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일 월요일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관람하다


화제의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을 관람하고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공각기동대>라는 만화"영화"가 존재한다는 것만 알았지 한번도 본 일이 없었다. 책으로 나온 것이 원작이라는 것은 아예 알지도 못하였다. 일본 만화(책으로 나오는 만화와 TV 및 극장용 애니메이션 전부를 포함하여)의 매니아가 아니라서 간혹 개봉되는 만화영화만 극장에서 볼 뿐이었다. 그러한 점이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 영화를 더욱 편안하게 보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인터넷이나 신문에 실리는 영화 평은 의외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이만하면 괜찮은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평점이 후하지 못한 것일까? 그 궁금증은 아들이 소장하고 있던 95년도 극장판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집에서 뒤늦게 보고서야 약간 풀렸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작동시키지 않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과연 제대로 재생이 될지 걱정을 하면서 어렵사리 플레이를 하였다. 비록 VHS 비디오 테이프 특유의 열악한 화질과 음향(폐업한 비디오 대여점에서 구입한 중고 테이프라서 열화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을 감내해야 했지만 상당히 심오한 주제를 무겁게 다루고 있었다. <매트릭스>나 <제5원소> 등의 영화에서 숱하게 오마주된 장면들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원작 공각기동대의 매니아라면 이번에 실사 영화화된 작품에 대해서 다소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영화는 95년도 극장판 만화영화와 그 이후에 몇 번 더 작품화된 것들을 적절히 배합한 새로운 스토리로 씌여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대신 매우 유명한 결정적 장면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거의 충실하게 제현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편이 오히려 편안하게 이 영화를 보는데 도움을 준 셈이다.

몸과 일체화가 되는 기계가 실현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것이 이미 일상화된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출연자 중 하나는 아직 몸의 어느 한 부분도 '의체화'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뒷골목에서 의체 수술을 권하는 호객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 얼마든지 돈을 투자하는 시대 아닌가? 조금만 지나면 더 술을 많이 마시기 위해, 더 앞을 잘 보기 위해, 더 잘 달리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조금 더 극단으로 달려가서 신체 전체가 기계로 대체되고 오직 뇌만 남는 경우,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기계인지, 무엇이 '나'이고 내가 아닌지, 과거에 대한 기억조차 조작된 것이라면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날 것이다.

어차피 대중성을 포기할 수 없는 헐리우드 영화이므로 비교적 쉬운 스토리로 재구성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원작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고서 본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로 평하겠다.

(제목을 포함한 원본 포스팅에 너무나 오타가 많았다. 뒤늦게 수정은 하였으나 구글플러스로 자동 공유된 제목은 고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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