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휴대폰에 밀려서 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복합 휴대형 장비'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게 되었으니 사진기를 휴대할 일도, 수첩을 휴대할 일도 없다. 늘 들고 다니다가 기념이 되거나 기록할 일이 없으면 주머니에서 꺼내면 그만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워낙 크기가 커져셔 주머니에 넣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딜 가든 소중하게 손에 들고 다닌다. 캠코더라는 물건도 요즘 일반인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다. 간혹 바깥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튼튼한 동영상 전용의 액션캠이 인기를 끌기도 하는 것 같다.
여행의 기록을 위해 가장 최근에 구입했던 카메라(펜탁스 Q10)이다. 몇 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더 있지만 촬영 상황에 즉각적으로 맞게 세팅을 할만큼 기능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사용한 것은 별로 없다. 수두룩한 버튼과 다이얼에 갇혀서 내가 지금 무슨 모드로 사진을 찍고 있는지를 망각하는 순간이 많았다.
기능을 철저히 익히는 것도 문제지만 찍어 놓은 이미지 파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더 큰 일이다. 오늘 아침 문득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뒤적이는데 그동안 찍은 파일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근심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컴퓨터가 잘못되어서 다 날린 것인가? 컴퓨터 책상의 서랍을 열어서 백업용으로 쓰는 외장 하드디스크를 꺼내어 컴퓨터에 연결해 보았다. 작년 12월에 컴퓨터를 완전히 초기화하면서 안전하게 백업을 해 둔 상태였다. 그 이후로는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새로 찍은 사진 파일을 정리할 일이 전혀 없었다. 그저 휴대폰으로만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알아서 구글 포토로 사진이 전부 전송된다. 촬영 시각은 물론 위치 정보까지 알아서 기록이 된다. 몇 년 전에 경주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싶다면? 구글 포토에서 '경주'라는 검색어로 찾으면 사진을 직은 곳의 지도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구식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놀라운 기능이다.
과거에 아날로그 사진기로 촬영을 하던 손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널찍하고 시원한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렌즈를 조절하면 선명하게 초점이 맞고, 신중하게 셔터 릴리즈 버튼을 누른 뒤 와인더 레버를 끼리릭 감는다. 사진을 찍은 빈도는 일주일에 한두번, 주말 무렵이 전부였고 36매짜리 필름 한통이면 충분했었다. 그렇게 해서 현상과 인화를 하면 건질만 한 사진은 많지 않았다. 늘 무거운 가방에 삼각대를 들고 다녀도 좋았고.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였다. 필름과 후처리에 늘 꾸준한 돈을 써야 했으므로. 그래도 손바닥만하게 인화한 사진을 보는 것이 좋았고, 지금처럼 찍은 이미지 파일들이 어디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생태계를 어찌하겠는가? 이에 맞추어 생존할 수밖에는... 파일을 생성하고 클라우드를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고안해 볼 시점이 되었다. MP3 파일까지 따로 수집하지 않는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다. 몇 장 되지 않는 오디오 CD는 리핑을 하지 않고 직접 CD 플레이어로 듣는 것을 좋아하고,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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