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1일 수요일

Oxford Nanopore의 MinION 사용을 준비하면서

Nanopore sequencing이란 단일 가닥의 DNA가 단백질 포어를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미세한 전위차이를 이용하여 염기서열 정보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기술을 말한다(수정: 걸려진 전압은 180mV 정도로 일정하다. 실제로는 단일가닥 DNA 분자가 구멍을 통과하면서 염기에 따라서 전류량이 미세하게 변하는 것을 측정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작동 원리를 이곳에서 감상해 보자. 우리 연구팀에서 구매한 것은 컴퓨터의 USB 3.0 포트에 꽂아서 사용하는 MinION이라는 제품이다. 구글에서 minion으로 검색을 하면 주로 나오는 결과는 이러하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원래 오늘 러닝을 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내일로 미루어졌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컴퓨터를 점검하던 중, MinKNOW 프로그램이 정상작동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MinKNOW는 최신 사양의 컴퓨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윈도우를 갓 설치한 깨끗한 상태가 아니면 설치가 잘 안된다. MinION 장비 구동을 위한 컴퓨터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출처: https://nanoporetech.com/sites/default/files/s3/2016-10/Computer%20requirements%20v4.2%20Sep2016.pdf

MinION Compatibility 프로그램을 먼저 실행해서 작동 소프트웨어의 설치가 가능하다고 판정을 내려도 정작 MinKNOW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오류와 함께 설치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구글을 뒤지면 레지스트리를 건드려서 해결할 수가 있다지만 너부 복잡한 방법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사양이 매우 좋은 데스크탑 컴퓨터를 뒤로하고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신선한 노트북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였었다. 그러고나서 한달 반쯤이 지났을까? Configuration test를 다시 실시하기 위하여 MinION Mk 1B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MinKNOW를 실행하니 에러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나아질까 싶어서 최신본을 받아서 설치를 하려는데 바로 위에서 보인 익숙한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노트북 컴퓨터에 지저분하게 별로 깐 것도 없는데 벌써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노트북의 초기화 말고는 별다른 해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평소에 대부분의 업무를 데스크탑에서 하기에 노트북에는 백업할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아무런 주저함이 없이 초기화를 실시하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화면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Configuration test를 통과하였다. 내일은 platform QC를 해서 포어가 몇 개나 살아있는지를 확인한 뒤 시퀀싱 러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 노트북 컴퓨터는 이제 범용으로 쓰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나의 맥북 프로에서는 MinION이 인식되지 않는다. macOS 버전이 Sierra라서 그런가?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Cloud 서비스를 이용한 실시간 분석과 자체 컴퓨터에서 실시하는 local 분석의 개념 차이를 이해해야 하고, 무척 빠른 속도로 바뀌는 프로토콜도 따라잡아야 하니 말이다. 어제 Oxford Nanopore의 Associate Director인 James Brayer가 직접 방문하여 소개한 자료를 보면(행사 기록 사진) 제품들이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서 갖고 싶다는 욕구가 인다. 특히 microfluidics를 사용하여 시료를 자동적으로 섞는 장비의 비디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2017년 5월 28일 일요일

건반을 고쳐보자(5) - Korg X2의 액정 백라이트 교체

Fatar 키보드 콘트롤러의 rubber key contact는 판매자가 5월 11일쯤에 USPS로 보냈다는데 아직까지도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2주 정도면 넉넉하게 배송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에 비하여 너무 오래 걸린다. 만약 한 달이 넘어가도록 오지 않으면 본격적인 문제 제기 혹은 환불을 요청하기로 하고 가장 먼저 입수된 Korg X2 Music Workstation의 액정용 EL 백라이트부터 갈기로 하였다.

침대 위에 엎어놓고 나사를 풀기 시작한다. 나사가 너무 많아서 드라이버로 일일이 돌려서 풀어내려니 손이 아프다. 전동 드라이버가 아쉬운 순간이다.



맨 아래쪽에 위치한 회로판(메인보드)을 분리하고 정전기 쉴드로 여겨지는 보호막을 열어야 비로소 액정 디스플레이 회로의 뒷면이 드러난다.


귀퉁이의 나사를 풀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I/O 커넥터를 분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대로 작업을 진행한다.


새 백라이트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전원쪽 연결선 두 개의 납땜을 녹여서 떼어냈으나 EL 백라이트는 아무리 잡아당겨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 프레임의 고정 부분을 롱 노우즈 플라이어로 펼쳐서 고정 프레임과 액정, 그리고 회로기판을 분리하였다.


낡은 EL 백라이트는 양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사진은 아직 기판에서 분리하기 전의 모습이다. 새것과는 바탕 색이 매우 다르다. 


새 EL 백라이트를 납땜하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리드선의 위치가 회로판의 패턴과 딱 맞지 않아서 약간 구부려서 납땜을 하였다. 디스플레이 뭉치를 재조립할 때에는 액정을 거꾸로 끼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백라이트가 닿는 후면과 실제 표시가 나타나는 전면은 쉽게 구별할 수 있으나 위아래를 반대로 끼울 가능성이 있다. 표시면을 잘 살펴서 혼동하지 않도록 하자. 재조립을 마치고 전원을 넣었다.


화면이 밝게 나타났다. 원래 X2 액정 백라이트는 무슨 빛이었더라? 녹색이었나? 이젠 그것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좀 더 크게 화면을 담아보자.


사진으로 보니 표시창 매부 여기저기에 검은 점들이 보인다. 재조립 전에 투명창 안쪽을 닦아냈으면 좋았을 것을.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큰 숙제 하나를 덜었다.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비닐봉지를 먹어치우는 나방 애벌레

우리가 흔히 비닐봉지라고 부르는 것은 주로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하는데, 항상 산더미같이 쌓이는 물품을 보면 이를 수거해서 어떻게 처리를 할지 늘 경이롭기만 하다. 점점 늘어나는 재활용 쓰레기 중 식품 포장재의 양도 엄청나다. 아직까지는 그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으나 부피가 너무 커서 문제다.

