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 화요일

또 건반이! M-AUDIO Keystation 88es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거닌 뒤 집에 올라가려는데 쓰레기 버리는 곳에 뭔가 익숙한 물체가 보였다. M-AUDIO의 MIDI 마스터 키보드였다. 햇볕을 많이 받아서 흰 건반이 누렇게 변색이 되었지만 특별히 파손된 곳은 없어 보였다. 지난 여름에 구입한 iCON iKeyboard 5Nano보다는 건반의 수가 많으니 쓸모가 있겠다 싶어서 일단 들고 왔다. 건반이 길어서 생각만큼 아주 가볍지는 않았다.

물걸레로 먼지를 닦아내고 USB 케이블로 노트북 컴퓨터(우분투)에 연결하였다. 음원은 컴퓨터를 경유하여 롤랜드 SC-D70을 연결하였고, aconnect 명령어를 입력하여 컴퓨터에서 잘 인식이 되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88es라는 표시가 화면에 나타났다. 엉? 88 건반이었단 말인가? 그렇다! M-AUDIO Keystation 88es였던 것이다. 76 건반이 아닐까 생각하고 들고 왔는데 88 건반이었다. 모든 건반을 하나씩 다 눌러 보았다. 소리가 나지 않거나 벨로서티가 튀는 건반은 없었다. 타건감도 소프트 건반치고는 적당히 묵직하고 쫀득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 제조사 웹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니 M-AUDIO Keystation 시리즈는 49-61-88 제품이 나오지만 76 건반은 없었다. 현재 M-AUDIO에서 생산되는 88 건반 제품은 검정색의 Keystation 88 MK3이다. M-AUDIO의 모든 키보드 콘트롤러 목록을 보려면 여기를 방문해 보라.




외관이 이 정도의 상태로 낡은 건반이지만 접촉이 안되는 키는 없었다. 얼마 쓰지 않고 소리가 나지 않는 키의 수가 점점 늘어났던 나의 Fatar SL-990 건반이 생각이 났다. 대전 사무소에 팽개쳐 놓고 수리를 하겠다고 rubber contact까지 구입해 놓았지만 3년 가까이 아직 손을 대지 않고 있는데(관련 글 링크) 이런 시점에 비록 단종된 모델이지만 88 건반을 새로 얻게 되다니!

다음으로는 MIDI 케이블을 이용하여 음원 모듈에 직접 연결을 해 보았다. USB 케이블로 컴퓨터에 연결을 할 때에는 자동으로 전원이 공급되지만, MIDI 케이블을 쓸 때에는 직류 9V 어댑터를 꽂아야 한다. 마침 갖고 있는 어댑터는 6V와 12V가 전부이다. USB 케이블을 휴대폰 어댑터에 꽂으면 전원이 공급될 것으로 생각하여 테스트를 해 보니 당연히 잘 작동한다. 


88 건반에 피아노 모듈!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진공관 앰프 세 대에 건반 두 대를 갖춘 비좁은 방구석 스튜디오의 공간 재배치를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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