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간 한국 첫 AI 변호사··· 검사도 놓친 분석 '단 20초'
반면에 지난 8월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다.
AI 의사 가르칠 '데이터'가 없다. 수조원 쏟은 왓슨도 '위기'
(요즘 기사 제목에는 왜 이렇게 따옴표를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AI의 미래를 내다볼 때 데이터 부족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러한 다소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 어쨌든 방대한 자료에 의거해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업무는 점차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러한 질문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인공지능이 변호사 업무를 일상적으로 맡는 시대가 왔다고 가정하자. 법률 사무소를 찾는 고객의 주머니 사정이 전부 똑같지는 않을 터이니, 아마도 서비스 수준에 따른 차등 가격을 제시할 것이다.
- 500만원: 10만 건의 판례를 분석한 서비스 제공
- 1천만원: 30만 건의 판례를 분석한 서비스 제공
두 사람 사이에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가정하자. 의뢰인 갑은 500만원짜리 AI 변호사를, 의뢰인 을은 1천만원짜리 AI 변호사에에세 사건을 맡겼다. 누가 재판에서 이기겠는가? 더 많은 판례로 무장한 비싼 변호사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이건 좀 불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이는 AI 변호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변호사를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의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사례를 들어 보자.
만약 AI 변호사를 사용하는 법률 사무소가 통폐합을 거쳐서 하나의 회사가 되어버렸다고 하자. 그러면 서로 법률적으로 다투는 두 사람은 하나의 법률 사무소에 변론을 의뢰해야 한다. 이건 좀 이상한 사례이다. A와 B라는 자연인이 서로 다투고 있는데, 둘 다 C라는 법률 회사에 소송을 의뢰한다? 그러면 C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서로 다른 AI 변호사를 배정하여 일체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무조건 높은 수임료를 내기로 내기로 한 고객 위주로 일을 한다?
만약 A와 B가 주장하는 바를 C가 다 전해 듣는다면, 누가 옳고 그른지(정확히 말하자면 누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지)를 미리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누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모든 법률 회사가 하나로 통합되어버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규모나 간판 크기에 사람들이 쉽게 압도되어 버리는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다. AI 변호사를 채용한 회사에 자연인 변호사가 밀려서 도태되고, 격심한 경쟁 속에 독점 혹은 과점 체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는 AI 변호사로만 이루어지는 소송에 대하여 어떤 규정을 만들지도 모른다.
- (가능하다면) 다툼의 당사자들이 같은 법률회사에 사건을 의뢰해서는 안된다.
- 각 AI 변호사의 수임료 차이는 4배를 넘어서는 안된다(잘 지켜질 것 같지는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법칙에 따라서 월등히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더 높은 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자유를 왜 제한하느냐고 항의한다면 할 말이 없으므로).
- 부득이하게 (1)의 규정을 지킬 수 없을 때에는(예를 들어 다른 법률 회사가 슈퍼 갑 회사 하나뿐이라면) 의뢰를 받은 각 AI 변호사는 절대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않는다(수임료를 포함하여). 단, 사내 공용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법률집이나 판례는 같이 활용하되, 고객이 지불하기로 약정한 비용에 따라서 활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법률 회사의 자유이다.
그러나 (3)번 조항이 과연 잘 지켜질까? 법률 회사의 경영주가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너무 골몰한다면, 여러가지의 치시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가장 쉬운 시나리오는 돈을 더 많이 낸 고객이 일단 이기게 만들어 주는 것. 그렇게 해서 다음에도 또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독점 체제가 되면 그럴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두 의뢰인 사이의 쟁점 사항을 면밀하게 판단하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조작'을 해 나갈지도 모른다. 재판에서 누가 이기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따라서 고객이 법률 사무소를 찾아와서 사건을 맡기고 일단 계약을 하게 되면 약정한 금액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일이 절대로 없는지, 혹은 간혹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특약 조항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중에 재판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수임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특약 조항을 눈에 잘 뜨이지 않게 하여 계약서에 인쇄해 놓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법정에서 어떤 식으로 변론을 하면 재판이 질질 늘어지면서 결국 법률회사가 최대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이 전략 역시 AI가 알아서 할 것이다.
흠. 단편 소설 하나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잘 되면 영화 시나리오라도.. 아니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블로그에 쓰지 말았어야 한다. 어쨌든 AI가 만드는 이런 미래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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