이러한 비닐봉지를 갉아먹는 나방 애벌레가 발견되어 흥미를 끌고 있다. 꿀벌부채명나방(학명: Galleria mellonella)은 벌집에 알을 낳는데, 여기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벌집의 주요 성분인 밀랍(wax)를 먹어 소화시킨다. 따라서 양봉업에서는 아주 골칫거리인 곤충이 되겠다. 이 유충이 폴레에틸렌으로 이루어진 비닐봉지를 먹는다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다. 밀랍과 폴리에틸렌이 구조적으로 비슷해서 가능한 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분해 기능이 꿀벌부채명나방 자체가 갖고 있는 것인지, 혹은 이 곤충의 장내에 서석하는 미생물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연구 성과가 소개된 것은 지난 4월이다.

Polyethylene bio-degradation by caterpillars of the wax moth Galleria mellonella. Current Biology 27(8):R292, 2017.
[국내 뉴스] 환경 파괴 주범 비닐봉지 먹어치우는 애벌레 발견



원래 이 나방의 유충은 감염병 연구의 모델로 생물학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키우기가 쉽고 사람의 체온 정도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에, 유충에 병원성 미생물을 주입하여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곤충이라서 면역체계는 사람과 매우 다르지만, 선천적 면역체계를 이용한 여러가지 연구에 쓰인다. 우리 연구 그룹에서도 이를 사용한 감염병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꿀벌부채명나방이 폐기물 처리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일 줄은 누가 알았을까? 만약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쓰레기 처리 분야에서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비닐봉지를 먹고 자란 수많은 애벌레는 무엇에 쓰나? 예전에 잠시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모든 생활쓰레기를 먹어치우는 '개'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개가 엄청난 '똥'을 싼다면? 그 똥을 처리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라면? 요즘 곤충을 새로운 식량 자원으로 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비닐봉지를 먹여 키운 꿀벌부채명나방의 유충은 새로운 바이오매스로서 활용할 방법을 찾는 일이 그 다음 숙제가 될 것이다.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R] prop.table()을 이용한 비율 계산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R 코드를 가지고 잠시 혼란에 빠졌다가 해결책은 찾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다음 그림의 (A)와 같은 가상 데이터를 조작하여 열(B) 혹은 행(C) 합계에 대한 proportion으로 나타내는 것이 원래의 작업 목표였다. 각각의 계산에서 분모로 들어갈 수치들은 표 (A)의 노랑색(column 합) 혹은 파랑색(row 합) 마진에 표시되어 있다. 실제 데이터는 shotgun sequencing 방식으로 얻은 metagenome read의 taxonomic composition이다. 참고한 사이트는 Making heatmaps with R for microbiome analysis이다. 이 예제에서는 각 샘플의 데이터를 row로 나타나는 반면 나는 column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Microarray data analysis 사례에서 흔히 나타나듯 서로 다른 샘플을 컬럼으로 나타내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먼저 데이터 매트릭스를 만들어 보겠다.
> x = cbind(c(2,5,3), c(9,7,4), c(4, 3, 13))
> colnames(x) = c("A", "B", "C")
> rownames(x) = c("John", "Tom", "Bart")
> x
     A B  C
John 2 9  4
Tom  5 7  3
Bart 3 4 13
내가 원하는 proportion 수치는 각 셀의 값을 컬럼 합으로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위의 표 (B)의 결과를 얻는 것이 목표였다. 예제 사이트에서는 샘플이 서로 다른 row로 배열되어 있으므로 row 합으로 나누는 것을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여기에서 사용된 명령은 data.prop <- all.data="" colsums="" div="" rowsum="" rowsums="">
> x.prop = x/colSums(x)
> x.prop
        A    B    C
John 0.20 0.90 0.40
Tom  0.25 0.35 0.15
Bart 0.15 0.20 0.65
> x.prop.2 = x/rowSums(x)
> x.prop.2
             A         B         C
Jone 0.1333333 0.6000000 0.2666667
Tom  0.3333333 0.4666667 0.2000000
Bart 0.1500000 0.2000000 0.6500000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처음에는 예제가 잘못 짜여진 것이 아닌가 의심을 했었다. 일단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prop.table() 함수가 (B) 및 (C) 모두의 경우에 쓰일 수 있음을 알았다. margin=2로 설정하면 column 합에 대한 비율을, margin=1로 두면 row 합에 대한 비율이 나온다.
> x.prop = prop.table(x, margin=2)
> x.prop
       A    B    C
John 0.2 0.45 0.20
Tom  0.5 0.35 0.15
Bart 0.3 0.20 0.65
> x.prop = prop.table(x, margin=1)
> x.prop
             A         B         C
John 0.1333333 0.6000000 0.2666667
Tom  0.3333333 0.4666667 0.2000000
Bart 0.1500000 0.2000000 0.6500000
물론 이보다 훨씬 미련한 방법을 이용하여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prop.table()이 가장 완벽한 해답을 제공한다. 그러면 왜 x/colSums(x)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는지를 알아보자. 매트릭스에 대한 연산을 왜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지도 이번 논의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매트릭스의 모든 셀에 같은 값을 더하거나 빼는 것은 대단히 쉽다.  그러나 row 혹은 column 단위로 계산을 할 때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원래 목표했던 것은 (10, 20, 20)을 각 컬럼의 값에 대해 나누는 것이었다. 즉 첫번째 컬럼A/10, 컬럼B/20, 컬럼C/20이 계산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매트릭스를 벡터로 나누면 R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John-A는 10으로 나누고,  Tom-A는 20으로 나누고, Bart-A는 20으로 나눈다. 그 다음으로는 컬럼 B로 넘어가서 각 셀에 대해서 같은 값이 아닌 (10, 20, 20)을 분모로 할당하여 나누고 또 컬럼 C로 넘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A, B, C 컬럼의 값을 일렬로 세운 다음 (10, 20, 20), (10, 20, 20), (10, 20, 20)..의 값을 순차적으로 대입하여 나눗셈을 한 것이다. rowSums() 함수가 원하는 값이 나왔던 것은 값을 대입하는 순서와 잘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예전에 수강했던 R 강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다루었던 것 같다. 병합된 table은 low frequency row를 제거한 뒤 hclust2로 heatmap을 그리면 된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왜냐하면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dRep을 이용한 metagenome data set의 중복 제거

동일한 생태계에서 수집한 관련성 있는 메타게놈 샘플을 shotgun 방식으로 시퀀싱을 하는 것은 요즘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연구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항생제를 투여한 뒤 장내 microbiome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샘플링하여 분석함으로써 외부에서 주어진 변동 요인(항생제)에 따라서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의 동일한 미생물들이 단지 그 비율만 샘플링 시점에 따라서 달라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분석에서는 각 샘플에서 생성된 read를 모두 합쳐서 조립을 한 다음(co-assembly) 이를 바탕으로 각 샘플 read를 다시 매핑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이러한 방법에서는 데이터의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서 복잡성이 증가하며, 동일 species의 서로 다른 strain이 존재하면 fragmented assembly를 유발하게 된다.

