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세운 계획이 항상 100%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도중에 흥미를 잃어서 그만 두기도 하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도중에 대폭 계획이 바뀌기도 한다. 작년 말에 감은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사용해서 6V6 싱글 앰프를 만들어 보겠다고 어렴풋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을 꼭 올해 안에 달성할 필요는 없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진공관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이고 있을까? 화장실 백열등이 '퍽'하고 끊어지듯이 돌연히 사망하는 일도 있겠지만, 대개는 조금씩 성능이 감퇴되기 때문에 언제 교체를 해야 할지 정확히 판별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측정을 통해 데이터시트에 표기된 수치의 50~60% 정도로 열화되었을 때 교체하는 것이 현명할 터인데, 그저 취미로 앰프를 이따금 만드는 사람이 진공관 테스터(기성품)를 갖추기는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간단한 수준의 진공관 테스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소위 '에미션'의 정도를 재면 된다. 진공관을 오래 쓸수록 주어진 플레이트 전압과 바이어스 전압에서 흐르는 플레이트 전류가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3 power pentode의 특성 곡선을 보자.
데이터시트는 The Valve Museum(링크)에서 가지고 왔다. |
빨간색 세로선은 플레이트 전압이 125V인 상황이다. 바이어스 전압이 -10V라면 32 mA(파란색 점)가 플레이트로 흘러야 한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진 진공관은 동일 조건에서 더 적은 전류가 흐를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조건에서 20 mA(녹색 점)이 흐를 것이다. 정상적인 43 pentode는 동일 플레이트 전압에서 바이어스를 더 깊게(-15V) 걸어야 이런 전류값이 측정될 것이다.
이상은 단일 조건에서 측정한 결과만을 논한 것이다. 플레이트 전압을 고정한 상태에서 바이어스 전압 변화에 대한 플레이트 전류 변화분을 구하면 상호 콘덕턴스(mutual conductance, gm)가 된다. gm은 저항의 역수이므로 ohm을 뒤집은 'mho'를 단위로 쓴다.
바이어스 전압이 1V 올라갔더니(-10V => -9V) 플레이트 전류가 1mA 더 흘렀다면, gm은 (플레이트 전류 변화분)/(바이어스 전압 변화분) = 1mA/1V = 1 millimho = 1,000 micromho가 된다. 물론 진공관의 작동이라는 것이 모든 영역에서 선형적인 것은 아니니 지나치게 극단적인 플레이트 전압/바이어스 전압 조건에서 플레이트 전류를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넷을 뒤지면 진공관 테스터 DIY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심지어 curve tracer를 만드는 방법도 이따금 보이는데, 그런 수준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간단한 진공관 테스터 자작 정보를 찾아 보았다.
[Valve Heaven] A low cost, easy to build diy valve/tube tester
이것이 매우 적당해 보인다. 배전압 정류회로를 사용하여 스크린 그리드 및 플레이트 전압을 몇 단계로 조절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된다. 가령 내가 사용하는 진공관은 히터 전압이 6.3V, 12V, 25V로 다양하니 DC 어댑터와 조절 가능한 컨버터를 조합하면 될 것이다.
진공관 테스터 제작 매뉴얼을 인쇄해 놓고 여가 시간에 읽어 나가면서 나의 상황에 맞추어 아이디어를 다듬어 나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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