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7일 토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8] 프리앰프 바꾸기

나무판 위에 서툴게 만든 43 오극관 싱글 엔디드 앰프를 매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어떻게 섀시를 만들지 고민을 하던 중 프리앰프가 망가지고 말았다. 재생 중에 갑자가 전원이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퍽' 소리와 함께 파일럿 LED도 꺼지고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잠시 살아나는 것 같다가 또 꺼지고를 반복하였다. 처음에는 전원 커넥터쪽의 접촉 불량이라고 생각했지만 납땜을 새로 해고 아무리 만져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전원을 넣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기다리는데 갑자기 연기가 나면서 대용량 저항이 타고 말았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고칠 능력이 없으니 이제 이 앰프는 12AU7 진공관 한 알을 남기고 잡동사니 상자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43 오극관은 전력증폭회로를 담당한다. 이 앞에서 신호(오디오 신호이므로 교류)를 적당한 수준으로 흔들어 줄 '드라이버'가 필요한 것이다. 드라이브단은 소스 기기에서 출력되는 전압을 흔들어 주는 것이라서 큰 전력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명색이 진공관 앰프이니 드라이브단도 진공관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43 오극관의 히터(25 V) 및 B+ 전원(95~160 V)은 요즘 보통 사용하는 다른 진공관과 같이 쓰기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진공관-MOSFET 하이브리드 헤드폰 앰프 겸 프리앰프를 사용했던 것이다.

제이앨범의 매니저께서는 요즘 43번 오극관을 이용한 앰프 회로의 설계를 거의 마쳐가고 있다. 초단에는 오극관인 6KT6을 사용한다. 계산 결과에 의하면 드라이브단에서는 36~40 V 정도의 범위를 흔들어야 한다. 반도체 프리앰프로는 이는 도달하기 어려운 값이다. 왜냐하면 전원전압이 결국 프리앰프의 출력 범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물론 게인도 중요하다).

이에 나는 수년 전에 만들었던 op amp 기반의 CMoy 헤드폰 앰프(위키피디아)를 개량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헤드폰 앰프 스테이션(하스)의 신정섭 님(sijosae)이 상세한 제작법을 소개하여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제작 정보). 놀랍게도 이 글은 2002년 작성된 글이고 2006년 이후 신정섭 님은 하스 커뮤니티의 자작방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근황이 무척 궁금하지만 나는 하스의 회원이 아니니 물어볼 수가 없다.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궁금하다면 Sijosae's DIY Gallery를 방문해 보자.

헤드폰 앰프는 프리앰프로 써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그 역은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별도의 목적을 갖고 있는 프리앰프가 진공관 싱글 앰프의 초단에 쓰여도 되는가? 진공관 전력증폭회로가 필요오하는 전압의 폭보다 훨씬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침실에서 그다지 크지 않은 음량으로 듣는 것이 목적이라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초단, 드라이브단, 위상반전단...

여기에서 잠시 진공관 앰프의 회로 구성에 대해서 잠깐 논하기로 한다. 위상반전단(inverter)은 푸시-풀 앰프에서 필요한 것이니 제외하기로 한다. 

사진 출처: Lenard Audio Institute
위의 그림을 보면 출력관을 구동(drive)할 전압을 만들기 위해 pre-amp와 driver의 두 단계(stage)를 거친다. 이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초단과 드라이브단을 각각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pre-amp라고 하면 특정한 목적이 있는 별도의 장비(즉 power amplifier 혹은 integrated amplifier와 구별되는)로 인식되는 것 같다. 소출력 앰프라면 진공관 한 알을 가지고서 프리앰프과 드라이버의 두 stage를 전부 담당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다. 초단, 위상반전단, 드라이브단 및 출력단의 의미를 서병익오디오 기술칼럼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링크).

헤드폰 앰프의 개조

내가 신정섭 님의 제작 정보를 따라서 만든 헤드폰 앰프는 게인이 약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저항을 각 채널에서 하나씩 바꾸어서 11배(20.8 dB)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43 오극관 전력증폭회로에 잠시 물려서 사용했던 프리앰프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사용된 op amp는 LF353(datasheet)이다. 


원래 op amp는 직류 양전원이 필요하다. CMoy 헤드폰 앰프에서는 9 V 전지 두 개를 직렬로 연결하여 +9/0/-9 V를 얻는 것이 기본이고, 신정섭 님의 버전에서는 9 V 전지 하나에 캐패시터와 저항을 연결하여 이를 반분하여 +4.5/0/-4.5 V를 만든다. 나는 갖고 있는 SMPS 어댑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9 V, 24 V 및 32 V의 것을 전부 연결해 보았다. 부품의 내압에는 문제가 없다. LF353 데이터시트에 의하면 최대 공급 전압 범위는 ±18 V이니 안전하다. 물론 게인을 더 올리지 않으면 출력 전압이 여기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TDA7297 '반찬통 앰프'가 희생되었다.
소리를 들어 보았다. 음량 수준은 바로 수일 전까지 사용하던 진공관-MOSFET 하이브리드 프리앰프와 비슷하다. 고급 op amp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잡음 수준도 양호하다.

반찬통 안의 남은 공간이 넉넉하다.

여분으로 보유한 op amp (TL072와 NE5532). 회로 기판에 지금은 LF353이 꽂혀 있는 것은 아마도 이들 중에서 잡음이 제일 적어서 선택된 것 같다.
만약 내가 인내심이 충분했더라면 AliExpress 혹은 eBay에서 몇 달러에 판매하는 NE5532 preamplifier board를 구입하여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주문한 물건이 한 달이 훨씬 넘도록 배송이 되고 있지를 않아서 당분간은 해외 구매를 자제하려고 한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