그렇다면 각 샘플을 독립적으로 조립하는 것이 유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얻어진 assembly간의 중복을 제거하는 de-replication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각 replicate set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게놈 데이터를 선발하는 일도 필요해진다. UC Berkeley의 Banfield lab에서는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인 dRep을 bioRxiv에 발표하였다(학과 소식 사이트). 논문의 제목은 "dRep: A tool for fast and accurate genome de-replication that enables tracking of microbial genotypes and improved genome recovery from metagenomes(링크)"이다.

이 도구는 당장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입원 환자에게서 분리된 소위 'emerging pathogen'에 해당하는 어떤 세균의 MiSeq sequencing data를 분석할 일이 최근 생겼다. 총 112개 스트레인의 시퀀싱 결과로서 단일 프로젝트로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다. 그중에는 분명히 엉뚱한 균주도 몇 개는 섞여있을 것이다. 이를 점검하는 용도로 dRep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실은 reference sequence 하나에 대해서 112개 균주의 데이터를 1:1로 비교하면 별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 샘플 간의 거리는 알기 어려워진다. pyani를 돌려서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 matrix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나, 모든 샘플 사이에서 1:1 비교를 해야 하므로 나의 소박한 컴퓨터로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dRep도 pair-wise 비교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빠르기로 소문난 Mash를 이용하여 primary cluster를 신속하게 만든 뒤, MUMmer를 이용하여 각 cluster 내에서 ANI를 계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설치는 생각보다 까다로왔다. 필요로 하는 다른 프로그램의 목록은 별로 길지 않으나 이를 설치하려면 또 다른 dependency가 있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느낌이다. 게다가 dRep은 파이썬 3.x이 필요한 반면에 같이 실행되는 checkm 파이썬 2.x이 필요하여 pyenv를 잘 활용해야만 한다. 내 리눅스 시스템은 linuxbrew와 pyenv 등으로 뒤죽박죽이 된 상태라서 계정을 새로 만들어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겨우 테스트 러닝에 성공하였다. 설치 방법을 문서로 정리해야 하는데 하도 실타래처럼 꼬여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패키지에 포함된 예제를 통과했으니 다음은 22개 genome set를 투입해 보았다. Primary 및 secondary cluster의 덴드로그램을 소개한다.


checkm은 genome completeness & contamination을 점검하는 도구이다(소개).

2017년 5월 21일 일요일

Dell Inspiron 660s의 은퇴(2012-2017)

지메일에 남아있는 Dell Inspiron 660s의 구매 내역을 찾아보았다. 주문 내역서가 만들어진 것은 2012년 10월 4일. 아직 만 5년은 되지 못했다. 경제적 상황이 좋은 경우 업무용 PC의 교체 주기는 보통 3-4년, 가정용은 5-6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운영체제가 많이 좋아져서 교체 주기가 과거보다 늘어난 추세이다(인텔 CEO "PC 교체주기 5~6년으로 더 늘어났다"). 나의 경우는 업무용이나 가정용 모두 5년 정도에 교체를 하는 편이다.

Dell Inspiron 660s를 2012년에 구입할 당시에는 윈도우 7이 설치된 상태였다. 2103년 초에 윈도우 8 Pro K를 프로모션 가격 16,300원에 구입하여 써 오다가 나도 모르는 순간에 윈도우 10으로 바뀌게 되었다. 비록 매우 저렴한 가정용 PC 제품이지만 윈도우 7을 쓰던 당시에는 별 불편한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대로 잘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상위 윈도우로 바뀌면서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지난주에는 아예 부팅이 되지 않는 상태가 발생하여 본체 뚜껑을 열고 커넥터를 한번씩 뺐다가 꽂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생각했으나(먹통이 된 Dell Inspiron 660s 되살리기) 그 상태는 오래 가지를 못하고 또다시 부팅 불능 상태가 되었다. 하다못해 윈도우 매체를 ODD에 넣으면 부팅이라도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비프음 없이 첫화면(Dell 컴퓨터 로고)까지는 나오니 하드웨어에 특별한 장애는 없어 보이는데 그 다음으로 진행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Dell의 <부팅 후 시스템 진단 유틸리트>를 작동하면 CPU 체크 단계에서 아예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계속되었다. CPU가 고장이 날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

최근 약 일년 동안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화면이 꺼진 상태로 컴퓨터가 쉬고 있을 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CPU 팬이 돌다가 조용해지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곤 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시스템 부조화의 전조증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CPU 쿨러를 한번 떼었다가 붙여 보았다. 그러고나서 다시 시스템 진단 유틸리티 실행. CPU 테스트가 무사히 끝나고 모든 하드웨어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팅을 시도하니 무사히 진행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윈도우 10의 인증이 되지 않았다는 표시가 나온다. 지난주까지 인증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대적인 하드웨어 교체가 벌어진 것으로 인식한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지원 센터의 하드웨어 변경 후 Windows 10 다시 정품 인증이라는 글이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되살아난 컴퓨터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이번 장애를 겪기 이전에도 느린 것은 마찬가지이나 이렇게 꼬박 주말을 매달리고나니 짜증이 밀려오면서 느린 속도를 견디기 어려워졌다.

이 컴퓨터는 이제 퇴역을 할 시기가 되었다! 약간의 데이터가 들어있는 HDD는 떼어내고, 굴러다니던 다른 HDD를 연결하여 우분투 데스크탑 16.04를 설치해버렸다. 이 글도 한글 입력 환경을 세팅한 뒤에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윈도우 라이센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보통 PC 구매시에 딸려온 OS(OEM,  COEM 혹은 DSP 제품)는 해당 PC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면 나의 경우와 같이 윈도우를 업그레이드한 경우에도 그러할까? 즉, 컴퓨존 등에서 OS가 없는 조립 PC를 구매하면 여기에 내가 갖고있는 윈도우 8이 정식으로 설치될 것인가? 윈도우 7은 Dell Inspiron 660s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니 안 될 것이다.

