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막 내려서 먹는 핸드드립 커피를 '막커피'라고 불러 보겠다. 내가 처음 쓰는 낱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이미 '막드립'이라는 낱말을 쓴 글이 있었다(2015년도 네이버 블로그 링크). 내가 생각하는 막커피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 커피 원산지, 로스팅 정도, 블렌딩 여부 등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로스팅 날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물의 온도를 측정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원두의 양(스푼으로 계량)과 물의 양 정도만 맞추고, 총 3분 30초 정도에 추출 과정을 끝내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핸드드립을 할 때 탐스럽게 피어오른 수국꽃처럼 거품이 올라오는 모습을 본 일이 없고, 늘 산미가 남는다. 기회가 되면 핸드드립을 해 주는 카페에 가서 허락을 받은 뒤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보고 싶다. 하긴, 유튜브를 검색하면 커피를 내리는 모범답안 동영상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블로그에는 '커피를 끊다'라는 제목의 글도 있었다. 길게는 1년이 넘게 커피를 마시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다시 커피를 즐기는 인생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막커피를 시작한 것은 아마 10년도 훨씬 더 이전이었던 것 같다. 웬만한 커피 관련 장비는 이미 다 갖고 있으니 말이다. 수동 그라인더, 전동 그라인더, 드립용 주전자, 아들이 선물한 염가형 에스프레소 머신, 프렌치 프레스... 모카포트만 빼고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동안 막커피 내려먹기 취미를 잊고 있다가 아내 친구의 딸이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로 준 원두 한 봉지를 내려먹기 위해 대전 집에 있던 커피 기구를 서울로 가져오고, 또 필요한 것은 당근마켓에서 구하면서 다시 막커피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원두를 다 소모한 뒤에는 일단 스타벅스에서 적당한 것을 한 봉지 구입하여 아침마다 막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것도 다 먹게 되면 광화문 인근의 로스팅 샵을 한번 이용해 보련다. 대전 전민동에 있을 때에는 mori's coffee에 가끔 들러서 원두를 사고는 했었다.
내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2 서울카페쇼! 가 보고 싶지만 일일 입장료가 2만원이나 되어 약간 고민을 하는 중이다. |
커피는 막 내려서 마실지라도 인생은 막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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