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을 상대에게 묻는 것을 질문이라 한다.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알아내고 싶거나, 이해와 설명을 구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질문이란 나의 무지를 전제로 하며, 질문하는 태도에는 겸손함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질문자는 답변을 통해서 상대를 평가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를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좋은 점이 드러나면 다행이지만,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토론회가 그러한 사례가 될 것이다. 토론회는 원래 그런 목적으로 열리는 것이니까.
이러한 의도를 품은 질문은 미처 방어할 준비를 하지 못한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질타하거나 비난거리를 찾기 위한 질문이 바로 그러한 질문이다. 질문자가 '갑'의 위치에 있을 때, 그리고 그 대화가 이루어지는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그러한 질문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영향력이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도 흔하다.
"내가 몰라서 묻는 줄 아세요?"
이렇게 질문을 하고 의기양양하게 좌우를 둘러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말과 제스쳐는 사실 질문의 목적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미 정답으로 정해 놓았음을 선언하는 것이며,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를 시험하고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질문이 압박의 도구가 되면 심문으로 바뀐다. 그러면 올바른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흔히 'garbage in, garbage out'이라 한다. 질문도 이에 비유할 수 있다. 올바르지 않은 질문에는 좋은 답변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는 질문, 어떤 답변을 하든 상대를 불리하게 만드는 질문, 원하는 곳으로 결론을 끌고 가기 위한 질문...
그래서 나는 독이 든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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