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9일 일요일

갑자기 연필을 쓰고 싶어졌다

2022년 10월에 연필깎이를 사다니. 

연필을 쓰려면 깎아야 하는데, 공동으로 쓰는 사무실에서 책상 위에 종이를 펼쳐놓고 칼로 연필을 깎는 것은 다소 처량해 보여서 휴대용 연필깎이를 하나 사기로 하였다. 주말에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 교보문고의 핫트랙스에 들러서 연필깎이와 연필을 하나씩 구입하였다. 연필 한 자루에도 바코드가 찍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사실은 이런 것을 사고 싶었는데 구할 길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이런 것을 쓰면 깎는 도중에 심이 쉽게 부러지고는 했었다. 쓰레기 처리에 불리함은 당연하다. 이미지 출처: 구글.


오늘 구입한 연필깎이는 가방에 넣을 수는 있지만 필통에 넣어서 갖고 다닐 수준은 아니다.


STAEDTLER 512 006 연필깎이(당연히 Made in China!)는 품질이 꽤 좋았다. 조심스레 연필을 깎은 뒤 글씨를 써 보았다. 사각거리며 글씨가 써 지는 느낌이 참 좋다. 한동안 만년필을 즐겨 사용했었는데, 올해 직장에서 지급받은 다이어리의 종이가 너무 얇아서 잉크가 번지기에(나는 중간 정도의 닙을 주로 쓰는지라...) 다른 필기구에 자꾸 손이 가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설문 조사를 하고 나서 기념품으로 받은 연필을 조금씩 쓰다가 심이 닳게 되니 연필을 깎는 도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막상 쓰려고 하는 순간에 필기구에서 잉크가 나오지 않는 경험을 많이들 했을 것이다. 연필은 그런 경우가 없다. 그리고 큰 힘을 들여서 쓰지 않아도 되고, 농담의 표현이 자유롭다. 지우개로 지워진다는 것인 때로는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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