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의 소리가 남다른 감동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주문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고 -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 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직접 자작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남은 것은 무엇인가? 수북하게 남은 처치 곤란한 부품들, 그리고 자작 과정에서 느꼈던 희열 정도가 될 것이다. 정녕 진공관 (싱글) 앰프가 나에게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었나? 답은 '아니올시다'라고 해 두겠다. 특히 최근에 출력이 충분한 반도체 앰프로 다시 돌아서게 되면서 이러한 결론은 거의 확고하게 굳어졌다.
6LQ8 푸시풀 앰프는 그런대로 힘이 있는 소리를 내 주었지만, 본디 오디오 신호 증폭용으로 만들어진 대중적인 관을 한번도 써 보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이영건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PCL86 초삼결 앰프는 지금껏 '좋은 소리를 낸다'고 믿고 사용해 왔었다. 그런데 출력 트랜스의 모양에 대해서 제이앨범에 글을 올렸다가 갭이 없는 형태의 저 트랜스는 필시 푸시풀 출력트랜스를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는 의견을 받은 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제이앨범] 싱글용 출력 트랜스의 갭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직 휴대폰에 남아 있는 이 선생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만 7년을 넘기 쓴 앰프에 대해서 이제 와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문의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아직 궁금증을 참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디오는 심리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감각을 이용하여 영위하는 모든 활동이 다 그러하겠으나...
적당한 수준에서 정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정말 음악 감상용으로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 앰프는 조금씩 줄여 나가야 될 것 같다. 어느 앰프가 퇴출(?)의 대상이 될지는 아직 좀 더 지켜 보아야 하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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