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M R150PLUS. 상세 자료는 인터엠 영문 사이트의 제품소개 페이지에 있다. |
라즈베리 파이 -> USB DAC(Behringer UCA200)를 거쳐 인터넷 라디오를 재생하는 모습. DAC의 RCA 출력을 앰프의 balanced input에 연결하는 데에는 RCA to 55(TS) 케이블을 이용하였다. |
'Bridged mono' 모드로 설정한 다음 빨간색 단자 두개에 8옴 스피커를 하나만 연결하면 150와트(TDH 0.05%)의 파워가 나온다. R150이라는 모델명은 파워 수치에서 딴 것으로 보인다. |
볼륨 노브를 돌려보면 각 단계마다 걸리는 느낌이 난다. 좌우 채널을 별도로 조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바람직한 설계이다. |
그러면 내가 오늘 중고로 구입한 인터엠 R150PLUS는 무슨 앰프인가? SR용 파워 앰프에 가깝지만 요즘 널리 쓰이는 것들에 비하면 비교적 출력이 작다.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나 교회에서 음악과 스피치용 파워앰프로 쓰면 적당한 모델이다. 8옴 스피커에 대하여 50W+50W 파워를 내므로, 어설프게 만들어 1와트도 내지 못하는 잡음 투성이 진공관 싱글 앰프를 갖고서 능률이 떨어지는 스피커 시스템을 잘 울리지 못하여 겪었던 고생을 저 멀리 날려 버릴 수 있다.
인터엠 영문 페이지에서 R-PLUS 시리즈 'Reference Amplifier'의 소개 글을 가져다가 인용해 본다.
- The R-PLUS Series are a dual-channel, high-performance amplifiers. Their clear, open sound and quiet operation make them ideal for reference systems and church sound applications. Inputs are via balanced XLR or 1/4” connectors, outputs are via rugged five-way binding post connectors.
- All units have soft-start protection circuitry and feature signal, protection and clip indicators on the front panel. For added versatility, they may be operated in stereo, dual mono or bridged mono mode.
- They have front panel mounted mains switch, level controls and indicators for power, protection, clip and signal present. Convection-cooling provides noise-free ventilation for critical applications. Mains inlet is via an iec connector. The R-PLUS Series amplifiers are powered by 100-120VAC or 220-240VAC 50/60Hz(depending on country requirements) and are packaged in a 3.5” (2RU) rack mount enclosures.
이런 타입의 앰프는 가정용 하이파이 앰프와 비교하여 음질이 더 나쁠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SR 앰프는 밸런스 입력을 지원하고, 튼튼하며, 각종 보호 기구가 존재한다. 그만큼 가혹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만든 것이다. 출력이 300~500와트를 넘어가면 일반적으로 모터로 돌리는 냉각용 팬이 장착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하여 가정에서 음악감상용으로 쓰기에는 불편함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모델은 방열판만으로 냉각을 하기에 팬 소음이 없다.
왜 이런 앰프를 살 생각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직접 만든 진공관 앰프에서 만족을 하지 못했던 것에 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가정용 오디오 앰프에 대해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가정용 오디오 전성기에 나오던 앰프 중고품은 상태가 좋은 것으로 고르기가 점점 어렵다. 반면 SR 앰프는 중고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어서 적절한 가격의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출력이 그렇게 높지 않은 제품이라면 새것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랙에 고정하는 앰프라서 다리는 달려있지 않다. 적당한 고무발 같은 것을 달아 주어야 되겠다. 가구 위 유리판에 얹어 놓았더니 생각보다 가벼워서 자꾸 미끄러진다. 언밸런스 오디오 기기를 입력에 연결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소스 자체가 언밸런스이므로 콘솔 믹서 같은 것을 중간에 일부러 삽입하여 밸런스 출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어차피 가정에서 쓸 것이라 신호선이 길지 않아서 밸런스 연결의 장점을 누릴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입력 단자는 TRS(55 type)과 XLR 두 가지가 준비된 상태인데, 갖고 있는 커넥터가 하도 많아서 문제가 없다. 과거에 믹서, 전기기타, 신시사이저 등을 조금씩 다룬 일이 있어서 온갖 타입의 커넥터를 이미 구비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작 진공관 앰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다. 이제는 만든 앰프를 더 이상 둘 곳도 없다. 적은 비용으로 실패 없이 만들기 위해 소출력 싱글 앰프에만 집착을 했고(그나마 6LQ8 푸시풀 앰프를 경험한 것은 다햄임), 운명적으로 자작 싱글 앰프의 출력이 낮아서 이미 갖고 있는 스피커를 충분히 울리지 못하니 덩달아 고능률의 풀레인지 스피커 유닛을 구하여 직접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고자 기성 반도체 앰프로 과감히 전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동안 고만고만한 진공관 앰프를 여럿 만드는데 들어간 노력과 비용을 제대로 된 앰프 하나에 쏟아 부었다면, 지금과 같이 실망감과 함께 더 이상의 자작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돌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최소한 소리전자의 6V6 싱글인 '돌쇠' 시리즈로 시작을 했어야 한다.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진공관 앰프는 과감히 정리하자. 43과 PCL86 앰프가 그러하다. 6LQ8 푸시풀 앰프는 그런대로 만족할 수준이니 잘 보수하면서 활용할 생각이다. 아마도 6LQ8과 6P1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진공관 오디오의 진정한 가치를 미처 경험하지도 못하고 어설프게 그만 두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미 7년 이상 충분히 노력했고, 그만하면 되었다고 본다. 만드는 재미에서 오는 보람을 느끼는 것과 완성도 높은 앰프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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