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아내와 함께 종묘를 산책한 뒤 낙원상가 3층을 둘러 보았다. 특별히 살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화려한 모습의 악기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게을리 했던 악기 연습을 다시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별난 모습의 에피폰 기타. |
머리가 없는 일명 headless 기타의 대명사인 Steinberger의 "Spirit" |
이펙터가 이렇게 예쁠 수도 있구나! 마치 미술 재료상의 진열장 같다. |
벌써 2년 전에 수리를 한 뒤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나의 삼익 세미할로바디 기타(1999년 구입)에 다시 관심을 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시에 쓴 글 - '삼익 일렉트릭 기타의 수리가 끝나다'). 역시 낙원상가 방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주말에 대전 집에 다녀오면서 기타와 멀티 이펙터(Korg AX3G), 그리고 다이렉트 박스를 가지고 왔다. 오디오 믹서가 있으니 PC(주로 유튜브), AX3G 등 여러 입력을 다루기에 매우 편리한 환경은 이미 갖추어 놓았다. USB audio interface도 보유한 터라 PC를 통한 연습 수준의 재생과 녹음도 가끔 해 보고 있다. 아, MIDI controller keyboard를 마지막으로 연결한 것이 몇 주 전이더라...
먼지가 가득한 기타에 케이블을 연결해 보았다. 이런? 프론트 픽업에서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픽업 셀렉터의 문제인가, 혹은 픽업 내부에서 단선이 일어났나? 혹시 픽업을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2년 전 수리를 할 때 셀렉터는 교체를 한 상태라서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고, 심한 충격을 주지 않았다면 픽업 내부에서 선이 끊어질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셀렉터를 분해해서 F-홀 바깥으로 꺼내어 보니 배선이 끊어진 곳은 없었다.
너무 오래 작동을 하지 않아서 픽업 셀렉터의 접점에 더러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셀렉터 조작을 수십번 반복하니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레버를 전환한 상태에서 잘 움직여 보면 소리가 더욱 커지기도 한다. 옳거니, 접점의 문제가 맞겠군... 작은 세공용 줄을 사용하여 접점을 몇 번 문질렀더니 완벽한 수준으로 소리가 나게 되었다. 내친 김에 기타용 케이블의 플러그도 문질러서 광택이 나게 하였다.
돌이켜보니 앰프에는 거의 연결을 하지 않고 기타를 쳤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세미할로바디라서 앰프를 연결하지 않아도 소리가 비교적 크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두었으니 전기부품의 작동 상태를 알 수가 있나... 그렇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전기기타는 전기를 먹어야 한다. '멀티이펙터+믹서+헤드폰+가끔 PC로 녹음하기'의 조합이라면, 나의 기타를 더 이상 외로운 상태로 놔 두지는 않게 될 것이다.
모델명 없는 나의 기타(1999년 구입). 삼익에서 그렉 베넷 모델을 출시하면서 만든 프로토타입으로 알고 있다. Royale RL3와 유사하나 바인딩과 금속 부품의 도금이 다르다. |
일렉트릭 기타 구입처 정보
악기를 구입하기에 절대적으로 좋은 위치(즉, 서울)에 있는 동안 기타를 하나 더 사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내기가 어렵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낙원상가도 좋고, 중고 거래도 좋다. 악기 정보 및 중고거래 사이트로 잘 알려진 뮬(https://www.mule.co.kr/)에 며칠 들락거려 본 결과 몇몇 판매자들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국산 OEM 제조 기타를 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혹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노 브랜드' 제품 중 쓸만한 것, 또는 OEM 기타 중 약간 흠이 있는 것을 주로 판매한다. 특히 '악기플러스'는 좋은 제품을 실 사용에 문제가 없이 세팅하여 싸게 파는 것으로 유명한 것 같다. 아래의 링크는 각 판매자가 최근 6개월 동안 올린 매물(일렉트릭 기타로 한정)의 정보이다. 이미 팔린 물건까지 보려면 상세검색 메뉴에서 판매여부를 '전체'로 놓으면 된다.
두 판매자 전부 인천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도 특이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기타 제조 및 수출업체가 인천에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DBZ(창립자인 Dean Barrett Zelinsky이름을 딴 기타 회사로 현재는 Diamond Guitars로 바뀌었다고 함, 위키피디아 및 공식 웹사이트 - 특색이 있는 디자인의 기타를 볼 수 있음)라는 브랜드의 기타를 많이 취급하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DBZ 기타의 헤드스톡에 붙어있는 새가 먹이를 낚아채는 모양의 금속제 DBZ로고 플레이트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할 정도이니 꽤 알려진 브랜드였던 것 같다. 사실 삼사일 전까지는 DBZ 또는 Diamond는 전혀 모르던 브랜드였다. 독특한 모양의 set-in neck를 갖춘 기타, 혹은 아예 플라잉 V 스타일의 기타에 관심이 간다. 플라잉 V 기타를 갖게 된다면, 아마 뾰족한 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까져 나갈 것이 뻔하다.
이미 삼익 기타와 스콰이어 텔레캐스터(대전 사무실에서 장시간 쉬는 중)을 갖고 있으면서 또 무슨 기타란 말인가. 세워 놓을 공간도 부족한데.. 웹질이나 하면서 눈요기할 거리를 새로 찾았다는 것에나 만족하기로 하고, 연주 및 녹음 연습이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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