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이유 있는 게으름

나는 마감 일정에 쫒기어 일을 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여유를 두고 일정을 짠 뒤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역설적인 현실이지만 가끔은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하여 도리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마감일이 멀찌감치 남은 일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여 알차게 내용을 채우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은 항상 긴급을 요하는 일에 밀려서 계속 뒤쳐지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급한 일 먼저 하지 뭐.'

이러다 보면 결국은 마감일이 다 되어서야 이 일을 하게 된다. 길었던 시간적 여유는 이 일에 거의 소용이 되지 못한다. 어쩌면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늘 내일이나 주간의 할 일을 기억하거나 기록하려 애쓰고,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떠오르는 일거리를 메모하고... 이런 생활 방식이 최선이라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태도가 나의 정신적 건강을 자꾸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일을 처리하고 다른 일을 하려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가끔 저지르기도 하고, 머리속은 늘 생각으로 꽉 차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스스로를 자꾸 채찍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조바심은 피로감을 낳는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쉼표를 찍고 간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자. 내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어느새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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