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1일 일요일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면서

2019년 4월부터 경기도 소재의 한 중견기업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16년 3개월 동안 근무한 정부출연연구소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혁신 지원을 위하여 파견 발령을 받은 것이다. 기업의 요청과 나 개인의 결심이 서로 일치하여 성사된 것으로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 기관 최고 책임자 수준에서 결정이 난 다음 이를 추진하는 실무자들이 꽤 많은 수고를 하였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행하는 공공연구기관 연구인력지원사업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만 해당된다.

수도권에 머물 곳을 구하고, 짐을 옮기고, 하던 일을 정리하느라 매우 분주한 3월을 보냈다. 데이터를 백업하고 컴퓨터를 정리하여 원 소속센터의 연구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하는 것이 특히 큰 일이었다. 마지막날까지 Oxford Nanopore 시퀀싱 실험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48시간 사이클로 설정하였으니 아마도 어제(토요일) 저녁 6시쯤에 모든 과정이 끝났을 것이다. 예전에 몇 차례 테스트 시퀀싱을 했을 때에는 시퀀싱이 전부 끝난 다음 별도로 Albacore basecalling을 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이번에 새로 설치한 MinKNOW 소프트웨어에서는 자체 basecalling option이 있어서 한결 수월하였다. 하루 정도를 지켜보니 약 65%의 진도로 basecalling이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주말에는 집에서 공동연구자의 sequencing raw data 51건을 NCBI SRA에 올리고 있다. 연구소 전산망보다는 속도가 느려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그래도 중간에 전송이 끊기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공부를 위해 마지막으로 인쇄해 혼 논문을 아직 제대로 읽지는 못했다. 10년 간격을 두고 거의 같은 제목으로 나온 리뷰 논문을 비교해 보면서 얼마나 많은 지식이 이 분야에 축적되었는지를 알아보려 한다. 나의 원래 소속 부서와 파견 기업에서 같이 관심을 기울일만한 분야이다.


The role of microbiota in infectious disease. Stecher B, Hardt WD. Trends Microbiol. 2008 Mar;16(3):107-14.

The role of the microbiota in infectious diseases. Josie Libertucci & Vincent B. Young.
Nature Microbiology volume 4, pages 35–45 (2019).

앞으로 2년 동안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기업에서 추진하거나 겪은 일을 마치 일기를 쓰듯이 블로그에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일, 취미와 관련된 것, 내가 종사하는 분야의 일반 동향, 리눅스/shell script/Perl/R 등의 자질구레한 팁 정도로 그 범위와 작성 빈도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충분히 예견했던 바다.

직장 및 삶의 터전을 한시적이나마 바꾸어 본다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혁신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결심이 나 개인과 가족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3월이 끝나기 전에 10회의 블로그 포스트를 달성한 것이 다행이다. 원래의 목표는 월 12회 이상 글을 쓰는 것이었다. 월 15회가 목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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