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2일 금요일

AI는 우리를 어디까지 지치게 할까

출장지에서 잠시 낮 시간을 이용하여 달려 보았다. 오늘 이 지역의 최고 온도는 섭씨 27도. 나는 거의 항상 밤에만 달리는 사람이라서 초여름 낮 달리기의 '위험함'을 간과하고는 한다. 역시 이런 날씨에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두 바퀴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따금 만난 횡단보도가 잠깐 숨을 돌리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요즘은 이틀 쉬고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간격을 줄여서 하루 쉬고 하루 달리는 것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아니하다. 페이스 향상은 어차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워밍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독후감을 쓰겠다고 출장지까지 다 읽은 책을 들고 왔는데, 정작 책 꾸러미는 멀리 주차장에 세워 둔 차 속에 있다. 도서관 앱을 열어서 책 제목만 찾아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카렌 하오의 <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이었다. 시간을 들여서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고 싶었다. 지금도 나는 오픈AI의 ChatGPT를 이용하여 업무와 취미의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이름과 달리 샘 올트만의 '제국'은 결코 투명하지 않으며, 그 지속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앤트로픽이 독립하고 일론 머스크가 손을 뗀 것도 그러한 문제점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AI를 기치로 한데 뭉쳐서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에 요즘은 선뜻 반기를 들기 어렵다. 나도 한편으로는 AI를 이용하여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일을 하고 있으니 최신 기술에 함부로 비판을 가해서는 안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지속 가능성은 누구도 낙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반도체 및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업체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1세대 AI 서비스 개발사는 아직도 막대한 개발 비용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렌 하오의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고 모더레이션1)을 하는 데에는 사실상 저개발 국가의 저임금 노동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의 구축과 유지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부정적 외부효과 또한 막대하다. 이러한 숨겨진 비용을 1세대 AI 서비스 개발사는 제대로 지불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라는 뜻이다. 과연 이것이 지속 가능할까? 그리고 기술 개발이 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해 줄까?

지난 수요일,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의 이형철 원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초청 세미나에서 촬영한 슬라이드를 소개한다.

  • ChatGPT(2022년 11월 30일) - 이게 되네
  • DeepSeek(2025년 1월 20일) - 심지어 값싸게
  • Claude(2025년 5월 22일) - 끝났네 끝났어



'끝났네 끝났어'가 '우리는(우리 인간은|우리의 직업은) 이제 망했네 망했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AI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술이라고 피상적으로 여기기에는 너무나 우리 삶 깊이 들어와 버렸다. AI가 유발하는 과몰입(또한 과노동), 그리고 숙련자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경시하게 되는 문제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 출장에서 접한 숱한 파워포인트는 이미 인공지능의 터치를 거쳐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내가 발표를 하기 위해 대부분 손으로 만든 슬라이드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도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된 것일까?

이 기술이 정말 지속 가능하며 인류가 살아가는 보람에 흠을 입히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이야기하는 생물권의 원칙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정리 또한 AI가 해 주었다.

  1. 자연관 (자연계의 자원 보전): 자연을 인간이 통제하고 착취해야 할 외부 자원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2. 성장 모델 (내재적 잠재력): 무한한 경제 및 기술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생물과 환경이 함께 진화해 나갈 수 있는 내재적 잠재력과 회복력을 개발하는 데 집중합니다.
  3. 보전과 공생 (관계와 제도):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 및 다른 종들과 공생공락(협력적 보전)하는 관계를 맺습니다.
  4. 환경 대응 (진화적 회복력):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완벽한 적응(최적화)에 얽매이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화적 회복력을 유지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말하는 생물권의 원칙이 AI 산업의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완벽한 최적화와 무한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회복력과 공생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 말이다.

1 데이터 모더레이션(Data Moderation)이란, AI 모델이 유해하거나 편향된 내용을 배우지 않도록 학습 데이터 속 위험 요소를 걸러내고 관리하는 검수 작업이다(구글의 AI 모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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