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8일 금요일

앰프와 스피커 사이에 연결하는 음량 조절기 SVC-45

집에서 사용하는 InterM 파워앰프(R150 Plus)의 출력이 너무 커서 LEEM Micro Mixer를 입력쪽에 연결한 일이 있었다.

LEEM 마이크로 믹서는 잡음과 왜율이 상당히 높기에 가정에서 편안한 음악감상을 하는 용도로는 다소 부적합하다. 적당한 버퍼 프리앰프를 구해서 포텐셔미터를 달아서 쓰면 어떨까 생각을 하며 웹 서핑을 하다가 흥미로운 물건을 하나 발견하였다. 파워 앰프와 스피커 사이에 달아서 음량을 조절하는 물건이다. Transformer-type volume attenuator가 정식 명칭이 될 것 같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품명은 "SVC-45 변압기, 커플 스피커 스피커 볼륨 컨트롤러, 양방향 볼륨조절"이다(링크). 모델명의 45는 다룰 수 있는 최대 입력 출력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한 채널에 해당하는 것인지 혹은 두 채널을 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공공 장소 등에 설치된 스피커의 음량 조절을 위한 장치로 여겨진다. 


탭이 여러 개 달린 트랜스포머에 12단 로터리 스위치가 달린 형태로 추측된다. 기판 뒷면에는 1/2/4/8x라고 인쇄된 절환 스위치가 있다. 증폭을 위한 것인가? 설마... 감쇠를 위한 것이겠지. 

국산 방송용 스피커 음량조절기(예: 소비코 ATT-30, 이것 역시 트랜스포머 채택)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절 단계가 좀 더 많고, 두 채널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InterM 제품은 하이 임피던스 출력이 있는 PA 앰프 용이라서 배선 방법이 약간 아리송하다. 반면 SVC-45는 결선 방법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나는 트랜스포머라는 것은 어떤 경우든 음질의 열화를 촉진한다고 믿는다. 비싼 트랜스포머를 입력단에 배치하여 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시도를 종종 보게 된다. 빈티지 트랜스에 정성스럽게 커넥터를 납땜하여...

[클레이팟의 블로그] 라인트랜스: 버드님의 버날로그에 대한 심층 탐구

정해진 비율로 오디오 신호를 줄이려면 이렇게 트랜스포머를 쓰는 것도 가능하고, 단순하게 저항을 이용하여 L-pad를 적용해도 된다. 앰프 출력단이 아니라 입력단에 달아도 될 것이고(이 경우에는 저항 수치를 수십 킬로옴 정도로 올려야 할 것)...

이 회로를 이용하면 신호는 6 dB 정도 줄어들 것이다. 출처: The L-Pad 

감쇠기 제작 비용은 저항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적게 들겠지만, 출력단에 배치하는 경우 줄어든 오디오 출력은 열로 발산될 것이다. 트랜스포머는 통과시키지 못하는 주파수(귀에는 들리지 않겠지만!)가 있으니 소리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니켈 퍼멀로이 트랜스 실험이라는 글을 보면, 트랜스포머를 통과한 신호가 오실로스코프 상에서 매우 깨끗하게 나타남을 보이고 있다. 저항을 이용한 감쇠기로는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원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인간의 감각은 매우 주관적이다. 트랜스포머는 오디오 기기를 구성하는 부품 중 가장 결함이 많다고 알고 있으나,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묘한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만약 감쇠 비율이 동일하다면, SVC-45를 구입하여 앰프와 스피커 사이에 연결하는 것과 600Ω: 2K4 퍼멀로이 오디오 트랜스포머를 한 세트 구입하여 소스 기기와 앰프 사이에 연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할까? 무척 궁금해진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가 문득 내가 MAX4410 칩을 사용한 헤드폰 앰프 보드를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링크). 이것을 연결하여 음량을 조절하면 되지 않겠는가?

헤드폰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볼륨 노브를 11시 방향 정도로 두었을 때 입력과 거의 같은 레벨의 증폭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것이라면 파워 앰프 전단에서 신호 감쇠용으로 써도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괜한 궁리를 한 셈이 되었는데, 신호 입력단에서 쓰이는 트랜스포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eBay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빈티지 트랜스포머...!

2022년 11월 21일 업데이트

MAX4410 헤드폰 앰프를 소스 기기(라즈베리 파이)와 TDA7265 파워 앰프 사이에 연결해 보았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아, TDA7265 파워앰프 안에 NE5532가 박힌 버퍼 프리앰프 보드가 이미 들어 있었지(2021년 7월 글 링크)... 

제 나름대로의 컴포넌트 오디오 시스템.

Linn Jazz를 한참 듣다가 아쉬움을 남기고 출근하였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