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무판 위에 대충 올려진 부품들을 보면 - 완벽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하여도 - 언젠가는 싫증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후속 작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기 위해 '조립'이라고만 하였다. 먼저 회로도를 소개한다. 오른쪽 위에 보인 5극관 전력증폭회로의 기본 모양은 Harry Lythall의 웹사이트("Valve basics")에서 빌려온 것이다.
전력증폭회로 앞에는 소위 초단 혹은 드라이브단에 해당하는 회로가 있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내가 갖고있던 프리앰프를 쓰기로 했기에 이렇게 간단하게 앰프를 꾸미는 것으로 충분했다. 실제로 이 회로에 튜너를 직접 연결했더니 스피커(89 dB SPL/W/m)에서 미약하게 소리는 남을 확인하였다.
전원부를 미리 만들어 두었었기에 개천절 휴일 오전을 투자하여 조립을 마쳤다. 너무나 간단한 회로라서 오배선을 할 여지가 없었고 소리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43번 5극관 두 개의 특성이 똑같지는 않아서 같은 고전압을 걸었지만 그리드와 플레이트에 배분되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드 전압은 대충 -13 ~ -15 V 수준이 나왔다. 플레이트 전압은 105 V 정도였다. 아마 출력은 1 와트 내외가 될 것이다.
저녁때에는 튜닝(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부끄럽지만...)을 하여 만족할만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오전 작업 때에는 스크린 그리드와 접지 사이에 아무런 캐패시터를 연결하지 않았더니 '웅~'하는 소리가 매우 심하게 나는 것이었다. 험(hum)인가? 아니면 발진인가? 고전압부의 정류 및 평활회로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도 소용이 없었다. 초크 코일을 쓰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는 싫었다. 제이앨범을 비롯한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한 기억을 되살려 스크린 그리드와 접지 사이에 47 uF 캐패시터를 삽입하였더니 이 잡음은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실제 음악감상에는 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되었다. 아주 잘 만든 진공관 앰프의 배경 잡음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취미 수준으로 만드는 앰프에서는 참을 수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차마 보이기 부끄러운 배선 모습. |
광활한(?) 합판을 이렇게 비능률적으로 사용하다니, 배선 모습을 보이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데스크탑 앰프로 쓰기에는 너무나 크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별로 갖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남았는가? 우선 전원 계통의 배선은 아직 악어 클립으로만 연결한 상태이므로 확실하게 납땜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원 스위치(스파크 킬러를 넣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프리앰프부를 이렇게 두지 않고 다른 실험을 할 수도 있다.
라디오에 널리 쓰이던 골동품 수준의 진공관을 사용하느라 히터 전압을 만들기 위해 전원부가 예상보다 복잡해졌다. 그러나 HV 자체가 ~120 V 수준으로 별로 높지 않아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 및 개조를 할 수 있다.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기획부터 실행 완료까지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연말까지는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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