윈도우 8 사용자를 위한 무료 10 업그레이드는 이미 오래전에 종료되었지만  보조 기술을 사용자를 위하여 그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길을 계속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링크).

2017년 5월 18일 목요일

Goodbye genome paper, hello genome report

이것은 2016년 6월 23일에 Brief Funct Genomics라는 학술지에 실린 리뷰의 제목 일부이다. 저자는 David Roy Smith.

Goodbye genome paper, hello genome report: the increasing popularity of 'genome announcements' and their impact on science. PMID: 27339634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가져다준 기술 혁신, 이어서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해독기술(NGS)의 등장으로 유전체 시퀀싱 데이터가 그야말로 쏟아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유전체 시퀀싱 결과를 논문에 싣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500-1500 영단어 수준의 짧은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Peer review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기본적인 서열 데이터는 DDBJ/ENA/GenBank에 등록이 되지만, 연구의 목적이나 실험 방법 및 복잡한 유전체 구조를 다루려면 문서화된 정보, 즉 논문이 필요하다. Accession number 말고도 인용 가능한 문헌 자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너무나 쉽게 이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announcement(발표 또는 공고 정도로 번역하자)류의 저널이 어쨌든 필요하게 되었고 또 인기를 끈다.

David R. Smith는 이에 대해서 몇 가지의 문제점과 대안을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 게재료가 너무 비싸다. $1-2/word라는 출판 비용은 이제 염기서열당 시퀀싱 비용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 Peer review를 거치지 않는 것도 많다. 따라서 announcement류의 논문은 취업용(혹은 이직용) 이력서를 장식하거나 연구신청서를 쓰는데 도움이 되는 업적으로 취급받지는 못한다.
  • Peer review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open preprint server를 쓰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이에 대해서는 내 블로그에 두 건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생명과학 분야의 프리프린트 학술지, 처음으로 bioRxiv에 논문을 제출하다).
연구 환경의 변화가 기술 혁신 및 상업주의와 적절히 어우려저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시퀀싱은 이제 대단히 규모가 큰 시장이 되었다는 것인데, 그 성과물의 학술적 가치는 예전과는 매우 달리 낮아진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어떤 돌파구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소한 기술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새로운 기술은 눈길을 끈다. 이번달 말에 Oxford Nanopore의 관계자가 방한하여 기술 세미나를 하게 되었다. Illumina와 PacBio의 기술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여기에 Nanopore까지 공부를 하지 않을 수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FASTX-Toolkit의 이상한 행동(fastq_to_fasta)

어제 남세균(Phylum: Cyanobacteria, NCBI Tax ID: 1117)의 MiSeq sequencing read를 다루다가 pair의 수가 맞지 않아서 무척 애를 먹었다. 그 원인은 FASTX-Toolkit에 포함된 fastq_to_fasta 명령어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어 보려고 한다.

이제 고전이 된 FASTX-Toolkit은 2010년에 공개된 버전 0.0.13이 최신판일만큼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뜻도 되겠다. 물론 마지막 버전 공개 당시에는 quality encoding이 phred64인 시퀀싱 결과물이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요즘의 표준인 phred33 데이터를 다루려면 -Q33이라는 옵션을 별도로 주어야 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다. FASTX-Toolkit을 능가할 수준의 유틸리티가 요즘 많이 있겠지만, 표준 입출력을 지원하여 파이프 구성이 편리하고, 심플하며 일관성있는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어서 아직도 쓸모가 많다.

어제 사용한 read의 길이 분포를 알아보자. MiSeq에서 유래한 것이라서 HiSeq read처럼 모든 서열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 내가 원했던 작업은 280 bp 미만의 read는 제거하고, 그보다 긴 것은 앞부분 280 bp만을 취하여 paired read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종종 고정된 길이의 read를 요구하는 후속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준 길이 이상의 read만을 선별하고자 할 때 나는 SolexaQA++을 이용한다. CLC Genomics Workbench에서도 이 작업이 가능하지만(Microbial Genomics Module의 Fixed Leng Trimming) read를 불러들여서 작업을 하고 다시 파일로 내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명령행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 SolexaQA++ lengthsort -l 280 -c MA-KW_1.fastq MA-KW_2.fastq
리포트에 의하면  4244152 + 4244152 read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체 출력 파일을 확인해 보면 이 수치가 잘 맞는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한 줄 명령어를 만들면 원하는 일이 다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였다. '_2' 파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실행을 하였다.
$ fastx_trimmer -Q33 -l 280 –i MA-KW_1.fastq.paired | fastq_to_fasta -Q33 > temp_1.fastq
그런데 최종 파일이 수록한 read의 수가 달라졌다. 이 명령어에서는 필터가 전혀 작동하지 않으므로 최초에 공급한 파일의 read 수(4244152 + 4244152)를 그대로 유지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결과 파일에서는 4244144 + 4244137가 되었다. file 1과 file 2에서 전부 read 수가 조금씩 줄어든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조사를 해 보니 fastq_to_fasta를 거치면서 read가 변했다. fastq_to_fasta 대신에 fastq2fasta.pl(by Brian J. Knaus)를 사용하면 read 수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좀 더 궁극적인 해결 방법은 없을까? 파일 조작의 마지막 단계에서 pair 여부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용도에 딱 맞는 도구가 무엇이 있을지 조사를 해 보았다.  DOE Joint Genome Institute의 BBTools에 포함된 여러 shell script 중에서 repair.sh를 쓰면 될 것 같다. BB는 이 프로그램을 만든 Brian Bushnell의 이니셜이다. 흥미를 가지고서 사용법을 조사해 보니...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repair.sh가 인식하는 입력 파일은 fasta가 아니라 fastq이기 때문이다. BBTools는 정말 쓸모가 많은 다양한 기능의 명령어를 포함하고 있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공부를 해 보자.

