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싱글 앰프(왼쪽)와 6LQ8 PP 앰프(오른쪽). |
원래 이 6LQ8 PP 앰프는 1N4007 다이오드 브리지에 RC 평활회로만 달린 단순한 전원회로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험(hum)이 참을 수 없는 수준이어서 2SK1119라는 FET를 이용한 리플 제거용 필터 보드를 구입하여 기존의 RC 평활회로 바로 뒤에 삽입하게 되었다. 그 효과는 매우 만족스러워서, 43 앰프 보드에도 이 필터를 쓰고 있다.
리플 제거 보드는 아직도 eBay에서 판매된다("Tube preamp/amplifier high voltage FET AC noise electronic filter board 400V 2A"). SMPS 실험을 하느라 구입한 MOSFET인 IRF740이 여러 개 남아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노이즈 제거 필터를 직접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방열판이나 대용량 전해 캐패시터의 가격을 생각하면 eBay에서 7.09 달러를 주고 구입하는게 낫겠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이러한 타입의 리플 제거 필터를 쓰는 경우 전단에는 다이오드 브리지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단순화를 추구하기 위하여 기존에 사용하던 정류 기판을 빼내고 IN4007 네 개를 연결하여 만든 브리지를 삽입하여 보았다.
아래 왼쪽에 보인 것이 앰프에서 빼낸 기존의 전원회로부이다. |
약 9개월 동안 사용한 전원회로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발열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전압 강하단에 쓰인 저항 주변부가 약간 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만능기판의 뒷면을 공개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왜? 늘 부끄러우니까.. 소리전자 판매장터에서는 자작앰프를 판매하려는 사람에게 내부를 공개하라는 글과 그에 대한 공방이 가끔 벌어진다. 바둑판처럼 자로 잰 듯한 질서정연한 배선을 할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
문제는 이 회로기판을 제거한 다음에 일어났다. 다이오드 브리지와 FET 리플 필터를 직결하고 나서 최종 전압을 측정하니 평소보다 거의 40V 정도가 높다. 약간 과도한 조건이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앰프를 작동시켜 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왼쪽 채널의 소리가 약해지면서 '웅-'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왼쪽 채널을 담당하는 6LQ8 중 하나가 마치 멜트다운 직전의 용광로처럼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진공관의 열폭주 현상이로구나! 일단 전원을 내리고 전압 강하용 저항을 삽입하여 6LQ8 작동에 필요한 198 ~ 202 V 수준으로 내리기로 했다.
전원 전압을 원하는 수준으로 내리려면 평활회로 이후에 저항을 다는 것보다 전원트랜스 2차와 정류용 다이오드 사이에 넣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가지고 있는 5와트 시멘트 저항을 조합하여 원하는 전압이 나오도록 하였다. 100옴 3개를 직렬로 연결하니 195 V 정도가 나와서 이대로 납땜을 하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진공관의 열폭주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멘트 저항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열이 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전력을 소모하는 것일까? 300옴 전체에 대해서 27 V 가까운 전압 강하가 일어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는 2.43 W에 해당한다. 저항 하나에 대해서는 0.81 W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이대로는 앰프 케이스(플라스틱)이 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철판 조각 위에 저항을 올려놓기로 하였다. 방열판 목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가구 DIY용 평철을 사용하였다.
시멘트 저항에서는 열이 얼마나 나는가? 아래에 인용한 그래프를 보자. 5 W 저항의 경우 100% 수준으로 작동하면 그 온도는 170도에 이르게 된다. 이 제품의 권장 사용 온도는 -40℃~+155℃라 한다. 70~80% 이내의 load 조건에서 쓰는 것이 안전하다.
출처: 대림전자(링크) |
결론을 맺자면 X 와트급 저항에서 X 와트에 해당하는 전력 소모가 일어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방열판과 같은 적극적인 대책을 쓰지 않는다면 1/3에서 최대 1/2 정도 수준이 안전할 것이다. 이번 실험처럼 방열판에 해당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시멘트 저항 고정용 방열 브라켓이라는 부품도 존재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원회로 내의 전압강하용 저항은 1~2 와트급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이 한계치에 다다를 정도의 전압강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멘트 저항이 아니니 크기가 작은 일반 저항에서는 더욱 높은 열이 나게 되고, 가까이 위치한 다른 부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을 것이다.
전자 회로의 안전하고도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 방열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유익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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