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3일 금요일

인켈 튜너 TX-5400 수리

2년 동안의 파견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인켈 TX-5400 튜너에 외부 안테나를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더니 모든 FM 방송이 모노로만 잡혔다. 전에는 KBS 1 FM의 스테레오 수신만 불량한 상태였었다.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하여 국내외의 다양한 인터넷 라디오를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전원을 넣고 부팅이 될 때까지 결코 짧지 않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였다. '전원을 켜면 즉각 소리가 난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장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도 라즈베리 파이로 음악을 듣는 과정이 성가시게 느껴지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휴대폰으로 볼류미오를 조작하라고 알려주기에는 미안하다. 비록 최근에 새로 들인 인터엠 R150PLUS 레퍼런스 파워 앰플리파이어는 보호 메커니즘 작동 때문에 전원을 넣은 뒤 몇 초를 기다려야 릴레이가 붙고 소리가 나기 시작하지만... 

음질 면에서도 특히 KBS 1 FM은 튜너로 들을 때 더 박력이 있게 느껴졌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낸 금요일, 튜너를 들고 인켈·바텔 대전서비스센터를 찾아 수리를 의뢰하였다. 이곳은 단순히 소비자용 인켈 앰프를 수리하는 곳이 아니라 방송장비 대리점을 겸하고 있었다(웹사이트 링크; 인켈 공식 웹사이트의 서비스센터 정보를 찾으면 이 링크는 보이지 않음). 코일을 교체하여 정상 기능을 되찾았다. 스테레오 수신 표시를 얼마 만에 보는 것인가? 수리 비용은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돈이면 TX-5400과 비슷한 등급의 중고 튜너를 다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동 상태는 보장하기 어렵다. 

'앞으로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요?' 수리 기사에게 물어 보았다.
'7년쯤 지나면 앰프나 튜너의 부품이 삭기 시작할 겁니다'. 

내가 집에서 인터엠 R150PLUS 앰프를 최근에 구입하여 쓰고 있다고 했더니 매우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방송용 앰프를요?' 뭐 어떠랴.

내가 이 튜너를 중고로 구입한 것이 언제였을까? 아마도 2014년 무렵이 아니었을까? 공교롭게도 7년의 시간이 지났다. 수리 기사의 말이 맞다면, 그때 신품으로 튜너를 샀다 하더라도 지금쯤 스테레오 수신 불량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신품으로 구입했던 오디오 시스템이 몇 년이 지나면서 튜너의 수신이 불량해지는 현상을 최소한 두 차례 경험했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내 생각일 뿐이다)이 흐르는 동안 이렇게 빨리 열화되는 부품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 손가락 한 마디도 안되는 코일이 바로 문제이다.

그러면 반도체 칩 몇 개로 구현한 라디오 수신 모듈은 어떻게 하여 코일 같은 것이 없이 작동하는 것일까? '전통적'인 튜너보다 수명이 더 길까? 나도 DSP PLL stereo FM receiver module을 하나 구입하여 테스트해 본 일이 있는데, 음질은 영 꽝이다. 이런 라디오 수신 모듈과 컴포넌트 오디오를 구성하는 단품 튜너의 음질이 비슷하다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물론 이런 식의 비교 자체는 공정하지 못하다. 90년대 초반의 데스크탑 컴퓨터보다 현재의 휴대폰을 비교해 보라. 크다고 더 좋은 것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DSP PLL stereo FM receiver module. 사진 출처: AliExpress
내가 실제로 구입하여 갖고 있는 FM 수신 모듈.

이 FM 수신 모듈과 관련하여 블로그에 작성한 글은 다음과 같다. 둘 다 2016년에 쓴 글이다.

처남에게서 얻은 B&W DH10 스피커(관련 글 링크)를 거실에 두게 되면서 인터엠 R150PLUS 파워 앰프를 사게 되고(관련 글 링크), 거실에 늘 두고 쓸 소스 기기로서 튜너를 수리하게 되었으니 우연히 벌어진 일의 나비 효과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는 것이 매력 아닌가? 올해 내가 만든 두 대의 진공관 앰프가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 촬영 현장에 놓이게 될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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