면 캐소드와 그라운드 사이의 전압 차이가 커져서 바이어스가 더 깊게 걸리고, 이에 의해서 입력 신호가 낮아져서 부귀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가? 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 출처: VTADIY - Vacuum Tube Amplifier DIY 4.4 Global Negative Feedback in a vacuum tube amplifier(링크). 진공관을 거칠 때마다 출력쪽에는 입력과 위상이 180도 다른 증폭된 신호가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그 다음에 공부할 것은 트랜스포머의 극성(polarity) 표시이다. 아래에 소개한 회로도(여러 차례 언급할 것이므로 출처를 따서 VIAS라고 부르겠다)를 보면 트랜스포머의 1차 및 2차 단자쌍 중 어느 하나에 검은색 점이 표시되어 있다. 1차 권선의 검은 점 쪽으로 전류가 들어가면, 2차 권선의 검은 점 쪽으로 전류가 흘러 나옴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검은 점이 찍인 1차와 2차 탭은 위상이 같다. 거창하게 렌쯔의 법칙 같은 것을 암기할 필요는 없다. 권선을 어느쪽부터 감기 시작했는지는 제작자 나름이지만, 트랜스포머를 제작할 때 1차와 2차의 감은 방향을 같게 배치했다면 시작 혹은 끝에 해당하는 1차 및 2차 권선의 가닥은 위상이 같다.

그림 출처: VIAS, Virtual Institute of Applied Science(링크)

VIAS 그림에서 1차(PRI)와 2차(SEC)의 권선 방향은 전부 left-handed로서 동일하다. 권선의 감은 방향은 어떻게 판별하는가? 전자기학과는 관련이 없지만 압축 용수철의 방향을 설명하는 문서(링크)를 잠시 방문해 보라. 마치 잭 스패로우가 망원경을 들여다보듯 코일의 축 방향을 들여다보면서, 코일에 손가락을 대고 오른쪽(시계방향)으로 돌릴 때 손가락이 당신의 눈에서 점점 멀어진다면 바로 그것이 right-handed coil이다. 일반적인 나사(오른나사)를 돌려서 재료에 박아 넣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Handedness는 코일을 180도 돌려 놓아도 달라지지 않으며, 1차 권선과 2차 권선의 handedness가 동일하다면 둘 다 시작 또는 끝에 해당하는 곳의 위상이 같으므로 여기에 검은 점을 찍어 표시하면 된다.

다음에 공부할 것은 R-코어 트랜스포머의 제작 실제에 관한 것이다. 우선 제이앨범 한병혁 님의 유튜브 동영상('진공관 출력트랜스용 R-코어 소개', 15분 29초 분량)을 통해 R-코어 트랜스포머가 무엇이고 왜 음질이 우수한지 복습해 보자. 제이앨범이 진공관 앰프 자작에 관하여 내게 미친 영감과 실질적 도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두 번째 그림(VIAS)에서는 1차 및 2차 권선을 따로 그렸지만, 실제는 하나의 보빈(원형의 실패와 같은 구조물)에 두 종류의 권선을 감는다.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 자작에서 흔히 그렇게 하듯이 하나를 다 감고 나머지를 감는 단순한 방법도 있고, 번갈아 감는 방법도 있다. 다음 그림과 같이 똑같은 규격의 보빈에 1-2차 권선을 함께 감은 것을 두 개를 마련한 뒤 R-코어 하나의 양 팔에 하나씩 끼워 넣어야 된다. 그리고 두 보빈의 동일 차수 권선(1차와 1차, 2차와 2차)을 직렬로 연결해야 한다. 즉 자연스럽게 '2분할 감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연결을 해야 하나?

오른쪽의 것이 1-2차 코일을 다 감은 완성된 보빈이다. 절연테이프를 두른 뒤 왼쪽처럼 두 개를 하나의 코어에 끼워 넣는다. 보빈에 코일을 다 감은 것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나도 모르게겠다. 