FASTX-Toolkit의 fastq_to_fasta가 가장 중요한 용의자이므로, 표준 입출력을 지원하는 다른 종류의 포맷 전환기를 사용해 보자. seqtk가 적당하겠다.
$ fastx_trimmer -Q33 -l 280 -i MA-KW_1.fastq.paired | seqtk seq -a > temp_1.fa
$ fastx_trimmer -Q33 -l 280 -i MA-KW_2.fastq.paired | seqtk seq -a > temp_2.fa
4244152 + 4244152 read라는 완벽한 결과가 나와주었다.


2017년 5월 16일 화요일

기타 넥 수리기

밤늦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딸아이가 거실장 곁에 기대어 놓은 액자를 넘어뜨리면서 스탠드에 세워둔 일렉기타도 같이 쓰러뜨렸다. 기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넥과 헤드 사이 부분이 똑 부러졌다. 2000년 초에 갤러리아 타임월드 근처의 비바체 악기(지금은 없어짐)에서 구입한 나의 삼익 세미 할로우바디 일렉기타가 이렇게 망가지고 말았다. 10대 시절 생일 선물로 막내 작은아버지로부터 받은 클래식 기타도 이것과 똑같은 상황에서 부러진 일이 있다.

어쩌겠는가. 얄팍한 목공 기술을 가지고 고치는 수밖에는. 이런 순간에는 수도권에 거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낙원상가를 가면 기타를 고치는 장인들이 수두룩할텐데 말이다. 이곳 대전에도 검색을 해 보면 수리를 하는 업자가 있겠지만, 마침 목공 본드를 갖고 있어서 직접 수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깨진 마감재는 어쩔 도리가 없다.

스트링을 전부 풀고 부품 일부를 제거한 뒤 부러진 부분에 목공본드를 붙이고 노끈으로 잘 묶어서 24시간 정도를 두었다. 목공용 클램프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으니 접합 부분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갈라진 틈은 대충 검정색 매니큐어로 칠하였다. 아쉬운대로 사진과 같이 잘 붙었다.


MADE IN KOREA라 새겨진 모습이 선명하다. 시리얼 번호로 추정하건대 아마도 99년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삼익 마크는 없다.



예전과 같은 강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만약 다시 부러진다면 전문 수리점에 보내야 될 것이다. 줄을 다시 매어 놓고 상태를 지켜보다가 줄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부러지면 다음 링크와 같은 대규모의 수리를 해야 될 것이다. 수리가 불가능하여 결국 기타를 버려야 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기타수리 넥 부러짐 - 수리 불가능한 넥 살리기

이번 일을 기회로 지판용 오일과 피니시 제품도 구비하여 관리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되겠다.

오늘은 Korg X2의 액정 디스플레이를 위한 EL 백라이트도 배달되었다. 본의 아니게 악기 수리에만 몰두하는 일주일이 되었다.




2017년 5월 14일 일요일

먹통이 된 Dell Inspiron 660s 되살리기

Dell Inspiron 660s는 집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탑 컴퓨터이다. 2012년에 구입하여 지금까지 그럭저럭 사용을 해 왔다. 처음에는 윈도우 7이 설치된 상태였는데 프로모션 가격으로 윈도우 8로 업그레이드를 했었고, 어느날 나도 모르게 윈도우 10으로 자동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다음의 화면 캡쳐에 잘 나타났듯이 분명히 정품을 사용하는 중이다.


예전에서는 제품 키를 매우 중요하게 관리해야 했지만 윈도우 10이 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대한 글을 인용해 본다.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제품 키를 찾을 수 없는 이유

어제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전원을 넣으면 Dell Inspiron 660s라는 화면이 나오기까지는 하였는데, OS로 넘어가지를 않는 것이었다. DVD ROM drive로 부팅히 되도록 바이오스 셋업을 바꾼 다음 보유한 윈도우 DVD 매체를 넣고 재부팅을 시도하였으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하드디스크 문제라면 최소한 DVD 매체로 부팅이 되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컴퓨터가 하드웨어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것일까? 딸아이는 요즘 극성을 부리는 랜섬웨어에 감염된 것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랜섬웨어가 아무런 협박 메시지 없이 컴퓨터를 단순히 부팅 불능에 빠지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들어서 컴퓨터가 대기 모드에서 갑자기 주기적으로 쿨링팬이 돌다가 다시 조용해지는 일을 종종 경험하였다. 벌써 5년이나 사용을 했으니 이제 컴퓨터를 바꿀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말에는 컴퓨터가 너무나 느려지고 프린터가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인식이 되질 않아서 완전히 초기화를 한 일이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딸아이가 너무나 많은 이미지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서 그랬던 것으로 생각한다.

가정용으로 구입한 최저 사양의 컴퓨터를 이제 버리고 새로 구입해야 하는가? 컴퓨터를 좋아하고 늘상 업무용으로 끼고 살지만, 막상 새로 구입을 하기 위해 하드웨어 사양을 결정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직장에서 업무용으로 쓸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는 일은 차라리 쉽다. 적당한 예산 범위를 선정한 다음 납품업체에게 '적당한 것으로 하나 조립해 주세요' 하면 그만이니까.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해도 내부를 열어서 점검조차 한번 안하고 이를 내친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어쩌면 커넥터를 한번씩 뺐다가 다시 연결하면 부팅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진공청소기를 준비하고 나서 컴퓨터 분해에 돌입하였다. Dell 컴퓨터는 분해가 매우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ODD와 HDD 뭉치까지 꺼내서 커넥터를 다시 꽂은 다음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내었다. CPU 쿨링 팬을 떼어내야 쿨러 냉각핀 사이사이에 붙은 먼지를 제거할 수 있을텐데, 도저히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이쑤시개로 큰 먼지 덩이를 떼어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아직 옆판을 덮지 않은 상태에서 부팅을 시도해 보았다.

'삑삑 삑삑 삑삑'

이번에는 화면도 전혀 나오지 않고 2회의 비프음이 연속해서 발생하였다. Inspiron 660s의 사용 및 문제 해결 방법 웹문서에 의하면 2회 비프음(연속)은 RAM이 인식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 하였다. 모듈램을 소켓에서 뽑은 뒤 다시 장착한 다음 다시 전원을 넣었다. 이번에는? 무사히 부팅이 되었다! 이 글도 성공적인 재부팅 후 Inspiron 660s에서 작성하는 것이다. 분해 전에는 비프음이 분명히 들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분해하여 커넥터를 한번씩 다시 꽂은 뒤에는 메모리 인식 불가에 따른 비프음이 나고, 메모리를 다시 꽂으니 완벽하게 부팅이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미세먼지에 의해서 몇군데의 커넥터에서 접촉 불량이 발생했던 것이었을까?

