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6일 화요일

기타 넥 수리기

밤늦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딸아이가 거실장 곁에 기대어 놓은 액자를 넘어뜨리면서 스탠드에 세워둔 일렉기타도 같이 쓰러뜨렸다. 기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넥과 헤드 사이 부분이 똑 부러졌다. 2000년 초에 갤러리아 타임월드 근처의 비바체 악기(지금은 없어짐)에서 구입한 나의 삼익 세미 할로우바디 일렉기타가 이렇게 망가지고 말았다. 10대 시절 생일 선물로 막내 작은아버지로부터 받은 클래식 기타도 이것과 똑같은 상황에서 부러진 일이 있다.

어쩌겠는가. 얄팍한 목공 기술을 가지고 고치는 수밖에는. 이런 순간에는 수도권에 거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낙원상가를 가면 기타를 고치는 장인들이 수두룩할텐데 말이다. 이곳 대전에도 검색을 해 보면 수리를 하는 업자가 있겠지만, 마침 목공 본드를 갖고 있어서 직접 수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깨진 마감재는 어쩔 도리가 없다.

스트링을 전부 풀고 부품 일부를 제거한 뒤 부러진 부분에 목공본드를 붙이고 노끈으로 잘 묶어서 24시간 정도를 두었다. 목공용 클램프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으니 접합 부분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갈라진 틈은 대충 검정색 매니큐어로 칠하였다. 아쉬운대로 사진과 같이 잘 붙었다.


MADE IN KOREA라 새겨진 모습이 선명하다. 시리얼 번호로 추정하건대 아마도 99년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삼익 마크는 없다.



예전과 같은 강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만약 다시 부러진다면 전문 수리점에 보내야 될 것이다. 줄을 다시 매어 놓고 상태를 지켜보다가 줄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부러지면 다음 링크와 같은 대규모의 수리를 해야 될 것이다. 수리가 불가능하여 결국 기타를 버려야 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기타수리 넥 부러짐 - 수리 불가능한 넥 살리기

이번 일을 기회로 지판용 오일과 피니시 제품도 구비하여 관리를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되겠다.

오늘은 Korg X2의 액정 디스플레이를 위한 EL 백라이트도 배달되었다. 본의 아니게 악기 수리에만 몰두하는 일주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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