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모(國母)란 임금의 아내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군주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아니므로 국모라는 낱말을 쓸 일이 거의 없다. 나로서는 이 낱말은 보기만 해도 거부감을 든다.
킬러 규제와 관련한 뉴스를 찾다가 '국모조정실'이라는 오타를 보게 되었다. 지난 14일 개최된 킬러규제 혁신 TF 제2차 회의와 관련한 보도자료(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링크)에서는 다음과 같이 킬러규제 톱15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킬러규제란 이런 것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이에 대한 뉴스를 하나 선정해 보았다. 난데없이 '국모조정실'이 등장한다.
[KBS 뉴스] 정부, ‘킬러규제’ 15개 선정…이르면 다음 달 개선 방안 발표
뉴스를 작성한 기자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기록을 위해 박제를 해 두어야 되겠다.
단순한 맞춤법 실수에 해당하겠지만, 구글에서 검색을 해 보면 의외로 '국무조정실'이라고 써야 할 곳에 '국모조정실'이라고 쓴 기록이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다음의 웹문서는 지난 봄에 있었던 황당규제 공모전을 올콘이라는 공모전 대외활동 정보 사이트에서 옮겨서 게시한 것인데, 이건 좀 심하다 싶다는 생각이 든다.
키보드에서 'ㅜ'와 'ㅗ' 글쇠가 가깝게 있다 하더라도 'ㅜㅜ'로 쳐야 할 것을 'ㅜㅗ'라고 잘못 치기는 쉽지 않다. 아마 글을 입력하는 사람의 사고체계에 '국모'라는 낱말이 깊게 박혀 있었을 것이고, '국모조정실장상 및 온누리상품권'을 최초로 입력한 뒤 복사해서 두 번 더 붙여넣었을 것이다.
민주공화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부'나 '국모'의 이미지를 되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오타는 매우 씁쓸하다.
홍수 현장을 휩쓴 '토사물'이라는 기사 제목(사례) 때문에 엊그제부터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국모조정실'이라니... 언제부터 국무조정실이 '국모(國母)'의 언행을 조정하는 곳으로 바뀌었나? 작금의 현실은 그런 정부 기관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종로구 이마빌딩 2층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착잡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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