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반도체인 OP amp 회로를 이용하여 43번 오극관을 충실히 드라이브하여 왔는데, 기왕이면 모든 것을 진공관에게 맡기면 어떻겠는가? 전원부에 SMPS와 DC-DC 컨버터를 사용한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해 두자.
마침 12AU7이 쓰인 프리 겸 헤드폰 앰프가 망가져서 여분의 진공관을 갖게 되었다. 인터넷과 제이앨범의 자료를 근거로 플레이트 전압 150 볼트 부근에서 작동하는 회로를 구상하여 제작에 돌입하였다. 필요한 부품은 일주일쯤 전에 구입해 놓은 상태였다. 손으로 그린 회로도를 아래에 소개한다. 43번 오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에 연결되는 고압 직류에(그라운드 기준 155 V의 전압을 470R 저항으로 한 번 낮춘 것 수준이라 그렇게 높지는 않다) 47K 저항을 연결한 뒤 12AU7의 플레이트에 접속하였다. 12AU7의 캐소드에 바이패스 캐패시터를 달지는 않았다. 진공관의 특성 곡선을 기초로 계산을 하거나 측정을 하지는 않았다.
12AU7 + 43 single ended amplifier schematic. |
43번 5극관 전력증폭회로 입력부의 커플링 캐패시터와 그리드 리크 저항은 원래 별도의 기판에 붙여 놓았는데, 이번에 만든 초단증폭회로용 기판에 전부 수용하였다. 12AU7의 히터 는 4번과 5번 핀에 12 V 직류를 공급하여 점화하였다.
워낙 간단한 회로라서 실수는 하지 않았다. 소리를 들어보니 약간의 험이 들렸다. 12 V 및 24 V 직류 어댑터의 음극을 서로 연결하니 험이 사라졌다.
알루미늄 판 조각을 이용하여 전면 패널로 삼았다. 이전보다 훨씬 깔끔해 보인다. 소리도 매우 마음에 든다. OP amp를 사용한 드라이브 회로와 비교하면 약간 더 정갈한 것 같기도 하고... 플라시보 효과일지도 모른다.
어제 저녁에 완성을 하고 계속하여 음악을 들어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특별히 개선을 할 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섀시를 꾸며서 부품들을 수납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전기 설비 공사에 쓰이는 '풀박스'라는 금속제 상자가 있다. 단면은 정사각형이면서 높이는 용도에 따라서 다르다.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라서 앰프의 섀시로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R-core 출력트랜스(사진에서 보였듯이 받침틀 위에 한 쌍을 다 올려둔 것)의 케이스로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로x세로x높이가 100 mm인 것이 이 용도로는 딱 적당할 것이다.
'고전관'을 이용한 매우 즐거운 제작 경험이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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