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 일요일

전주의 새발견, '뜻밖의' 전주향교와 국가무형유산원

전주 한옥마을과 영화의 거리를 그렇게 다니면서도 이 두 곳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였다. 한옥마을 한쪽에 향교가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왜 진작에 들러보지를 않았을까? 늘 들르는 현대옥에서 국밥을 먹고 부른 배를 꺼뜨리고자 감과 모과가 탐스럽게 열린 좁다란 골목으로 접어들어 거닐다가 다른 한옥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고 고풍스러운 건물의 입구를 발견하였다.

오늘의 글에서 소개할 대부분의 사진은 세로 구도가 되었다. 휴대폰으로 사람이 포함된 사진을 찍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다. 휴대폰을 가로 구도로 돌리는 것도 귀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전주향교였다. 우리 부부가 들어간 문은 정문이 아닌 곁문에 해당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문의 이름은 '입덕문(入德門)'이었다. 입덕? 무척 좋은 뜻이지만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기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향교는 국립교육기관(관학), 서원은 사립학교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돌이켜보니 문화유산답사를 다니면서 서원은 몇 번 다녔지만 향교는 거의 방문한 적이 없었다. 향교 바로 옆의 전주동헌은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명륜당 앞의 은행나무를 발견하고 입이 떡 벌어졌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약 380년의 은행나무는 땅바닥과 주변 건물 지붕에 노란 낙엽을 수북하게 뿌려 놓았다. 한옥마을 한 구석에 이렇게 고즈넉한 정경이 숨어 있다니!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는 것은 벌레를 타지 않는 은행나무처럼 건전하고 바른 사람이 되라는 바람이 담겨있다고 하였다.


햇살을 받으며 명륜당 툇마루에 잠시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였다.


다음으로는 공자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으로 향하였다. 향교의 건물 배치를 단순화시키면 성인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향공간(대성전)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강학공간(명륜당)의 두 공간으로 나뉜다. 제향공간이 앞에, 강학공간이 뒤에 있는 배치를 전묘후학이라 하면 성균관이 이러한 배치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문화콘텐츠닷컴). 전주향교도 마찬가지의 구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향교와 서원은 전학후묘의 배치를 따른다. 대성전에 모신 유학의 성인은 당연히 공자이다.


대성전 앞에도 아름드리 암수 은행나무가 한 그루씩 심어져 있었다.


전주향교의 정문에 해당하는 만화루는 다락집 형식이다.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서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정문을 거쳐서 밖으로 나오니 전에도 몇 번 들른 적이 있었던 완판본 문화관이 나타난다. 완판은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중심지인 전주에서 목판으로 찍어낸 책을 의미한다. '완'은 전주의 옛이름 완산주를 의미한다. 마침 "(목판으로 읽는)뜻밖의 심청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통 판각 강좌를 수료한 완판본 연구회 회원들이 완판본 심청전의 주요 구절에 작가의 해석을 덧붙인 목판서화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이다(전라일보 기사 링크). 이것 역시 뜻밖의 발견이었다. '뜻밖의'를 전시회 제목 그대로 옮기지 못함이 안타깝다.



완판본 문화관을 나오면 전주천이 펼쳐진다. 오른편을 바라보면 남천교가 보인다. 2017년 새로 만들어진 다리인 오목교를 건너서 국립무형유산원으로 향하였다. 치명자산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한옥마을로 향할 때마다 길 건너편으로 늘 보이던 큰 건물, 국립무형유산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계획을 하고 찾은 것이 아니라서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리는 공연까지는 보지 못하였으나, 상설전시관의 동영상을 관람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무형문화유산의 범주를 설명한 전시물을 중심으로 하여 둥글게 배치된 모니터 화면에서 무형문화예술의 생성 과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정말 아름다웠고 완성도 역시 높았다. 


NIHC(국립무형유산원)는 National Intangible Heritage Center를 의미한다. 국립보건원(NIH) + C가 아니다.
전주를 찾을 때매다 늘 들르는 JB카페(전동성당 건너편)가 하필 오늘까지 내부 공사 중이라서 다른 카페를 찾아야 했다. 아내와 함께 전주에 갈 때마다 책을 한 권씩 들고 가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한참을 머물다 오던 JB 카페. 카페 매니저로부터 또 오셨느냐고 인사를 나눌 정도가 되었으나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으니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바로 옆의 스타벅스에는 빈 자리가 없었고, 근처의 어떤 카페는 한복대여점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거기에서 멀지 않은 다른 카페를 들어갔더니 여행에 지친 젊은이들이 전부 널브러져 있어서 영 분위기가 어색하여 다른 곳을 찾았다. 아마도 새벽 일찍 먼 곳에서 전주를 찾아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차 시간을 기다리면서 지친 몸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 부부를 '뜻밖의' 목적지로 이끄는데 일조한 골목길. 바로 저 골목길로 들어갔던 것은 아니었지만. 인생에서 가끔은 일탈이 필요하다. 아내가 늘 지적하듯이 나는 지나치게 직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가치있는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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