이로써 5년만의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없던 일이 되었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2017년 5월 11일 목요일

건반을 고쳐보자(4) - 전도성 잉크 만들기

Korg X2의 어두워진 LCD를 비출 EL 백라이트, 그리고 Fatar SL-990 건반의 접촉 문제를 해결할 rubber key contact는 오늘까지 전부 선적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주쯤 배송이 완료되면 교체작업에 착수하여 작동이 잘 되는지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건반의 key contact를 보수할 전도성 잉크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외국에서 conductive ink  또는 wire glue라는 이름의 물건을 사는 것이 가장 확실할 터이나, 인터넷에 널린 정보를 이용하여 흑연 가루와 물감을 섞어서 자가 제조를 시도한 것이다.

어제 퇴근길에 미술 재료를 파는 큰 문구점에 들러서 6B 흑연 연필(전체가 연필심), 용기,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구입하였다. ebay에서 소용량으로 담긴 카본 베이스 wire glue를 겨우 6-8 달러 수준에 배송료를 포함해서 살 수 있는데 내가 괜한 헛수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완제품 wire glue보다는 조금 더 싸게 먹힐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사포로 연필(심)을 갈아서 통에 담았다. 320방 사포를 사용하였는데, 조금만 갈아내면 사포에 고운 가루가 잔뜩 들러붙어서 생각만큼 가루가 많이 생기지를 않는다. 막자사발로 갈면 좋을텐데 이미 7천원을 넘게 썼으니 더 이상 지출을 하기가 싫다. 주변에 있는 것들만을 이용하여 좀 더 쉽게 고운 흑연 가루를 만들 방법을 생각해 봐야 되겠다.



흑연 가루와 아크릴 물감(혹은 폴리비닐 아세테이트 성분의 목공용 접착제도 됨)을 인터넷에서 권장한대로 부피 비율로 1:1이 되게 섞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뻑뻑하게 뭉쳐서 혼합이 잘 되지 않을뿐만 아니라 얇게 펴 바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를 좀 묽게 만들기 위해 물을 과도하게 섞은 것이 화근이었다. 시험삼아 몇 군데 표면에 발라서 말린 뒤 멀티 테스터로 저항을 측정하니 무한대가 나온다. 흑연 가루의 비율이 너무 낮았던 것 같다.

혹시 내가 구입한 통심 흑연 연필의 전도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 연필에 멀티 테스터를 대 보았다. 3-4 cm 간격으로 프로브를 찍었는데 수 옴에 지나지 않는 매우 낮은 저항이 나왔다. 전도성 잉크를 제조하여 쓰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전도성 잉크는 분명 쓰임새가 많은 물건이지만, 지속적으로 기계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부분의 접점 용도로도 적당한 물건인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금속 분말을 에폭시 수지에 혼합한 전도성 잉크(금이나 은가루가 포함된 것은 상당히 비싸다)를 발라둔다면 기계적 강도는 매우 높을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접점을 형성한 재료는 무엇일까? 분명히 탄소 가루를 적당한 바인더에 혼합해서 스크린 인쇄로 찍어서 굳힌 것임에 틀림없다. 건반에 사용하는 것이니 분명히 충분한 기계적 강도를 보장할 것이다.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실리콘 러버쪽이 아니라 만약 기판쪽의 접점이 손상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보수를 해야 한다. 내가 집에서 제조하는 카본 베이스의 전도성 잉크를 저 기판 위에 발라도 제 역할을 할까?


흑연 가루와 아크릴 물감의 최적 혼합 비율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이다.


What is Quora?

정확히 이틀 전부터 Quora Digest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구글 메일함으로 오기 시작하였다.

클릭을 하니 http://www.quora.com/이라는 사이트로 연결된다. 간단한 질문을 올리면 회원들이 자유롭게 답을 쓰는, 마치 네이버의 지식인과 비슷한 사이트로 여겨진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보니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얄궂게도 어제 배달된 것은 - 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자정이 넘었으니 어제라고 치자 - 한국에서 산다는 것의 어두운 면에 대한 매우 불편한 질문에 대한 답이 가장 위에 올라와 있었다.

분명히 가입을 통해서 이용하는 서비스 같은데, 왜 내가 Quora에 구글 계정으로 가입이 되었는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맥북 프로에서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상태로 가입 버튼을 클릭한 것인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Quora에는 당연히 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답변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지만.

How did I get subscribed to Quora?

살다보니 별의별 서비스를 다 만나게 된다. 얼마나 영양가가 있는 사이트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2017년 5월 8일 월요일

건반을 고쳐보자(3) - 소리가 안나는 키 살리기

소리가 안나는 키('dead keys')를 수리하려고 분해를 했다가 실리콘 멤브레인(contact strip, rubber contact 등으로 불림)을 제대로 끼우지 못해서 그냥  방치해 둔 건반이 있다. Fatar Studiologic SL-990이라는 해머 액션의 88건 마스터 키보드이다. 족히 7-8년은 손을 대지 않고 둔 것 같다. 소리가 안나는 키에 네임펜으로 표시를 해 두었었는데 이제는 알콜로도 지워지질 않는다. 네일 리무버로 지워봐야 되겠다.


오랜만에 다시 분해를 해 볼까? 재조립을 미처 못한 부품을 키보드 안의 빈 공간에 그냥 넣어 두었었다. 전원 어댑터가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에어캡에 정성스레 싸여서 부품과 같이 숨어있었다. 워낙 심플한  MIDI controller keyboard라서 내부에는 빈 공간이 많다. 핵심 부품만을 꺼내어 연결하여 보았다. 사진에 보이는 종이 클립과 연필이 가장 유용한 수리 도구였다. 일부를 펼친 종이 클립은 멤브레인을 기판에 원래대로 끼우는데 최적의 도구이다. 과거에 이 요령을 몰라서 좌절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MIDI 케이블은 Alesis NanoPiano에 연결하였다. 이건 고장날 일이라고는 없는 피아노 음원이다.



