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0일 금요일

자작 진공관 싱글 앰프의 빈약한 소리에 실망을 하다 - 7년 반만의 결론

진공관 앰프의 소리가 남다른 감동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주문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고 -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 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직접 자작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남은 것은 무엇인가? 수북하게 남은 처치 곤란한 부품들, 그리고 자작 과정에서 느꼈던 희열 정도가 될 것이다. 정녕 진공관 (싱글) 앰프가 나에게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었나? 답은 '아니올시다'라고 해 두겠다. 특히 최근에 출력이 충분한 반도체 앰프로 다시 돌아서게 되면서 이러한 결론은 거의 확고하게 굳어졌다.

자작 43 앰프(왼쪽)와 주문제작 PCL86 앰프. PCL86 앰프는 오른쪽에서 잡음이 나기 시작하였다. 2014년 설 무렵에 구입하여 지금까지 사용했으니 슬슬 문제를 일으킬 시간도 되었다. 좌우의 관을 서로 바꾸어 뀌어도 잡음은 계속 오른쪽에서 난다는 것이 골칫거리. 초단관(12DT8)을 6N2P로 바꾸면 잡음은 사라진다. 물론 이렇게 쓰기 위해 히터 배선을 약간 바꾸는 수고를 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소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만약 SPL 92~93 dB/W/m 수준의 고능률 스피커를 갖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빈약한 출력의 앰프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 맞는 새로운 스피커를 찾는다면 그것은 뭔가 목표가 잘못 선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6LQ8 푸시풀 앰프는 그런대로 힘이 있는 소리를 내 주었지만, 본디 오디오 신호 증폭용으로 만들어진 대중적인 관을 한번도 써 보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이영건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PCL86 초삼결 앰프는 지금껏 '좋은 소리를 낸다'고 믿고 사용해 왔었다. 그런데 출력 트랜스의 모양에 대해서 제이앨범에 글을 올렸다가 갭이 없는 형태의 저 트랜스는 필시 푸시풀 출력트랜스를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는 의견을 받은 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제이앨범] 싱글용 출력 트랜스의 갭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직 휴대폰에 남아 있는 이 선생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만 7년을 넘기 쓴 앰프에 대해서 이제 와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문의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아직 궁금증을 참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디오는 심리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감각을 이용하여 영위하는 모든 활동이 다 그러하겠으나... 

적당한 수준에서 정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정말 음악 감상용으로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 앰프는 조금씩 줄여 나가야 될 것 같다. 어느 앰프가 퇴출(?)의 대상이 될지는 아직 좀 더 지켜 보아야 하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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