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든 43번 5극관은 꽤 좋은 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성의 단계는 아니다. 첫번째 문제는 히터 공급용 배전압 정류장치의 전류제한 저항에서 너무 열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아래에 보인 회로도에서 빨강 타원으로 둘러친 것). 5와트의 정격을 넘는 수준은 결코 아니나, 저항과 닿은 코팅 합판의 표면이 까맣게 탈 정도라면 방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저항에 다이오드를 연결하는 리드선 역시 매우 뜨겁다. 저항에서 나는 열이 리드선을 타고 다이오드까지 가는 것 같았다.
살다보니 저항에 방열판을 다는 일이 다 생긴다. 작동을 시키면서 발열 정도를 체크해 보았다. 방열판이 손을 댈 수는 있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방열 처리를 하기 전에는 거의 100도에 육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이후에도 다이오드는 여전히 전과 같은 정도로 뜨겁다. 그렇다! 다이오드가 뜨거워진 것은 저항과 연결한 리드선을 타고 열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다이오드 자체의 발열이었던 것이다. 1N400x 다이오드의 최대 작동 온도는 150도 가량이다. 이를 위협할 정도로 열이 나지는 않겠지만 신경을 늘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은 험(hum)을 잡는 문제이다. 트랜스를 차폐하고, 회로를 금속제 섀시에 꽁꽁 가두고, 접지를 하고... 이런 대책들이 보통 요구된다. 나무판 위에 부품을 그대로 노출시켜서 만들면 온갖 잡음이 유입된다는 의견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합리적으로 잘 만들어진 앰프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상태에서는 분명히 험이 들린다. 이는 볼륨 폿(프리앰프에서 조절)의 위치와는 무관하고, B 전압을 낮추면 줄어든다. 이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해결책은 전원부에 RC 필터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었다. 다음 회로도에서 빨강 점선 박스로 둘러싼 부분을 삽입하여 험을 사실상 제거하였다. 처음 설계할 때에는 이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위의 그림에서 'Rectifier & filter'라고 표현된 파랑 상자는 PC의 파워서플라이 기판에서 잘래낸 것을 활용함을 의미한다. 이 회로의 출력부에 대용량의 전해 캐패시터가 이미 존재하므로 추가적인 캐패시터는 없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PC 파워서플라이에서는 입력 전압을 정류하여 반분한다. 다음 그림을 보면 빨강 원으로 표시한 곳에서 전선을 뽑아내어 진공관 B 전압용으로 쓰는 셈이다. 대용량의 캐패시터가 두 개 있지만 이들 각각은 출력 전압을 반분하는 곳에 걸쳐있다. 빨강색에 해당하는 곳을 직접 가로지르는 캐패시터는 없는 셈이다. 내가 삽입한 47 uF 캐패시터(100R 저항과 함께)가 정류후 남은 리플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용 전원회로가 이러한 형식을 따르고 있음을 물론이다.
그림 출처: https://www.pocketmagic.net/wp-content/uploads/2012/05/simple_smps_5.png |
내가 만드는 진공관 앰프는 모두 이렇게 초크 코일이 없는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음질에 특별한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보인 RC 필터가 잡음 제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
어제까지 끝낸 작업의 결과물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프리앰프도 나무판 위에 고정하였고, 남는 외가닥 인터케이블(노랑색 RCA 커넥터를 보라)을 잘라서 프리앰프를 연결하였다. 스피커를 연결하는 바인딩 포스트의 고정 방법도 바꾸었다.
하루 종일 소스를 연결하여 음질과 발열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내 막귀로는 충분히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앰프와 무엇이 다른지를 잘 모르겠다. 6N1+6P1 싱글 앰프에 비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것 같기도 하다.
남은 일은 전원 스위치를 다는 일 정도이다. 이 앰프는 앞으로도 계속 실험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당분간은 섀시에 넣지는 않을 것이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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