전자 키보드의 일부 키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은 매우 흔한 고장이다. 회로기판과 실리콘 멤브레인이 서로 접촉하는 양쪽 면에 존재하는 탄소 접점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보통은 지우개나 알콜(91% 이소프로판올 추천)로 양쪽의 접점을 닦아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반적인 전기접점 부활제(BW-100; WD-40은 절대 아님!!)은 여기에 적합하지 않다.

아래 사진을 보라. 기판에서 분리되어 뒤집힌 상태의 실리콘 멤브레인이 위에 살짝 보인다. 가장자리에 돌기 모양으로 튀어나온 것을 나중에 조립할 때에 기판의 구멍에 끼워야 한다. 종이 클립이 이런 용도로 제격인 것이다. 회로기판쪽의 검정색 접점은 아마도 도전성 카본 페이스트를 스크린 프린팅하여 발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의 경험으로는 접점을 아무리 잘 닦아도 여전히 소리가 잘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탄소 접점의 표면에 산화가 일어나서 그렇다는데, 이것이 알콜이나 지우개로 제거가 될까? 며칠 전 유튜브에서 연필로 탄소 접점을 칠해서 되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흉내를 내 보았다. 정말 된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도성 탄소 가루를 붙들어두는 접착제와 같은 성분이 없기 때문이다. 5B 연필을 쓰라느니, 연필심을 갈아서 문구용 풀에 개면 전도성 페이스트/페인트가 된다느니(혹은 마르면 전기가 통하지 않으므로 쓸 수 없다느니) 등등 여러가지 정보가 있다.

How to fix a MIDI keyboard with a pencil

집에서 전도성 페인트를 만드는 방법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링크). 하지만 이렇게 불완전한 가내수공업을 하느니 아래에서 소개하는 것을 쓰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탄소 접점의 보수를 위한 목적으로 conductive carbon paste/paint/ink라는 제품(예: CaiKote 44)이 있다고 한다. 리모콘이나 키보드 등을 수선하는데 적합하도록 작용 용량으로 포장된 제품이다. 우리나라에도 DIYer를 위해 이런 제품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전도성 페인트/페이스트 등의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공장 규모에서나 쓸만한 대용량 포장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그것도 이런 소비재의 수리용으로 팔리는 것은 아니다.

CaiKote 44는 기판쪽이 아니고 rubber contact쪽에 매우 얇게 발라야 한다.

접점 세척 도구와 카본 페이스트 등을 함께 담은 rubber keyboard repair kit라는 것도 외국에서는 꽤 팔리는 모양이다. 심지어 실리콘 러버쪽의 닳은 접점을 떼어내고 새로 붙일 수 있는 교체용 카본 전도성 패드(혹은 'pill'이라고도 함. 알약 모양이므로)도 있다. 일반 전자제품의 키보드/키패드용과 전자 키보드용 수리 키트가 엄격히 구별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도저도 안되면 rubber key contact를 교체해 버리면 된다. Fatar 키보드용 contact는 12 키, 즉 한 옥타브용이 5달러 정도에 팔린다(링크).  심지어 회로 기판을 통째로 교체해버리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도 있는데 대신 비용이 많이 든다. 88 건반용 기판은 무려 $155이다.

일단은 '연필 신공'으로 임시 수리를 해 본 다음, rubber contact를 구입하여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해 보자.

좀 더 생각을!

접촉 불량의 원인은 회로 기판쪽일까 혹은 rubber contact쪽일까? 기판쪽의 카본 접점과 rubber쪽의 접점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rubber쪽에는 버튼 형태의 말랑말랑한 검은색 전도체(conductive pad or conductive pill)가 붙어있는데, 이는 기판쪽의 전도성 '잉크'와는 분명 다르다(참고). 어쩌면 패드를 이루는 전도성 물질이 지속적인 접촉에 의해 소모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연필로 기판쪽을 칠하는 것은 이를 일시적으로 보충해 주는 효과를 줄 것이다. 기판쪽의 접점은 검정색 상태를 유지한 상태라면 양호한 것이 아닐까? 

Conductive pill의 마모 정도를 눈으로 알기는 어렵다. 가장 정확한 것은 저항치를 멀티 테스터로 측정해 보는 것이다. 카본 pill의 경우 통상 100 옴 이내여야 한다. 오늘의 실험 결론은 연필로 칠을 해 두어도 효과가 오래 가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불량한 키의 기판쪽 접접과 contact pad 각각에 대해 저항을 측정해 보자. 어느쪽이 더 높은지를 알게되면 전체적인 상황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다음 링크의 글을 읽어보니 rubber contact를 새것으로 갈지 못할 바에는 conductive pad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인다.

Fixing Yamaha PSR-18 synthesizer keyboard

2017년 5월 7일 일요일

건반을 고쳐보자(2) - LCD backlight

기기의 표시창으로 널리 쓰이는 액정 디스플레이(LCD)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므로 가장자리를 따라서 혹은 뒷부분에 백라이트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백라이트용 발광 소자로서 LED가 널리 쓰이지만 과거에는 EL(electro luminescent) 백라이트가 많이 쓰였다. LED는 점광원이라서 가장자리를 따라 일직선으로 또는 표시기 뒷편에 매트릭스 형태로 여럿을 배열하는 것에 비하여 EL 디스플레이는 순수한 면광원이다. 따라서 적당하게 잘라서 디스플레이 뒷편에 삽입하면 된다. 워낙 얇고 구부릴 수도 있어서 그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광원이다. 그러나 휘도가 높지 않고 수명이 비교적 짧으며(원래 휘도의 1/2로 떨어지는 때까지를 일반적인 작동 수명으로 치는데 대략 3천 시간 정도) 구동을 위해 교류 고전압을 공급해야 하므로 전용 인버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표시장치의 백라이트보다는 광고나 차량 인테리어, 파티용 장식 등으로 나름대로 쓰이고 있다(사례).

