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4월 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렸던 2026년 구축형 연구개발사업 심사제도 설명회에 참석하였다. 1999년 시작된 예비타당성조사(흔히 '예타'라고 줄여서 말함)란 대규모 국가 인프라 투자의 타당성 및 경제성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의 사업이 대상이었다가 최근 기준이 상향조정되었다.
예타 제도는 2008년 모든 R&D사업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내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도 예타를 통해 타당성이 인정되어 추진 중에 있다. 예타 결과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 analysis)에서 비용 대비 효과(B/C ration)가 ≥1이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고, 정책성 타당성과 지형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종합평가를 의미하는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0.5이면 사업 시행이 바람직함을 의미한다.
예타를 통과하는 데에는 평균 4년의 시간이 걸린다. 4년이면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기술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따라서 대형 R&D 사업의 신속성과 유연성을 제고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1천억원(국비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예타를 18년만에 폐지하게 된 것이다. 대신 대형 R&D 사업 유형을 구축형 R&D와 연구형 R&D로 나누게 되었다. 정의를 내리기는 전자가 더 쉽다. 성격에 따라 둘로 나누었다기보다는, 어떤 필요성에 의해 구축형 R&D를 먼저 정의하여 분리해 내고 그 나머지를 연구형 R&D 범주에 몰아서 넣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 구축형 R&D: 연구시설·장비, 연구단지 등 연구공간, 인공우주물체 등을 개발·구축하는 사업
- 연구형 R&D: 기초연구 및 연구기관지원 등 구축형 R&D를 제외한 모든 사업
구축형 R&D란 목표(예: 활용 R&D)를 가진 장치들(예: 구성품인 R&D)의 유기적 결합체(의도적 작동이 되는 규칙)라고 한다! 좀 난해하다.
익숙한 예전 용어인 예타 과정을 예로 든다면, 수요자 입장에서 기획서를 제출하고 검토 및 수정요구의 순환을 거치는 과정인 '사전점검', 이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예산 반영이 이어지고 이후 사후 관리 체계에 들어간다. 흔히 눈물겹게 예타를 통과(면제까지 포함)했다는 것은 사전점검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는 제도 개선 첫 해이고 법률 개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 원래 사전점검 3개월 전에 해야 하는 수요를 제출은 사실상 생략하고 해야 하지만, 5월에 곧바로 심사힌청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야 내년 예산에 반영이 된다. 이는 '하반기'트랙이고, 전년도 11월에 심사를 신청하는 '상반기' 트랙도 있다.
심사 항목은 크게 ①추진 타당성(value: why) ②기술·공학적 적정성(item: what) ③사업관리 적정성(project: how)의 3대 항목과 17개 세부 질문으로 나뉜다. 경제성은 제외되었다고 하지만, 설명회 2부에서 이어진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안상진 센터장의 설명에 의하면 그 개념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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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축형 R&D사업의 심사 항목 개요. |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을 제외하고 KOBIC이 운영하는 사업비는 원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5년 단위로 추진되어 왔었다(② 기획예산처장관은 제49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타당성재조사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적정 사업규모, 총사업비, 효율적 대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사업의 경우 타당성재조사 방식에 준하여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실시할 수 있다 - 총사업비 관리지침 제49조의2). 이러했던 것의 일부를 변경된 제도 하의 '구축형 R&D 심사'로 전환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이번 설명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발사체 등 대형 사업 사례를 충분히 활용한 설명회 2부의 내용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개별적인 연구자의 입장으로만 살아오다가 (연구개발)사업의 타당성이라는 측면에서 전체 주기를 조망해 본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공부를 위해 참석했던 바이오 분야의 창업 단기교육에서 느꼈던 신선함 이상과 충격(?)이었다. 데이터-메타 데이터의 관계처럼, 연구개발사업에도 메타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메타 사업이란 개별 연구개발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이 타당한지, 적정한 규모와 방식으로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를 다루는 상위의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즉, 본 사업을 둘러싼 계획·평가·관리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일종의 ‘사업의 사업’이다.
이러한 관점을 조금 더 일찍 이해했더라면, 나의 연구 인생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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