일단 1차 권선을 서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2차 권선도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VIAS 그림에서 보인 이론적인 트랜스포머에서는 보빈의 양 끝에 에나멜선이 각각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두 개의 보빈에 분할하여 감은 권선을 직렬로 연결하려면 R-코어를 따라서 서로 가깝게 향한 선을 연결하면 된다. 권선을 180도 돌려서 장착해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R-코어 권선을 감을 때에는 보통 보빈의 한쪽 끝면에 시작과 끝 선이 전부 나오게 만든다(꼭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그림에서 굵은 점선 아래쪽 절반에 그린 것이 일반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각 그림에 대하여 왼쪽의 것은 권선의 직렬 연결을 보기 쉽게 나타낸 것이지만, 실제 R-코어에 권선을 이렇게 끼우지는 않을 것이다. 오른쪽 그림과 같이 코어의 양 팔에 권선을 하나씩 끼우게 되는데 방향이 헷갈릴 것이다. 위의 경우는 이미 설명했듯이 바로 끼우나 뒤집어 끼우나 상관이 없고, 서로 가까운 선(코어를 따라 마주보는)을 연결하면 직렬이 된다. 그러나 권선작업을 한 뒤 보빈의 한쪽 면에 에나멜선의 시작과 끝이 같이 나오도록 마감을 하였다면, 고정 방향은 하나로 결정되어 버린다. 노출된 양 끝선이 전부 한 면을 향하도록 코어에 끼운 다음, (끝-끝)을 서로 연결하면 된다. (시작-시작)을 서로 연결해도 되지만 편의상 나는 (끝-끝)으로 통일하기로 한다.

R-코어용 권선 두 개를 서로 연결하는 법. 1차 권선 및 2차 권선 전부 동일하다. 빨간 X자 표시는 실수로 넣었다. 원본 그림을 남겨 두지 않아서 수정을 하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기본적이면서도 꽤 중요한 사항을 알아 보았다. 그러나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것이 있다. 2차 권선 두 가닥 중 어느 것을 NFB 연결에 사용할 것인가? 사실은 이렇게 고민할 필요는 별로 없다. 2차 권선에서 나오는 두 가닥의 리드선 중 어느 하나를 초단 캐소드 저항 아래에 연결해 본 뒤 굉음이 나거나 소리가 더 커지면, 반대편의 것을 연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접근한 것과 실제 실험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성미라서,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를 추론해 보기로 한다. 일단 두 개의 진공관을 연이어 거치게 되므로 플레이트를 거쳐 출력 트랜스포머 직전에 다다르는 증폭 신호는 입력과 동일한 위상일 것이다. 그리고 VIAS 그림과 같이 1차와 2차의 감는 방향이 같을 경우, 시작(또는 끝) 리드선은 위상이 같다고 하였다(즉 검은 점). 그렇다면 1차 권선의 시작점을 플레이트에, 2차 권선의 시작점을 8 ohm 위치라 생각하고 이를 NFB 포인트로 삼아 초단쪽에 연결하면 될 것이다.

S와 E는 감은 코일의 시작(start)과 끝(end)을 의미한다. 두꺼운 빨간색은 1차, 나머지는 2차 코일의 직렬연결을 뜻한다. 1차와 2차 코일은 전부 보빈 위에 같은 방향으로 감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E와 E를 연결하였지만, S와 S를 연결해도 된다. Global negative feedback을 걸기 위한 배선은 2차의 8옴 측에서 따면 된다. 출처: 내 블로그(링크)

실제 앰프에 연결하여 테스트한 결과는 내 추론과 잘 일치하였다. 출력 트랜스포머에 극성을 표시한 회로도를 다음의 그림에 보였다. 다음번 제작을 꿈꾸는 회로도에 맞추어 그린 것이라 진공관 형번과 다른 부품의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본문에서는 트랜스포머의 극성을 '검은 점'으로 표시한다고 설명했는데 LTspice로 그린 회로도에는 속이 빈 작은 원으로 극성이 표시되었다.

대충 시행착오로 해도 될 일을 변변치 못한 이론을 곁들여 부정확하게 설명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진공관 앰프 자작인에게 고민을 덜어주는 기회를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오류가 있다면 얼마든지 지적 바랍니다!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읽을 거리

내가 바이블로 삼는 The Valve Wizard는 출력 트랜스포머 관련 사항은 다루고 있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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