Korg X2는 대략 1995년에 발매된 신시사이저이다.  EL 백라이트가 이제는 거의 빛을 내지 못한다. 현재 상황은 이러하다. 외부에서 조명을 비추지 않으면 전혀 표시된 내용을 알아볼 수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바로 다음 사진과 같은 상태가 요즘 나의 X2의 모습이다. 낮에 휴대용 LED 전등을 켜고 찍어서 저 정도라도 보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Korg 본사에는 교체를 위한 EL 백라이트 재고가 있을 턱이 없다. 요즘의 전자악기는 이보다 수명히 훨씬 긴 LED를 백라이트로 쓰는 액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작은 틈새 시장을 노리고 옛날 악기를 위하여  EL 백라이트를 파는 곳이 존재하다. 예를 들지면  backlight4you와 같은 곳이다. 내가 알기로는 Korg X2/X3/X3R/N264/N364는 전부 같은 규격의 표시창(39 mm x 93 mm, 링크)을 사용한다. 이곳 말고도 이베이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어렵지 않게 호환 EL 백라이트를 파는 곳을 찾을 수 있다. 과거보다는 기술이 발달해서 수명이 좀 더 늘어났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곳에서 백라이트를 사면 간단히 교체가 가능하지만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자악기 LCD용으로 크기를 맞춘 EL backlight는 비싸지만, 장식/인테리어/광고 용으로 파는 것은 오히려 값이 싸다. 그러니 차라리 이런 것을 싸게 구입하여 잘라서 쓰면 되지 않을까? 절단면은 주변의 도체와 닿아서 단락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테이프를 붙이면 된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찾아보았다. 10 cm x 10  cm 제품이 AA 전지 2개로 구동되는 인버터를 포함하여 7.19 달러에 불과하다(링크). 이걸 구입하여 리드선을 포함한 가운데 부분을 적당히 잘라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국내 사이트에서는 '발광시트'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는 하는데(링크) 면적이 큰 만큼 가격도 높다. 사이트를 둘러보면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백라이트 용도는 아니고 광고 등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단위 면적당 가격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소개한 것이 비하면 쌀 것이다. 

액정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 문제는 어찌보면 가장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약간 불편하지만  극복할 방법은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작은 LED 스탠드를 놓으면 되니까 말이다. 작동을 잘 하지 않는 버튼 스위치는 세게 누르면 어쨌든 작동은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키 입력이 잘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가장 단순한 기계적인 문제이지만 - 장비 노후화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접촉 불량 현상 - 장비 활용에서 가장 큰 지장을 주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앞으로 여러해 동안 유지 보수를 명목으로 충분히 재미나게 장비를 가지고 놀 거리는 많이 있다.

추가 작성한 글

Korg X3(X2)용으로 재단된 EL 백라이트 제품 중 저렴한 것을 찾았다(링크).



2017년 5월 5일 금요일

건반을 고쳐보자

현재 나는 각각 두 대의 전기 기타와 키보드를 갖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음악을 듣는 일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악기에 손을 대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기타에는 늘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고, 아주 드물게 앰프를 기타에 연결하면 픽업 전환 스위치와 잭 부분을 몇 번 매만져야 소리가 제대로 날만큼 관리상태가 아주 열악하다. 비교적 단순한 악기인 전기 기타가 이러한 상태이니 가동 부품과 스위치가 가득한 키보드는 어떠하겠는가.

키보드에 대해서는 가슴 아픈 기억도 있다. 2000년대 초반에 꽤 비싼 값을 주고 신품을 구입하여 정말 열심히 쳤던 88건 해머액션 건반의 Fatar SL-990(현재 팔리는 모델은 PRO version)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자체적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 MIDI controller keyboard라서 같이 구입한 Alesis NanoPiano 모듈에 연결하여 사용했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3-4년 정도 사용했을 무렵 한두개의 키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 건반을 직접 분해하여 PCB와 실리콘 멤브레인 접점(silicon rubber contact)을 닦아내기도 하고 대전의 악기 수리점에 힘겹게 들고가서 수리를 맡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리가 나지 않는 키가 점점 늘어났다. 이에 나는 본격적으로 건반 접점을 대대적으로 청소하기로 작정을 하고 분해를 했다가 멤브레인의 조립이 너무 힘들어서(요령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다) 결국은 포기하고 대충 조립하여 팽개쳐 두었다. 그 이후로는 중고로 구입한 워크스테이션인 Korg X2(76 건반)에 완전히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러면 X2는 지금 어떠한 상태인가? 책장과 책상을 방에 들이면서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어서 필요한 때만 사용하려고 벽에다가 길게 세워 놓은 채로 또 몇 년이 흐르고 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synthesizer + keyboard + sequencer에 해당하는 Korg X2가 Fatar SL-990보다 훨씬 복잡한 기기이다. X2 역시 손을 볼 곳이 몇군데 있다.
  • 데이터 저장/복원용 FDD가 수명을 다함(MIDI cable을 연결하여 컴퓨터에서 SysEx를 전송하는 방법이 있다)
  • 액정 백라이트가 어두워짐
  • 세게 눌러야 작동되는 스위치가 몇 개 있음
  • E3 키의 벨로시티가 약간 낮음
이에 비하면 SL-990은 매우 간단한 기기이다. 엄청나게 무겁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 회로기판과 리본 케이블, 건반 뭉치, 88개의 접점을 갖는 회로기판이 전부이다. 키 몇개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방치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교체용 부품을 파는 곳과 건반 수리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왜 처음 고장 증세가 나기 시작했을 때 진작 이러한 정보를 찾아볼 생각을 안했을까? 당시에는 구입처 또는 전문 수리점 정보만을 알아보다가 너무나 무거운 건반을 보내고 받을 방법이 없어서 그만 두고 말았었다.

미국의 MIDI Store라는 곳에서는 Fatar 건반용의 '모든' 부품을 취급한다. 쉽게 말해서 케이스를 제외한 모든 것을 다 판매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서 rubber contact만 필요한 만큼 구입해서 교체하면 그만이다. 만약 contact를 교체하지 않고 접촉면을 청소하는 정도의 수리만 하겠다면 다음의 사이트(at bustedgear.com)를 참조하면 된다.  유튜브에는 관련 동영상이 너무 많아서 적당한 것을 고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접촉면을 닦을 때 사용하는 세정제로는 91% 이소프로판올(IPA)을 쓰라고 한다. 시중에서 91% 재품을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약국에서 소독용으로 파는 것은 70% 이소프로판올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목표는 이제 확고해졌다. 나의 건반들을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다만 전동 드라이버를 하나 구입해야 되겠다. 수십 개의 볼트를 손으로 풀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손목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