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 넷째 천간 정, 장정 정
단 두 획으로 이루어진 매우 간단한 모양의 한자이다. 장정이란 한 사람의 일꾼 몫을 하는 어른 남자를 뜻한다. 군대에 갈 연령, 즉 징집 연령에 달한 남자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한자는 한국 또는 중국인의 성씨에도 쓰인다. 우리 집안의 성이 바로 이 한자를 쓴다. 인구 비율로 훨씬 많은 鄭(나라 정, 나라 이름 정)과 구별하기 위해 흔히 丁자를 ‘고무래 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무래는 곡식 낱알 등을 긁어모으는 농기구의 일종으로 이 글자와 모양이 똑같다.
그러나 이 글자 자체에 고무래라는 뜻(訓)은 전혀 없다는 것이 나의 상식이었다. 과거에 분명히 한자사전에서 이러한 설명을 보았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丁자를 ‘갈고리 정’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아연실색을 한 적이 있었다. 남의 성씨를 마치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흉칙한 물건으로 칭하다니!
며칠 전에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면서 호기심에 丁자의 의미를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무래’라는 뜻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는가?
먼저 네이버 한자사전. ‘고무래’라는 뜻이 맨 위에 있다.
다음 사전. 여기에는 정확하게 풀이하였다. ‘※ 흔히 「고무래 정」이라 칭하는 것은 글자 모양에 따른 속칭임.’이라는 추가 설명이 달려 있다.
나무위키. 여기도 고무래를 맨 위 뜻으로 올려 놓았다.
이외에도 한자 학습 사이트에서 丁자가 ‘고무래’를 뜻한다고 기록한 경우가 많다.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마치 ‘입 구(口)’자를 네모를 닮았다 하여 ‘네모 구’라 부르다가 인터넷 사전에 ‘네모’라는 뜻으로 등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말 내가 알고 있는 丁의 뜻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도서관에서 민중서림 한자대사전(전면개정·증보판)을 찾아보았다.
그 어디에도 ‘고무래’라는 뜻은 없다. 글자의 본래 모양은 ‘못’이지 ‘고무래’가 아니다. 게다가 ‘고무래정으로 훈함은 잘못’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홍윤표 교수 또한 이 한자에 ‘고무래’ 해석이 사용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사나이’의 어원).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엉터리 지식이 인터넷에서 떠돌며 진짜 지식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보았다’는 것은 그 지식의 정확함을 입증하지 못한다.
댓글 2개:
정말 공감합니다. 특히 나무위키의 지식은 정말 부정확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데 젊은 친구들이 막 얘기하다가 대체 어디서 그러더냐고 하면 '나무위키에서 그러던데요' 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좋은 날입니다.
성씨에 관하여 사용하시는 글자라 신경이 많이 쓰신 것이 잘 보입니다.
많은 정보들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고무래 정'에 대한 저의 견해는 너무나 소중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를 여기에 노출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목사이고 히브리어와 한자를 파자하여 가끔 설명을 합니다.
그렇게 보았을 때 아주 중요한 글자임에는 확실합니다.
한문은 상형문자라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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