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3일 수요일

도마 위에 진공관 앰프 꾸미기

식재료를 다듬기 위해 칼질을 할 때 밑에 받치는 물건이 도마다. 순 우리말로서, 체조 경기 종목 중 하나인 도마(跳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무판은 앰프 자작을 할 때 부품들을 늘어놓는 용도로 흔히 쓰인다. 하지만 일부러 나무판을 재단해 오려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라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하는 일이 많다. 그때 쓰이는 것이 바로 나무로 만든 도마다. 요즘은 다이소에 가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도마를 살 수 있다.

아파트의 폐기물 내놓는 곳에서 제법 쓸만한 도마를 구하게 되어 여기에 43 오극관 싱글 앰프를 올리기로 하였다. 목공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재질의 나무인지는 모른다. 나사못이 술술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굉장히 무른 재질임을 알 수 있다.


R코어 출력 트랜스의 받침대에 각재를 덧댄 다음에 공구통에서 굴러다니던 작은 경첩을 달아서 도마에 고정하였다. 경첩의 움직임을 이용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고, 다만 ㄱ자 꺾쇠를 대신한 것이다. 두 개의 코어에 케이블타이를 가로질러 묶어서 도마를 기울여도 트랜스가 쏟아지지 않게 하였다.


진공관 바로 곁에서 나사못을 박으려고 스크류 드라이버를 쓸 때에는 주의를 해야 되겠다. 자꾸 진공관을 드라이버로 툭툭 건드리게 되니 말이다. 비싼 진공관은 아니지만 깨지면 아깝다. 내가 소유한 모든 물건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니(1940년대 제조)...


소켓 가이드와 러그판 등을 사용해서 도마 위에 멋지게 재배선을 할까 여러날 고민하였지만 일단은 이대로 두기로 하였다. 심지어 출력 트랜스에 케이스를 씌우려던 생각도 접었다. 현 상태로도 소리는 매우 잘 나고, 첫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6N1+6P1 싱글 앰프용 출력 트랜스(아마도 EI 코어를 쓴 기성품)은 따로 구입을 하는 것이 좋겠다. 트랜스 하나를 여러 앰프에 바꾸어 가면서 듣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은가. R코어에 다시 한번 에나멜선을 감으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57 코어(싱글 5 와트)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도마를 사용하여 전기기타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물론 따라서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출처: https://www.instructables.com/id/Cutting-Board-Electric-Guitar/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