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센터탭이 없는 전원 트랜스포머를 전파 정류관에 연결하려면

진공관 앰프에 대한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전통적인 기법을 체계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하였다. 예를 들자면 정류관을 쓰는 문제가 그러하다. 나는 전적으로 다이오드에 의한 정류회로를 사용해 왔고, 심지어 SMPS를 만들어서 HT와 히터 전원 공급에 쓰기도 하였으니까 말이다.

간단하게 만들어서 갖고 놀(?) 물건을 알리익스프프레스에서 찾아보다가 정류관과 초크 코일을 포함한 정류회로까지 하나의 PCB에 들어 있는 6AU4(6J4) + 6AQ5 싱글 엔드 보드를 발견하였다. 모든 진공관을 포함하고도 53,445원이라니... 판매자 상점은 Amplifier and Transformer- Store(링크)이다.

6AU6(6J4)+ 6AQ5 싱글 엔드 클래스 A 스테레오 앰프 완성 보드, 5Z2P 튜브 정류기, 전력: 3W + 3W(알리익스프레스 링크)

6AQ5는 그 유명한 6V6의 미니어처 버전이다. 따라서 이 보드의 출력관 소켓을 적당히 개조하면 6V6을 꽂을 수도 있을 것이다. 6AQ5와 6V6을 바꾸어 꽂을 수 있는 소켓 어댑터도 존재한다. 중국제 저가 진공관 앰프에 대하여 불신도 많이 있지만, 출력 트랜스포머를 R코어에 직접 감고 이따금 튜닝 차원에서 일부 부품을 교체한다면, 내 경험을 폭을 넓히면서도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V6은 아직 한 번도 만들어 본 일이 없다. 2019년 여름 세운부품도서관에서 류재용 장인의 6V6GT(실제로는 구 소련 또는 러시아 제조관)의 푸시풀 앰프가 내는 소리를 잠깐 들어 본 것이 전부였다. 출력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워낙 잘 알려진 관이라서 언젠가는 꼭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경험해 본 출력관은 PCL86, 6P1, 43(이상 오디오 전용관), 6J6, 6LQ8(이상 고주파 회로용 진공관)이 전부이다. 누구나 다 한 번은 거쳐간다는 유명한 오디오 전용관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셈이다.

류재용 장인의 6V6GT 푸시풀 앰프. 사진 출처: 내 블로그 '도시재생의 희망과 한계 - 다시 세운상가에서'(링크)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이 싱글 앰프 보드는 전파 정류관이 포함되어 있으니 센터탭이 달린 파워 트랜스포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판매자가 제시한 회로도를 보니 그렇지 않았다. 센터탭 없이 0-295V 150mA 파워 트랜스포머를 쓰도록 하였다. 트랜스포머 2차 양단에 다이오드를 서로 반대 극성으로 연결한 뒤 그 중간 지점을 센터탭처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의 회로가 센터탭이 달린 고전적인 파워 트랜스포머를 쓰는 것과 완전히 동등한지는 잘 모르겠다. The Valve Wizard 웹사이트의 Rectifiers 항목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hybrid bridge rectifier라고 하였다. Fluxion Audio Technology의 Young Ahn(안세영)님께서도 유튜브에 이에 대한 동영상('Hybrid bridge rectifier design for tube amplifiers, 2 silicon diodes and 1 twin rectifier tube')을 소개하였다. 안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No center tab required and works great'라고 하였다.


이러한 정류 방식은 파워 트랜스포머를 제조하는 입장에서도 매우 편리할 것이다. 오늘 소개한 앰프 보드의 판매자는 이것에 맞는 85W급 트랜스포머(링크)를 판매한다. 당연히 센터탭은 없다. 

  • 전체 외관 크기: 80*72*68mm 
  • 2 차 고전압 출력 255V / 275V / 295V 0.15A 센터탭은 없음
  • 2차 필라멘트 전압 6.3V 2A, 3.15V-0 -3. 15V 1A, 0-5V-6.3V 3A 그룹
  • 무게: 1.7kg
그림 출처: 알리익스프레스(링크)


놀고 있는 출력 트랜스포머용 R코어 한 조가 계속 나를 '푸시'한다. 그 압력이 새로운 권선기의 기본 틀을 만들도록 하였고(내 블로그의 권선기 관련 글 링크), 급기야 앰프를 하나 더 만들게 될 것 같다. 아마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뭔가 잔여물이 생길 것이고, 그것은 또 후속 행위를 하라고 나를 푸시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궁리만 한참 하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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