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앰프의 전원을 넣거나 끌 때 들리는 '퍽' 소리를 팝업 노이즈(pop noise) 또는 파워 온/오프 노이즈라고 한다. 요즘은 앰프 칩 자체에 보호 및 anti-pop noise 기능이 내장된 경우가 많다.
KORG X2 신시사이저의 전원 회로를 내 마음대로 개조해 놓았더니 전에는 없던 팝업 노이즈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오실로스코프로 기록해 보았다. 볼륨 슬라이더는 최대로 한 상태이다.
파형은 매번 모양이 다르다. 동영상으로도 기록해 보았다.
X2의 아날로그 보드에는 뮤트 드라이브 회로가 포함되어 있다. 파워 온 직후 전원 전압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는 출력을 내보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오리지널 전원 회로에서는 디지털 회로용 5V와 op amp용 +/-12V가 같은 SMPS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거의 동시에 두 그룹의 전원 전압이 공급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올해 이를 개조하면서 SMPS 및 리니어 회로를 섞어 놓았으니 공급 시간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5V와 op amp용 +/-12V 중 어느 것이 먼저 공급될까? ChatGPT에 물어보니 SMPS가 만드는 5V는 거의 즉각적으로 출력될 것이고, 리니어 전원 회로의 것이 약간 늦게 나올 것이다. 개조하여 넣은 회로가 원래 설계된 뮤트 드라이브와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X2 뒷판을 열고 오실로스코프를 연결해 보면 된다.
회로의 종류가 다르므로 동시 공급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팝업 노이즈를 줄이려면 어느 것을 먼저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ChatGPT에 의하면 op amp가 먼저 작동한 뒤 그 앞의 DAC에 전원이 들어오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하였다.
전원 공급 시퀀스의 비밀이 풀리다
30년 가까이 묵은 오실로스코프 프로브의 상태를 보라. 후크 커버를 분리하였더니 팁이 커버 속으로 쏙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이것도 플라스틱이라서 오랜 시간이 지나 열화되면서 부러진 것 같다. 이런 작은 사건을 겪고 나니 X2를 비롯하여 낡은 오디오 관련 기기를 계속 유지보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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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검정색 프로브의 상태를 보라. |
검색을 해 보니 'probe tip'이라는 액세사리가 있다는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찾기는 어렵다. 중국산 오실로스코프 프로브 자체가 비싸지 않으니 필요하다면 전체를 바꾸는 것이 낫겠다.
최근 구입한 저가 오실로스코프의 2개 채널을 전부 동원하여 X2의 전원(5V 및 12V)가 어떤 순서로 들어오는지 점검해 보았다. 오리지널 전원회로에서는 아마 거의 동시에 들어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5V가 먼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Power on과 off 전부 12V가 먼저 들어오고 나갔다. 이어서 약 200~600msec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5V가 동작한다. ChatGPT는 X2와 같은 회로 구성에서는 +/-12V가 먼저 들어와서 후단의 op amp가 안정화된 다음, DAC에 5V가 공급되어야 팝업 노이즈가 적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전원장치가 개조된 나의 X2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퀀스를 갖추고 있었다.
ChatGPT의 답변이 틀렸을 수도 있다. 다른 대화형 AI에서는 전혀 반대 순서를 권장하였으니까 말이다. 또한 일반적인 오디오 기기의 연결에서도 소스 기기를 먼저 켠 뒤에 앰프를 켜라고 하지 않던가. 위에서 촬영한 기록으로 판단하자면, '앰프'가 먼저 켜진 다음 그 앞의 소스 기기가 펴지는 것과 같다.
그동안 가졌던 기본 가정을 바꾸어야 되겠다. 5V를 12V보다 먼저 들어오게 하면 팝업 노이즈가 나지 않을 것이다.
NE555를 사용한 시간 지연 릴레이 보드를 벌써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해 놓았는데, 이것은 12V로 동작하는 것이다. ChatGPT의 답변을 너무 믿었다! 5V로 동작하는 것으로 주문했어야 한다. NE555는 동작전압의 범위가 4.5~16V로 매우 광범위하므로, 릴레이만 교체하면 사용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원 투입 순서를 바꾸어도 여전히 팝업 노이즈가 난다면?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 종류의 직류 전압 파형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12V의 리플이 매우 심하였다. 시간축을 확대하니 더욱 극명하게 전원의 품질이 드러났다. 이러니 험이 그렇게 심했지... LM317/337을 사용한 전압 조정기 보드를 또 주문해 놓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험은 X2의 무신호 출력을 Audacity에서 녹음한 다음 50dB 증폭을 했을 때에 헤드폰으로 들리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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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눈으로 살펴본 노란색 파형(12V)의 리플 주기는 8msec, 즉 120Hz이다. 전파정류를 한 뒤 남는 전형적인 리플이다. 5V에 비하여 대단히 불량한 상태이다. WaveSpectra에서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었다. |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X2의 개조를 왜 시작했나? 우선 tactile switch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어서 전면 교체가 필요했었다. 이 수리의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면 전원부 개조는? Hiss noise의 원인이 전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엉뚱한 짓을 벌였다. 220V를 110V로 낮추는 강압 트랜스를 쓰지 않게 된 것은 정말 좋았다. 그러나 팝업 노이즈가 생겼고, 실용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성가신 험이 발생하게 되었다.
X2의 완벽한 개조는 여름을 훌쩍 넘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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