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1000대 팔릴 때, 6대도 안팔려"···저무는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시장(조선일보 2021년 6월 4일)
스마트폰이 일반인을 위한 카메라 수요를 흡수하면서 소위 전문가용 카메라로 불리던 DSLR은 아예 판형을 풀프레임(과거 필름의 크기와 같은 36 x 24mm)으로 키우거나 혹은 동일한 센서 크기를 갖는 미러리스로 체제를 바꾸어서 진지한 아마추어 계층을 흡수하고 있다. 그래도 과거 필름 DSLR의 전성기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캐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풀프레임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 일으킨 데에는 소니가 크게 기여한 것 같다.
나도 한때는 꽤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직접 암실 작업(흑백)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게 벌써 30년 가까운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거실 장식장에는 이제 작동 상태를 신뢰할 수 없는 카메라 본체와 렌즈가 꽤 많이 잠을 자고 있다. 나 역시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던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고, 특별한 후처리 없이 구글 포토에 그냥 자동 업로드하는 사진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나의 첫 DSRL은 올림푸스의 E-620이다(PRREWIEW에 실린 정보 링크). 2010년 11월 초에 두 개의 줌렌즈를 포함한 키트를 할인 행사 가격에 구입하여 한동안 잘 사용하였으나, 만 4년째가 되면서 IS(image stabilization)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점점 쓰지 않게 되었다(관련 글 링크). 그런 일이 벌어진 직후 가족 여행을 위해 펜탁스 Q 10(5-15mm 렌즈킷)을 구입하여 조금 쓰다가 현재와 같이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는 체제로 굳어지게 되었다. E-620은 다른 필름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거실 장식장 속에 갖인 상태로 몇 년을 그대로 지내고 있었다.
어떤 일이 갑작스런 계기가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문득 (D)SLR의 감성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하드웨어 버튼(또는 다이얼)을 조작하고, 아이 레벨 뷰파인더에 직접 눈을 대고 피사체를 바라보며 셔터 릴리즈 버튼을 누르는 경험을 다시 해 보고 싶었다. 배터리를 충천하여 실로 오랜만에 카메라를 조작해 보았다. 확실히 Ansmann의 호환 배터리는 문제가 있었다. 충분한 시간을 충전하였지만 충전기의 표시등이 녹색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적색 상태에서 깜빡거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정품 배터리는 제대로 작동을 하였다. 넥 스트랩의 중간에 덧댄 미끄럼 방지용 인조 가죽(?)은 부스러지기 시작하였고, USB 단자를 덮는 고무 마개는 케이블을 꽂기 위해 젖히는 순간 탄성이 다 없어져서 툭 부러져 버렸다.
비록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일부 외장재는 이렇게 부스러지는 상태였으나, 2014년 11월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던 E-620가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 조금씩 제 기능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작동이 되다 안되다는 반복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그것은 상태가 나빠진 호환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였던 것 같다.
어댑터를 통해서 헬리오스 수동 렌즈를 끼워 보았다. |
올림푸스한국은 2020년 5월, 국내에서 카메라 사업을 완전히 종료함을 밝힌 바 있다. 사후 서비스는 2026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한국 소비자들이 유난히 센서의 크기에 집착하는 것이었을까? 공식적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이지만, 올림푸스가 계속 카메라를 생산할지는 알 수가 없다. 마이크로 포서즈 형식의 카메라 및 호환 렌즈는 앞으로 나온다고 해도 해외 직구를 통해 사는 것 말고는 구입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E-620은 훨씬 전에 버림받은 '포서즈' 형식이 아니겠는가? 올림푸스의 마이크로 포서즈 시스템 바디 모델 번호 체계는 너무나 헷갈리므로 별도의 문서를 참조하는 것이 낫다. OM-D는 E-M# 형태의 바디에 해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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