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9일 일요일

부여 궁남지는 내부에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름에는 내부에서 울창한 연잎에 가려 길을 잃을 수도..


위 사진은 다음 지도에서 빌려온 것이다. 어제 아들과 함께 부여와 논산을 찾았다. 백제문화단지에서 거의 열사병에 걸릴 지경으로 돌아다니다가...


점심을 먹고 나서 부여 박물관으로 향했다. 원래 부여 박물관은 도넛 모양으로 회랑이 있고 바깥에 전시관이 배치된 형태였는데(중심부는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 사실상 바깥이었음), 최근에는 중앙부를 터서 실내로 개조한 것 같다. 정 중앙부에는 커다란 부여 석조가 그윽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유해진씨를 닮은 처연한 표정의 나한상을 만났다.


어제는 기와편들이 내 마음을 많이 잡아끌었다.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삼국시대의 목조건물은 과연 어떻게 생겼었을까? 사진을 남기지는 았았지만 부소산 절터에서 발굴된 치미의 희고 단아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경주 황룡사터의 웅장하고 어두운 색의 치미와는 확연히 달랐다.


부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걸작, 금동향로이다. 윗부분의 다섯 악사가 연주하는 백제시대의 악기를 최근에 복원했다는 소식을 아들을 통해 들었다.


백제의 머그잔?



국립부여박물관에 있는 동안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려 연일 계속되던 무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좋아서 아들과 우산 하나를 받쳐들고 한쪽 어깨와 발을 적셔가며 궁남지로 향했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새로 조성된 소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부로 들어갔는데...


포룡정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주차장을 행해 나오는데 아뿔싸!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동안 궁남지란 포룡정이 있는 중앙부 연못을 둘러싸고 연꽃이 심어진 바둑판 모양의 못들이 동심원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항공사진을 보니 연잎이 무성하게 자란 상태에서는 방향을 찾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입구에 길을 잘 찾을 수 있는 개념도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자면 궁남지 주변부 어디에 있더라도 중앙 연못을 찾아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 중앙연못 둘레길에 드문드문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주요 주차장으로 향하는 화살표만 만들어 두어도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

오늘의 포스팅은 관광지에서 느낀 사소한 불편함을 토로하기 위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몇달 만에 다시 찾은 부여는 몹시 무더운 날씨라 답사가 쉽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영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마지막 코스는 논산의 백제군사박물관. 계백묘로 전해지는 묘에는 정말 계백 장군이 묻혀있을까? 계백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장사에 들렀으나 미처 분향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관촉사의 석조미륵보살상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둘 다 더위에 너무나 지친 데다가 대전으로 돌아오는 방향과는 반대편이라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아쉬움과 함께 차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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