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대단히 거창하나 글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끝에 다다르면 옴(Ohm)의 법칙이 모든 것을 지배함을 알게 될 것이다.
진공관 테스터를 만들려면 바이어스 전압을 바꾸어 가면서 공급하는 회로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앰프를 만들 때 널리 사용하는 자기 바이어스 회로를 쓸 수는 없다. 가장 간단하게는 30V 정도의 DC를 얻어서 가변저항(포텐셔미터)을 통해 컨트롤 그리드에 연결하면 된다. 단, (+)극에 해당하는 선을 주 회로의 그라운드에 연결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렇게 해야 그리드에 마이너스 전압이 걸린다.
B 전원(HT)을 만드는 파워 트랜스포머의 2차 탭에서 선을 따서 마이너스 수십 볼트의 직류를 만드는 기법도 있는데, 회로를 이해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상세한 설명은 The Valve Wizard의 Bias supply 항목에 잘 나온다.
나는 소용량 전원 트랜스포머(220V:15-0-15V)를 여분으로 갖고 있기에 이를 가변 바이어스 공급회로에 사용할 예정이다. 흐르는 전류량은 매우 적으므로 작은 용량의 트랜스포머로도 충분하다.
The Valve Wizard 웹사이트에서 소개한 기본적인 바이어스 공급회로를 잠시 들여다보자. 빨간 글씨는 내가 추가한 것이다. R2와 R3이라는 저항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공관 테스터를 자작하는 정도의 수준에서는 생략해도 큰 문제는 없다. C2는 여러 진공관이 이 바이어스 공급회로를 같이 사용할 경우 grid leak current를 디커플링하는 동시에 P1과 같이 평활 필터의 역할을 한다. 전류량이 적어서 주 평활 캐패시터(C1)와 마찬가지로 큰 용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략 10~100uF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림 출처: The Valve Wizard - Bias supply(링크) |
먼저 R2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이것이 없다면, 가변저항을 끝까지 돌렸을 때 0V의 전압이 얻어질 것이다. 바이어스 전압이 0V이라면 플레이트 전류가 과도하게 흐를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역할이다.
R3은 일종의 pull-down resistor에 해당한다. 만약 가변저항의 회전자 접촉이 좋지 않아서 허공에 뜬 상태가 되면, 그리드에는 아무런 전압이 가해지지 않는다. 바이어스 전압이 0V인 상태보다 더욱 위험하다. 이럴 때 바이어스 전압을 최대의 마이너스 값으로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한다. 아주 품질이 좋은 가변저항을 사용한다면 R3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군다나 진공관 테스터는 앰프처럼 장시간 켜 두는 것이 아니므로 생략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R2와 R3은 안전장치의 역할을 한다. 다만 P1 와이퍼의 회전 각도에 따라 실제로 몇 V가 나오는지 계산하는 것이 조금 귀찮아진다. R3을 P1의 열 배 정도 값으로 해 놓으면 최종 출력 전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류 직후 -30V(Vin)가 만들어졌다고 하자. P1 = R2 = 10K라면, 출력되는 전압의 조절 범위는 -15V~-30V가 된다. 초단관이라면 바이어스 전압을 0V에 가깝게 만들어야 하므로(이를 '높은 바이어스 전압'이라 표현하는 것은 좀 어색하고, '얕은 바이어스 전압'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일반 자작인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으나...) R2에 더 작은 값의 저항을 써야 한다. 다음의 원칙을 이해하면 가변저항 회전 각도에 따른 바이어스 전압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 P1의 와이퍼 위치에 따라 저항값은 A와 B로 나뉜다.
- 정류회로 양 끝에 걸리는 전체저항은 (A와 R3 병렬연결) + B + R2이다.
- (정류회로에서 출력되는 전압) x (B + R2)/전체저항 = (바이어스 전압)이 된다.
-30V, P1 = 10K, R2 = 100R, R3 = 100K의 조건에서 조절 범위는 -0.6~-30V로 계산이 되었다. 다른 것을 그대로 두고 R2 = 1K로 하면 -3V~-30V가 된다.
Vin = -30V, R3 = 100K인 조건. |
진공관 테스터의 스크린 그리드 및 플레이트 공급용 전원은 최대 300V 정도가 나오는 DC-DC boost converter를 쓸 계획이라서 적당한 DC 전원만 마련되면 제작 자체는 매우 간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머릿속에서만 설계하고 납땜을 하다가 그냥 꼬리를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바이어스 공급 회로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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